우리에게 안식은 없다.

그렇잖냐, 카라.

그리고 릴리.

비통한 과거든 뭐든, 결국 이곳에 서있는 이상 살아있어야했다.

심장병으로 죽을날은 다가오고있고, 곁에 모든 연은 나때문에 처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이 비는 언제 그치는걸까.

회색 골목길 사이로 내리는 매탄연기를 머금은 빗방울이 우비를 건든다.

시스투스는 꽃으로 돌아갔고.

칸다는 물이되어 흩어졌고.

다네타는 자기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숨을 끊어냈어.

그리고...

그리고....칫.

이 썩어서 문드러진, 빌어먹을 회색 도시에서.

해는 그 고개를 비출수있을까.

해를 보는건 이 도시 사람들 공통의 꿈이였다.

하지만...중앙의 기계장치가, 고장날때까지 영원히 뿜어내는 연기를 수십년간 본 자들은.

그 꿈을 포기했다.

아니,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이미 찢겨질대로 찢겨진 마음에 안식이란게...

있을리 없지.

허.

맹목적인 삶도.

능동적인 삶도.

허무주의적인 삶도.

이젠 지쳤다.

그저,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기로했다.

그래야...그나마 살맛이 난다.

저 연기 덩어리는 우는걸까, 아니면 웃는걸까.

그야말로 마스커레이드다.

모두가...

자신을 가면뒤에 숨기고 남을 헐뜯는다.

그 헐뜯음은, 이젠 막을수없는 재앙과도 같아졌다.

그저 재미로, 강박적으로 서로를 비웃는다.

말 그대로 이 도시는 썩었다.

해를 가린 연기는 이 도시의 부산물이자 모든 증오의 근원.

골목의 틈새로 들어갈수록, 그 갈대같은 증오는 서로를 향한다.

때론 자신을 향했다가도, 결국 다시 남을 향한다.

이건 순환과도 같은 짓이 되었고, 불교의 업보처럼.

증오는 인간을 윤회한다.

만약 수라도가, 현세에 나타난다면 이런곳이지 않을까.

무의미한 싸움과 증오만이 반복되는 곳.

그런 도시에.

난 서있다.

심장병 때문에 당장이라도 눈을 감을수있는 처지임에도, 이젠 그저 그러려니 하게되었다.

이젠 후회하는것마저 질렸다.

그저, 언젠가...파리처럼 허무하게 죽을날을 기다릴 뿐이다.

터벅터벅.

누군가 걸어온다.

주저앉은 내 곁으로 걸어온다.


"저기...괜찮으세요?"


다시 같은 악몽을 되풀이할수는 없다.

날 따라다닌 사람은 전부 죽었으니까.

그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고자한 자의 말로다.

난 결국, 내 비극을 다시 경험할 뿐이다.

내 길은 언제나, 연의 피로 얼룩저져있었으니.


"가세요..."


그말에도 그 여성은 날 포기하지 않으려하는것 같았다.

내 비참한 운명에 휩쓸린 연들의 말로..

아틀라스...내 실수로 바다에 빠져 그대로 가라앉았지.

나쿠...갱단의 총에 머리가 관통당했고.

이오는...나 대신 당한 고문끝에 산체로 까마귀에게 뜯어먹혔다.

그런 처참하디 처참한 말로를 눈에 담고도.

내가 그 연들을 모조리 직, 간접적으로 죽였는대도.

네놈은...우리는.....

대체 왜 살아있는거냐?

비통한 과거와 후회를 등에 업은체로 죽은듯 현재를 살아서 기어이 그 미래를 보고야 마는 놈...

그 누구보다 선에 가깝지만 그 누구보다 악에 가까운 놈...

죽어나간 연들에게 애도는 커녕 눈물 한방울조차 흘리지 못한 놈...

자신에게 다가온 연들을 죽여놓고는 혼자서 기어이 아침을 보는 놈...

그게...우리다.

카라 릴리.

이미 정신은 한계에 도달했다.

아니, 한계같은건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그냥...더이상 생각하기 싫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우리는 대체 뭐냔 말이다.

우리를 저승에서 원망하는 연들의 저주가 안들리냔 말이다.

왜 너혼자 아침을 보고있는 것이냔 말이다.

해가 뜨는걸 왜 기대하냔 말이다.

뭐, 됐어.

우리는 이제 앞을 봐야지.

안그래?

왜 과거에 연연하는거야?

왜 굳이 뒤를 보는거야?

왜? 왜? 혹시 앞길이 두려워?

그 앞에 있는게 또 비극뿐인게 두려워?

과거에만 연연하는 사람들이 난 좋더라!

그 사람들한테는 이제 미래같은건 없으니까...

내가 마음대로 할수있잖아.

릴리.

어느센가 내 마음에 자리잡은 놈이다.

아직은 상처받을 곳이 남아있던 내 마음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자기 말로는 자신이 비참한 자들의 마음에 자리잡아 그 자의 남은 곳마저 파내어 그 감정을 먹고사는 불가사리라고.

히히~

날 마음껏 증오해!

그리고, 날 죽이기 위해 너의 목숨을 끊어내.

그러면 난...

죽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난 말했듯이 불가사리야.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이 이 도시에 존재하는한 난 죽어도 되살아난다고.

내가 흩어져도, 산산조각나도.

저 해를 가린 연기가 날 다시 불러오는걸?

이 도시만의 특별한 맛이 날 끌어들이는걸?

닥쳐라.

시끄러운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거봐~ 화내는거야?

이젠 그냥 일부로서 받아드리기로했다.

상처받을 곳조차 남아있지 않은 마음을 찢어봤자 뭐하리.

난 결국 꿈의 끝에서 울뿐이다.

조금이라도....닫고싶었다.

조금만더 나아가면 꿈의 끝을 볼수있을것 같았거든.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는 울지않는다.

찢어진 마음은 더이상 갈피를 잡지 못하니.

그 마음의 말로는 그 어느 비극보다 비참하리.

난 결국 한가지를 결심했다.

연들의 저주를 받는 놈.

그놈은, 심장병이 아닌 추락으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높은곳을 향해 걸었다.

고층, 그것도 옥상.

그가 걸어가는 길은 더 말할것이 있으랴.

갱단에게 매질당하는 시민.

세금을 걷는 도시의 징수직.

기도하는 아이들.

깔린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냄새에 뒤덮힌 도로.

난 결국 이 도시의 윤회에 가담하던 놈이였던거다.

여전히 빗방울이 우비를 친다.

깡통을 차거나, 의미없이 달려보기도했다.

이 도시에 웃는자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그렇게 이 도시의 가장높은 탑으로 걸어갈때쯤.

날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가 있었다.


"제발 도와주세요...누나."


"왜?"


"저희 엄마가..흑..!"


난 저항도 못한체 아이의 손에 끌려갔다.

도착한곳은 어느 갱단의 아지트였다.

왜...날.

여기에...?

갱단들은 누군가의 얼굴을 가린체 단체로 매질을 하고있었다.

저들을 막아달라는걸까.

아니면 저 자를 구하라는걸까.

아니면....다 죽이라는걸까.

판단이 서지않는 갈래길.

난...결단을 내렸다.

다 죽여버리면 되는거야.

난 갱단에게 다가가 들고있던 우산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이 우산은 어릴때부터 날 지겹도록 따라다닌, 결속도 뭣도 아닌것에 묶인 우산이다.

그런 우산과 우산살은 단단하다 못해 사람의 뼈를 짓뭉개는 수준이라...

여기의 모두를 죽일수있다.

이젠 더 이상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도 아무렇지 않다.

그게 이 도시의 윤회중 하나이고, 우리는 윤회에서 벗어날수없는...

어리석은 중생인것이다.

그렇게 갱단 모두의 머리를 짓뭉게고, 아이의 어머니를 구하던 순간.

어디선가 총성이 울렸다.

그 총성은 아이의 머리를 관통했고.

이윽고 두번째 총성이 아이의 어머니의 심장을 관통했다.

뭐야.

뭐냐고.

그 총성은 다시 이어졌지만.

내 우비를 뚫지 못한체 총알은 꽃잎처럼 떨어졌다.

이건...뭘까.

또 다시 눈앞에서 선량한 사람이 죽었다.

내 탓일까.

정말, 이건 내 탓이 맞을까.

난 주저앉았다.

결국 모든건 찰나에 지나지 않을탠대.

왜 이토록..

비극만을 보여주는지...

이 연극의 끝은 어디일지...

모든건 어디서부터 온것일지....

다 네 탓이야.

다~ 네 탓이라고.

그래.

넌 내 탓이라고 말하겠지.

그래야만 하니까.

난 다시 탑으로 향한다.

폐수인지 하천인지 모를 물이 지나다니는 다리위를 지나서.

과거를 조아먹는 까마귀 때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난 결국 탑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회색빛으로 썩어빠진 도시도, 이렇게 보니 나름....

그렇다고 장관은 아니다.

그래.

이렇게 죽어가겠지.

아무도...신경 안쓴체로.

조용한곳에서..

난 추락한다.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날 저승으로 인도한다.

분명 끝은 나락이겠지만.

저주의 끝에는 후회뿐이지만.

난 지금까지.

왜 살아있던 걸까?

그 생각을 끝으로.

내 정신이 꺼졌다.


뭐야...여기는.

다시는 보기도 싫었던 그 회색이 가득한 장소다.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넓은것같다.

허공을 걷는건 이런 기분일까.

아래를 보니, 티셔츠만 입은 내가 물에 비쳐보인다.

드디어 그 족쇠를 풀어낸걸까.

그때, 내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 무언가는 희미했지만.

분명했다.

저승에서 날 저주하던 연들이다.

그래.

날 저주하던 연들.

내가 전부 죽여버린 연들.

이들에게 저주받아 난 나락에 갈것이다.

지금이라도...

사과해보고 싶다.

내가...

미안해...

하지만 그 환영들은 내 사과를 받아줄 생각이 없는지,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내게...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