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넨 배다른 형제처럼 보여도 애초에 근본부터 다름.




(이후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일단 소싯적 코난은 본격추리만화로서 보기 좋았다고 말하는 애들 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코난은 초기 코난만 놓고봐도 잘쳐도 잘만든 스릴러/미스터리이자 변격 추리물이지 '본격추리'라고 보긴 어려움.



그게 왜인지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독자와의 공정성임.


가령 그나마 코난 에피소드 중에서 김전일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그리고 인어는 사라져 버렸다>를 보면





이게 본 사람은 알겠지만 작중 아주 중요한 단서인 의료보험 카드가 없다는 장면인데, 독자들은 대체 뭐가 없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음.


그에 비해 김전일은 상당히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한 편임.



예를 들어 쿠치나시촌 살인사건 에피소드에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트릭은 바로 이 회전문 트릭인데



보면 알겠지만 이미 앞에서 회전식 문을 보여줌.



심지어 결말 직전에 까먹었을까봐 한 번 더 보여줌.


그냥 코난처럼 무작정 안보여주는게 아닌, 보여주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연출하는, 트릭으로선 더 고등한 방법을 사용함.



이런 차이점은 김전일과 코난이 뿌리를 둔 작품이 다르기 때문인데, 김전일은 자기 설정상 할애비인 긴다이치 코스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임.


일본 창작물에서 주인공이 이런 하카마와 벙거지 차림에 게다 또각거리는 장면 나오면(ex.리갈하이) 거의 100% 이 양반 오마주라고 보면 됨.


소년탐정 김전일 자체가 이 시리즈의 오마주 덩어리라고 봐도 될 정도인데, 기괴하고 음침한 닫힌 사회라던가...괴기스러운 민담과 전설...사연이 있는 등장인물들...복잡하고 잔인한 트릭....으스스한 분위기...겉으론 보잘것없지만 방심했다간 탈탈 털리는 탐정...

사실상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 테이스트 한 주먹 풀어넣은게 김전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임.


얘기가 좀 새긴 했는데, 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자체가 본격 추리소설의 아이콘 같은 작품이고, 김전일도 그 영향을 받았고, 

얼떨결에 샹크스가 로저 해적단에서 혼자 생존&혼자 현역이라(버기 빼고) 적통이 된거마냥 김전일도 본격 추리라는 장르의 적통을 잇게 된거임.


그리고 이 본격/신본격이란 장르 자체가 추리소설의 근본, 즉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퀴즈게임"이라는 장르적 쾌감에 집중한 장르이기 때문에 공정성 측면에서도 김전일은 본격/신본격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고 코난은 그렇지 못한거임.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게 바로 녹스의 10계인데, 녹스의 10계 자체가 본격 추리소설의 원류인 퍼즐 미스터리, 즉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퀴즈게임"이라는 사상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법칙임. 근데 김전일은 일부 변칙적인 단편을 제외하면 녹스의 10계를 강박적일 정도로 지킴.

(10계를 다 퍼오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알아서 나무위키 켜고)

그나마 걸리는게 2조, 3조, 5조, 6조 정도인데

대부분 그저 분위기 조성 같은 사건 외적 요소에 그치지 추리 자체에 영향을 끼치진 않음.



하지만 코난은 이 녹스의 10계는 없는거처럼 행동함 ㅋㅋ

당장 코난의 존재 자체가 2계를 어기고 있다 이 말이야. APTX4869만 봐도...

그건 코난이 영향을 받은 작품이



바로 셜록 홈즈라서 그럼.

대놓고 작중에서 남도일이 셜로키언으로 나오는가 하면, 여러 오마주 요소가 가득하단 것도 이젠 공공연한 진실임.

김전일이 긴다이치 코스케 베이스에 애가사 크리스티 여사를 얹었다면, 코난은 셜록 홈즈 베이스에 본격추리의 몇몇 요소만 토핑으로 얹었다고 이해하면 됨.


그렇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독자와의 공정성도 이해가 되는게, 셜록 홈즈 시리즈도 의외로 고전으로서의 인지도가 세서 그렇지 퍼즐 미스터리의 관점에선 이단아에 가까움.

당장 클리셰가 된 셜록스캔도 독자들에겐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홈즈 혼자 쏼라쏼라쏼라거리는 원맨쇼에 가깝고, 코난에 비하면 그래도 단서 같은건 꼬박꼬박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독자들이 편하게 추리할만큼 넉넉하지도 않음.

왜냐면 셜록 홈즈 시리즈는 독자와 작가의 퀴즈게임보단, 개쩌는 홈즈느님과 친구 왓슨 박사의 좌충우돌 활약을 통해 진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즐기는 작품이기 때문임.

분석에 따라선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 등 '추리'소설이 아닌 추리'소설'에 집중한 하드보일드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있는데, 여기까지 가면 너무 사족이니까 넘어가고


어쨌든 김전일과 코난은 세부적인 장르가 애초에 다르다는 소리임.


특히 추리 외적으로 이런 요소들이 드러나는 지점이 스케일인데

김전일은 자기 할아버지마냥 왜소한 체격의 고딩이고, 당연하지만 전개상 살려두기 위해 아득바득 살려두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평균적인 고등학생의 피지컬임.

메인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타카토 요이치도 거의 독고다이로 움직이고, 주인공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기보단 (자기딴엔) 정정당당한 두뇌배틀을 통해 승부를 내려고 하는 타입임.

이건 액션적 요소가 거의 배제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의 특징에서 왔다고 볼 수 있음.

그렇지만 코난은 본인부터가 살인 운동화와 한문철TV 스케이트보드 등으로 무장하고 있고, 대부분의 레귤러들이 격투기를 배웠거나 전투력이 높음.

메인빌런인 검은조직 역시도 혼자가 아닌 범죄조직이자 비밀결사고, 레귤러 악역인 진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려고 총을 뽑아대는 폭력적 성향이 있음.

이는 홈즈의 무력을 과시하거나 자기방어를 위해 싸우는 장면이 심심하면 나오고(ex.네 개의 서명, 세 명의 게리뎁, 빈 집의 모험) , 범죄조직이나 비밀결사가 등장하는(ex.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이 깊다고 볼 수 있음.



그러니까 장붕이들은 코난을 너무 김전일에 빗대서 까지 말라 이 말이야.

애초에 아오야마 고쇼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스토리를 너무 질질 끌어서 떡밥이 상하길 했냐?

어거지 물리트릭으로 점점 추리 에피소드들이 하향평준화 되길 했냐?

정황 증거만으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길 했냐?

암호를 허황되게 만들길 했냐?

이젠 우려먹다가 패턴화까지 되길 했냐?

동기가 병신같길 했냐?

검은조직과 아군 세력 간의 밸런스 조절을 실패하길 했냐?

캐릭터를 편애하고 기존 캐 캐붕을 내길 했냐?

연애를 소꿉친구 원패턴으로 만들길 했냐?

설정 오류를 무더기로 내길 했냐?

건담 오마주 캐릭터 끼워팔고 어거지 근본을 만들길 했냐?

근친상간 뇌절을 치길 했냐?

껌젖 숏컷충이나 ^영밖여^ 같은 무의미한 캐릭터들을 넣어 전개를 망치길 했냐?

그렇게 휘하 보조작가들이 많다면서 심심하면 비현실적 오류가 나오길 하냐?

휴재 때리고 동숲이나 하러가길 했냐?

중요한 설정을 연하장으로 때우길 했냐?

노망났는지 인터뷰를 거지같이 하길 하냐?

극장판에 이상한 장면 끼워넣어서 뇌절을 치길 했냐?

대체 고쇼 센세가 뭘 그렇게 말 못했냐고 아 ㅋㅋ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