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유명한 기사였다.
사실, 그는 기사로 불리는 싸움꾼이었다.
이 시대에 기사는 없기에, 그저 싸움꾼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를 기사라 속이는 것에 지친 것일지도 모른다.
조만간 다시 일어난다면, '돈키호테는 유명한 기사다'라고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지.
"왔는가, 산초."
멍청한 영감.
나는 그의 조수이다.
그가 기사이길 그만둔 지금도.
그러나 나는 바뀐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내게 속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의 재산과, 그 무력의 결정체.
로시난테, 그리 불리는 슈트였다.
"...내게 남은 시간이 없네."
뭐.
벌써?
벌써 갈 때가 되었으리라곤 생각 못 했는데.
"내 할 말은 이미 서랍 안에 써두었네. 그저, 마지막 말만 좀 들어주게."
"네, 알겠습니다."
"자네는 훌륭한 기사가 될 게야. 내가 나를 기사라 속일 때, 자네는 두 번이나 스스로를 속이고, 또 남까지 속이고 있으니. 마치 풍차의 날개처럼 여러 쌍의 거짓말이 자네를 움직이게 하는 거야. 이 세상의 풍파를 연료 삼아서."
"오해십니다 나리, 저는-"
"원망하지 않네. 언제나 잘 해 주었으니. 지금도 이렇게, 내가 키하노 영감으로 죽게 해주지 않나."
"..."
"로시난테를 부탁하네."
바람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러나 나는 숨을 참았다.
영감은 웃으며 눈을 감앗으니 바람소리는 들리지 않을 터.
그러나 바람소리가 들렸다.
내 안에서.
몇 개인가의 거짓말이, 오히려 바람을 일으켜왔다.
하고 싶던 말이 날개에 짓이겨진다.
그를 비웃고 싶었으나, 마지막까지 그의 종자로서 그를 속여야 했다.
그에게 모험을 다시 떠나자 했어야 하는가?
아닐 것이다.
이젠 모르겠다.
이 바람에 몸을 맡기면 안 될 것 같아, 서랍을 연다.
그곳에 쓰인 것은 몇 줄의 글귀와-
로시난테의 설계도.
후우우우웅-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이번엔 진짜다.
그래, 나만이 로시난테를 노린 적은 없다.
"방범을 이리 허술하게 해놓고 그런 중요한 문서를 읽는다는 건, 우리한테도 보여주겟다는 뜻이라 봐도 되나?"
엉터리같은 비유.
돈키호테가 읊던 시와 닮았고, 또 키하노 영감이 싫어하던 것과 닮았다.
"아하, 핵심 부품은 이거였군."
저런 것들에 신경쓸 시간이 없다.
치워야 한다.
그리고 만들어야 한다.
내 속에 바람을 불어오게 한 돈 키호테가 밉다.
그러니 만들어야 한다, 나의 로시난테를.
그를 부정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
나만의 망상.
이름은 뭘로 할까, 그리 생각하며 우선 스패너를 쥐어들었다.
잘 닦인 스패너에 은빛의 달이 비친다.
오를란도의 제정신이 그곳에 있다.
모든 잃어버린 것이 그곳에 있다.
나는 돈 키호테를 부정해, 달로 보낼 것이다.
그러니, 이름은 정해졌다.
"야, 지금 연장 들었다고 덤비냐? 야, 잠깐만 뭔 힘이-"
콰직.
은빛의 달.
나는 은월의 기사.
"모험은 끝났다, 돈 키호테. 집으로 돌아가라."
내 안에 부는 바람이 너를 달까지 인도할 테니.
-----
문제가 있었다.
이제 할 게 없었다.
그러나, 곧 생길 것이다. 이 어둠 속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게 되어 있으니.
"너, 너희! 감히 내게 이런 짓을 하고도 멀쩡할 수는 없을 거다! 젠장, 빔 충전량만 부족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주라도 구해볼까."
그렇게 은월의 기사는 여정을 떠난다네.
머리가 부서진 시체 몇 구만이 그 출정을 배웅했다네.
저것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로시난테'와 '은월의 기사'는 슈트형 무기라 보면 될 듯. 자세한 설정은 없음.
새 키보드라 그런가 쌍시옷 받침을 자꾸 시옷으로 잘못 쓰네
구독자 19413명
알림수신 126명
정실은 오직 진희로인
소재
"집으로 갈 시간이다. 돈키호테."
추천
7
비추천
0
댓글
3
조회수
164
작성일
수정일
댓글
[3]
틀딱빌런
고양이네크로맨서
하센신우
본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하실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신 후 댓글을 다실 수 있습니다. 아카라이브 로그인
최근
최근 방문 채널
최근 방문 채널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공지
아카라이브 모바일 앱 이용 안내(iOS/Android)
31025000
공지
장르소설 채널 통합 공지
11465
공지
장르소설 채널 신문고 v.8
1591
공지
「제 2회 장르대첩」 대회를 개최합니다
810
공지
정치 시사 이슈 당분간 막음
1932
공지
역대 대회/이벤트/공모전 후기/공모전 홍보 글머리 모음
3753
공지
장르소설 채널 정보글 모음 (2021.09.30)
21023
공지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보는 장챈 팁
8799
공지
분기별 신작 어워드 하겠음
4063
공지
<NEW 2024년ver 장르소설 채널 아카콘 모음집>
6926
숨겨진 공지 펼치기(5개)
아묵합랍 개웃기네ㅋㅋㅋ
[1]
72
0
사과잼이랑 크림치즈가 들어간 모나카는 무슨 맛일까
[9]
87
0
혐) 기형 신체로 싸우는 주인공
49
1
근데 한라감귤 금마도 좀 불쌍하긴헤
368
3
NTR도 진짜 상황 봐가면서 그려야 함
[7]
228
3
리뷰/추천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1]
136
2
에휴 병ㅅ새끼ㅋㅋㅋㅋ
[7]
176
3
감귤은 터질때부터 뭔가 존나 이상하다 싶긴했음
192
0
짤짤이 신작 언제 나오지
32
0
소재
천마는 있는데..
66
1
머글의 지팡이
[1]
76
1
이건 무슨 좆같은 밈임?
[19]
215
2
소재
동료의 스테이터스를 대신 찍을 수 있는 대신 찍을 때 마다 동료들이 변해가는거 어떰
[6]
145
3
추억 되살리기가 요즘 트렌드인 김에
[2]
65
0
노벨피아 신작 뭐 봄?
[8]
106
1
최종보스가 부정하는 가치로 승리하기?
[20]
117
0
내 인생 첫 Ntr이 감귤 금마였음
[3]
131
1
소재
해리 포터
[2]
129
0
일페 사건 같은 거 보면 그냥 한숨만 나옴
[2]
177
5
기형 신체 사용해서 전투하는거 보고싶다.
[2]
90
0
우우 감귤 블아로 터진거 결국 또 숲속친구들 엔딩이야?
[11]
344
2
해리포터에서 JOAT 엄브릿지 씹년에 다소 가려진 감이 있긴 한데
[12]
141
2
소재
"집으로 갈 시간이다. 돈키호테."
[3]
165
7
한라감귤은 ㄹㅇ 방송이 가관이라니까
[7]
527
11
샤피 오랜만에 다시 정주행중인데
[1]
34
0
일페 관련해서 딱히 아는게 많진 않아서 보고만 있긴한데
[4]
150
3
이 챈의 종말은 아름답고도 엄숙하고 장엄하여야만 합니다!
[7]
150
1
해리포터 불사조 기사단 처음에 해리 호위작전 있잖아
[14]
150
4
마나인방 어떤 내용임?
[8]
130
1
크아아악 바퀴벌레
[4]
68
1
골댕이는 왜이리 커여울까
[4]
155
6
근데 최종보스 수명이슈는 어떤게 좋음?
[4]
114
1
옆집 남자를 살찌우려는 사악한 여자
[34]
1892
29
감동적인 가정의 달 광고
[4]
124
2
최종보스가 부정하는 가치의 힘으로 승리하는 주인공
[3]
148
1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거 메테오를 암시하는 거 아님?
[3]
88
4
내가 좋아하는장르는 왜 죄다 마이너한것들뿐일까
[4]
101
0
동생이 돈까스와 비통함을 바꿔먹었어.
[5]
88
1
무한회귀자가 썰 품 성녀 미쳤다.
63
2
근데 해리 ts에 필수요소는
[1]
85
0
해리ts 스네이프 야설은 그게 진짜임
[19]
1921
45
이면세계 들어가서 드랍템 하나에 몇 천만 원씩 거래되는 상황은 어떰
[18]
170
2
문피아 공모전 눈에 띄는거 있냐
[5]
110
0
사실 AI가 나쁘게 묘사된 소설이 프로파간다라면?
[8]
9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