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현대 공포 소설 작가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스티븐 킹이 쓴 샤이닝 시리즈.


샤이닝은 어디선가 들어봤을텐데, 샤이닝이 뭐냐면


이 짤방이 나온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히얼스 쟈니!!!


뭐 저 영화 자체는 오래되었고 약간 B급 감성이지만...샤이닝 소설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다. 그리고 이 리뷰를 쓴 이유는 샤이닝의 후속작이 있기 때문.



이거다. 닥터 슬립.


일단 '샤이닝'은 1권의 주연인 토런스 가족의 어린 아들인 대니가 가진 초능력의 이름이다. 이 샤이닝이라는 능력 자체가 무엇인지는 굉장히 모호한데, 능력자의 출력에 따라 단순히 순간적인 천리안을 얻는 정도에서 유령을 본다거나, 마음을 읽고 텔레파시를 보내거나, 능력이 충분히 강력하면 아예 다른 차원을 엿보거나 염동력을 행사할수도 있다. 물론 건물을 박살내고 하는 수준은 당연히 아니고 고전적인, 접시를 공중에 띄우는 정도만. 즉 초능력이라기보단 오히려 무당의 신기에 가까운 느낌임. 이 능력에 대해 더 보고 싶으면 스티븐 킹의 다크 판타지 시리즈인 다크 타워를 읽어보면 좋다. 다크 타워 시리즈 자체가 킹 세계관의 총집합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1권인 샤이닝은 대니의 아빠인 존(짤방의 아저씨)이 비수기 기간 동안 귀신 들린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콜중독자인 존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미쳐가는, 현실적인 광증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면 아들인 대니는 당연하지만 초능력으로 보는 수많은 유령들로 인한 초현실적인 공포를 담당하게 됨. 그리고 여기서 호텔의 요리사인 딕 홀러란이라는 아저씨를 만난다. 이 아저씨는 동양판타지에서는 흔한, 소위 말하는 '재능은 주인공에 비해 부족하지만 경험이 많은 선배 능력자' 포지션을 담당한다. 당연히 이 아저씨도 샤이닝 능력자라, 첫 만남에서 대니에게 몰래 텔레파시를 보내 대니를 깜짝 놀라게 한다. 물론 설정상 샤이닝은 성인이 될 수록 약해진다는 묘사가 있어 이 아저씨는 호텔에 뭔가가 있다 정도만 알지 대니처럼 명확하게 형체를 분별할 정도는 아니다. 재능 자체도 대니 쪽이 훨씬 우수하고.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니 넘기고 하여튼 대니는 이 아저씨한테서 초능력의 기초와 활용법을 배운다. 여하튼 이 귀신들린 호텔로 인해 미쳐가는 존과 그런 존과 유령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웬디(짤방의 아줌마/대니 엄마)와 대니의 고군분투가 메인 스토리임.


그리고 내가 소개하고 싶은 2권인 닥터 슬립은, 주인공 대니가 성장하여 아버지랑 같은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이야기다. 닥터 슬립은 대니의 별명으로, 샤이닝 능력으로 임종이 임박한 요양병원 환자들을 마치 잠들듯 편안하게 보내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책에서는 대니가 전권의 딕 포지션을 맡게 되는데, 그에 걸맞게 전권의 대니 포지션인 아브라 스톤이라는 소녀가 등장한다. 대니 역시 유령을 명확하게 보고 능력의 사용법을 제대로 익힌 뒤에는 마음 속에 "금고"를 형상화해서 유령을 잡아가둘 수준의 강력한 샤이닝 능력자인데, 이 여자에는 영적인 힘을 넘어서 아예 염동력같이 현실에 물리력을 발휘하는 수준이다. 대니 본인이 자기가 손전등이면 아브라는 등대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2권의 적대 세력은 1권처럼 유령이 아니라 True Knot(참된 매듭)이라는 조직으로, 샤이닝 능력자를 살해한 뒤 그 몸에서 나오는 연기 형태의 정수 비스무리한 것을 흡수해서 제한적인 불로장생을 노리는 집단이다. 앞서 말했듯이 샤이닝 능력은 어릴 때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이들은 미성년자 납치 살해를 주로 하는 빼도 박도 못할 절대악이다.  워낙 오래 산 탓에 높으신 분들과 연줄이 탄탄하고 돈도 썩어나서 사람 죽이는 걸 덮고 다니는 건 덤. 당연히 이 정수라는 건 지속적으로 흡수해야 계속해서 젊음을 유지할 수 있기때문에 이들은 끝없이 능력자를 찾아다니고, 그들의 눈에는 보물 고블린으로 보일 정도로 무지막지한 능력을 가진 아브라를 찾자마자 미친듯이 쫓기 시작한다. 이들에 맞서 대니를 비롯한 어른들이 아브라를 지켜내는게 주요 스토리.


요즘 웹소설처럼 초능력자가 일반인은 대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초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오 신기하다' 수준의 힘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액션물 대신 공포 소설이 된 책인데. 진짜 재밌다. 본인이 음울하고 무거운 로우파워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임.


당연하지만 먼치킨물을 좋아한다면 최강의 능력자가 최약체인 이 소설은 보기 껄끄러울테니까 그러면 이건 안 보는게 나음.


필력이야 당연히 작가인 스티븐 킹이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같이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진 기성 작가라 굉장히 탄탄하고, 무엇보다 웹소설에서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운 올드한 공포 감성을 잘 쓰는 아저씨라 본인이 호러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스티븐 킹의 다른 소설도 찾아서 읽어보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