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으로 그을린 피부, 태양과 같이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단발. 누가 봐도 몸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솥의 약물을 젓고 있는 마녀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정도면 숲 밖으로 나가서 살아도 되지 않아? 이 정도면 내 몸 하나 지키면서 살아가기에는 충분한 것 같은데?"

"고작 4서클 주제에 무슨 생각으로 숲 밖에 나가서 산다는거야? 그리고 약속한 건 5서클이었잖아."

"분명 책에서는 4서클도 밖에서 충분히 대우해준다고 했어. 겁먹을 거 없다니까?"


그러자 마녀는 국자를 내려놓으며,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밖에 나가본 적은 있니?"

"당연히 없지! 누나가 못 나가게 막는데 어떻게 나가?"

"내가 뭐라고 했더라? 분명 책의 내용을 과신하지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맞니?"

"...그게."


남자가 말을 더듬자, 마녀는 기회를 잡았다는듯 남자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저번에 752번 마법서에서 켄타스 방정식을 과신하면서 술식을 전개했다가 뒤뜰을 날려먹은게 누구였지?"

"그건 내가 식을 잘못 써서 그런 거잖아!"

"249번 마법서에서 마일로 공식을 철썩같이 믿고 3개월치 식량을 불태운 건?"

"..."


남자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푹 숙였고, 마녀는 의기양양하게 남자를 마저 쏘아붙였다.


"봐. 마법서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는데 바깥에 대한 문물을 적은 책은 얼마나 오류가 많겠어? 그러니까 5서클까지는 찍고 나가자, 응?"

"...알았어."


마녀가 다시 솥의 약물을 젓기 시작하자, 남자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이쯤이면 되겠지."


남자의 손짓에 오두막집을 감싼 마법진들이 천천히 빗나기 시작했다. 이어 삼중, 사중으로 공중에 마법진이 나타나고, 가장 바깥쪽의 마법진에서 사슬이 나타나며 모든 마법진들을 감싸 마치 봉인 마법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이에 마녀가 급히 문을 부수고 나왔지만,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녀에게 말했다.


"이미 늦었어, 누나."

"...너!!!"

"못해도 거기에 있어야할거야. 이 마법진 만든다고 1년은 걸렸거든, 숲 밖에 나가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 줄 알아?"


마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정교하게 조금씩 그려냈다. 첫 번째 마법진을 만드는데 4개월이 걸렸고, 2번째 마법진은 3개월, 3번째 마법진은 2개월, 4번째 마법진은 1개월, 마지막으로 봉인 마법이 2개월이 걸렸다.


마녀에게 숨기기 위해 항상 땅을 덮었고, 덮을 때 지워진 부분은 남자가 다시 그려야 했으니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고, 바로 지금.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었다.


"...너, 이거 풀고 잡히면 진짜 뒤질 줄 알아."

"죽을 것 같으면 돌아올게. 그럼 누나, 나중에 봐?"


남자는 그렇게 숲 안쪽으로 달려서 들어갔고, 마녀는 그 광경을 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에로프들, 오늘 만찬이겠네. 그래도 저 녀석의 처음은 내가 가져갔으니 상관없어."


마녀는, 다시금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잡히면, 이번엔 감금하고 착정할거야. 빌어먹을 동생아."


그 말을 끝으로, 마녀는 봉인 마법을 향해 모든 마나를 쏟아부으며 공격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우와... 여기까지 와본 건 처음이네."


오두막의 위치가 대수림 한복판에 있다고 들어서 뭔가 길이 제대로 닦여있지 않을 것 같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길이 깔끔하게 잘 닦여있었다.


"어... 여기로 가면 대수림...? 엘프들이 사는 마을이잖아? 거기 예쁜 여자들 많다고 들었는데."


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나 도시로 가기 전 엘프들의 마을을 들렀다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대수림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40분 정도를 걸었을까? 점점 대수림이 보이기 시작하는 동시에, 나는 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이 냄새는... 누나가 절대 마시면 안된다고 했던 약품의 냄샌데."


머리를 어지럽힐 정도로 달달한 꽃향기, 효과가 뭔지 물었을 때 누나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효과는 모르지만 절대 맡아서도 안될, 먹어서도 안될 위험한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런 냄새가 난다는 건... 누군가 대수림에 독을 풀었다는 것인가?


내 몸 하나 지킬 정도의 무력은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을 뒤엎을만한 무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여기까지 냄새가 날 정도로 독을 풀었다면, 나 정도는 쉽게 제압하고 유린할 실력자겠지.


판단을 마친 후 뒤를 돌아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 순간 발 앞에 화살이 꽂혔다.


"동작 그만. 고슴도치가 되고 싶지 않다면 그 자세 그대로 멈추는 게 좋을거야."


잔잔하면서도 청아한 목소리, 분명 고고하고도 아름다운 종족인 엘프가 분명한데, 왜 이렇게 느낌이 쎄할까.


"금발에... 갈색으로 그을린 건강미 넘치는 피부... 그리고 들박까지 가능한 미친듯한 근육... 이거, 자지까지 크면 상등품인데?"

"언니, 저것 봐. 이미 저것만 봐서도 특상이야."

"그렇네, 스카디? 여기 지금 너랑 나 밖에 없지?"

"응! 언니! 여기가 우리 관할 구역이잖..."


적발 엘프가 말하기도 전에 은발 엘프가 적발 엘프의 뒷목을 가격해 기절을 시켰고, 뽀얀 피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며 음란한 발걸음과 함께 나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특상품을 나눠먹는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마, 원래 맛있는 건 혼자 먹을 때 가장 맛있는거야."

"저, 저기.. 일단 진정하시는 게..."

"진정? 난 지금 충분히 진정하고 있는데?"


무장이 안보여. 만만하게 보고 두고 온건가? 그렇다면 탈출은 지금 뿐이...


철컥.


"...어?"

"왜 그러니? 마치 일어나서는 안될 일을 본 것처럼."


수식을 전개할 손과 팔이 나무에 박혀버렸다.

땅에서 나온 덩굴은 도망을 칠 두 발을 묶어버렸다.


쉽게 말해, 이젠 저항조차 할 수 없다.


"...크읏, 죽여라!"

"너... 정말 꼴리게 말하는구나...? 이건 꼴린 내가 잘못된 게 아니야, 꼴리게 만든 네가 잘못이지."


그녀는 행복한 듯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서는, 내 귓가에 대고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럼, 잘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