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었지만 저녁바람이 선선히 불던 날이었어요.

막 1학기가 끝났다는 쾌감이 가시기도 전에 수많은 과제의 압박으로 저는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어요.

사서님에게 짧은 인사를 드리고 나서 과제에 필요한 책을 고르는 중이었어요.

전 도서관에 그렇게 좋은 기억이 있다고는 못하지만, 도서관의 침묵은 좋아해요.

가끔씩 들리는 책 넘기는 소리,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려는 소리, 또각또각 누군가가 걷는 소리같이요.

비록 지금은 저와 사서님밖에 없어서 저 이외에 걷는 소리는 없지만요.



그렇게 책을 찾던 중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어요.

희미하지만 마치... 누군가가 흐느끼는듯한?

저는 그 미약한 소리를 따라 도서관 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어요.

소리가 가장 크게 나는 선반에 다가갔더니 갑자기 소리가 줄어들었네요.

다만 제 귀가 민감해서 소리의 근원에 도달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제 눈 앞에 보인건 선반에 꽂힌 책 몇개와... 벌레? 였어요. 손가락 두마디 정도 되어보이는.

아니 잘 보니까... 사람과 비슷하네요? 사람 모양의 벌레라니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아님 진짜 사람인걸까요?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소인()님이 책 뒤로 숨으려 했어요.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런 거겠죠?

아마 무리해서 잡으려고 하면 힘들어질테니, 저는 선반에 눈을 맞추고 기다렸어요.

1분정도 지났을까요, 소인님이 책 귀퉁이에 머리를 빼꼼 내놓았어요.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더러웠지만 나름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몸도 그에 맞게 나약해보여서 한손에 힘을 조금이라도 주면 바스라질 것 같았어요.

저는 소인님이 놀라지 않게, 숨소리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소곤소곤 말을 꺼냈어요.

'저기, 괜찮으신가요?'

소인님은 제게 다가오는걸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저에게 살금살금 다가왔어요.

더욱 자세하게 보니 소인님의 눈가에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어요.

'도와...주세요...'

라고 제 얼굴에 대고 울상인 표정으로 말했어요. 이걸 들은 저는 망설임 없이 선반에 제 손바닥을 대고 다시 답문했어요.

'혹시 괜찮다면, 제 집으로 가지 않으실래요?'

소인님은 처음에 주저했던 걸음걸이는 사라지고 침대에 살포시 드리눕듯 제 손바닥에 착지했어요.

저는 소인님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손을 내려 제가 입고있던 후드 주머니에 넣었어요.

소인님도 제 마음을 아는 듯 저항 없이 제 주머니로 들어갔어요.

저는 책을 마저 챙기고 사서님에게 대여 절차를 밟은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어요.

가면서 간간히 주머니 속 소인님은 괜찮은가 살펴보는 중에 벌써 집에 도착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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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주 전에 내가 17살이었나 그때 쓰다 말았던 19금 이상성욕(보빔/후타/거인녀/등등등) 야설 프롤로그인데

노피아에 한번 연재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