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30일차.
새로운 구역을 발견했다. F 구역에서 북쪽으로 200칸 정도 떨어진 곳인데, 30채 정도의 단독 주택과 한 채의 공동 주택이 있다. ( 앞으로는 이곳을 G 구역이라고 부름. ) 경찰서나 기타 공공시설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밍에 적합한 건물은 편의점과 음식점 밖에 보이지 않아 탐색은 후순위로 미뤄두도록 하자. 정확하지는 않지만 A 구역부터 거리가… }
“하, 시발.”
툭.
불쑥, 회의감이 차올라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졌다.
이렇게 열심히 일기를 써봐야 뭐하겠는가. 결국은 죽을 텐데.
아무리 발버둥치고 발악한다고 한들 끝은 정해져 있다. 고작 하루 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아주 지옥 같은 세상.
지옥 같은 게임이다.
쿠르릉-
창문 바깥으로 환한 빛이 비쳤다. 그리고 빛을 따라 굉음이 쏟아졌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밤거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벌써 1시간이나 지난 모양이다.
그러니까 지금 시각이…
얼추 세어 보기로, 9시 정각 쯤 된 듯 했다. 아니면 10시. 혹은 8시거나.
아무렴 어때.
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어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틱틱 소리를 두어 번 낸 라이터에서 불이 확 하고 피어올랐다.
담배에서는 오래 묵은 담배에서 흔히 나는 그런 역한 향이 풍겼다.
텁텁하고 눅진한.
현실에서라면 줘도 피우지 않을 담배이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담배라는 것이 다 이 모양 이 꼴이니. 그저 담배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다행이지.
습-
매캐한 담배연기가 폐 속을 찌르고 들어왔다가 나갔다. 몸이 나른해졌다.
아. 이게 섹스지.
“섹스다, 섹스.”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니,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소파 한 구석에 윌슨이 나를 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뭘 꼬나보냐.”
내 빈정거림에도 윌슨은 아무렴 좋다는 듯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대꾸도, 반응도 하지 않은 채.
대답 없는 윌슨을 바라보며 가만히 담배연기를 뻐끔거렸다.
나도 슬슬 미쳐가나 보다.
“그어어억-”
“구웨에!”
창 바깥으로 구웨엑, 그어억 따위의 좆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번개의 빛과 천둥소리에 몰려든 좀비 떼들. 좆같은 새끼들이다.
창문을 닫아두었으니 건물 안까지 들어올 일은 없겠다마는, 그럼에도 썩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씨발.”
이 좆같은 세계에 들어오고 나서야 왜 게임에서 좀비 울음소리를 들으면 행복도가 감소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좀비가 창 밖에서 그어억, 구웨엑, 씨이발 거리는데 당연히 기분이 좆같지.
아무튼.
이 좆같은 세상에 떨어진 지도 벌써 30일.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뒷부분은 대충 엔딩이 뒤지는 거 말고 없는 게임에 빙의한 주인공이 열심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살아남는 내용임 ㅇㅇ
싸이버거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