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살짝 내리니 천천히 흐르는 붉은 물줄기가 보인다. 마치 붉은 페인트 통을 엎기라도 한 듯이 끝 없이 흐르는 붉은 액체가 내 발 밑에 조금씩 고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조금 시선을 올려봤다. 조용히 누워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항상 자랑스레 휘날리던 보라색 머리카락은 끝자락이 붉게 물들었고, 그 머리카락에 달고 있던 노란 핀은 진즉에 붉은 웅덩이에 잠겨 보이지도 않는다.

 이번엔 내 손을 바라본다. 덜덜 떨리는 손에 무언가 들려있다. 칼. 날이고 손잡이고 모두 붉게 칠해진 칼이 내 손에 들려있다.

"아냐...아니라고...나는 이러려던게..."
 한껏 갈라져 나도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챙그랑

 손에서 힘이 빠져 칼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내 무릎도 바닥을 향해 쓰러진다.

-철퍽

 어느새 붉은 피웅덩이가 꽤 넓게 고여있다. 나는 내가 죽인 노벨짱에게 손을 뻗으려다가, 이내 다시 손을 거두고 그저 눈물만을 흘렸다.

"끅...끄윽...나는...나는 그저 죽어가기 직전인 나작소를 살리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데...!"

'뭐? 나작소? 그런 하꼬를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 인기가 없는 건 다 본인 필력이 모자라서 그런거야. 감당 못하면 그냥 죽어야지'

"노벨짱이 그런 소리만 안 했어도...그래... 이건 다 노벨짱이 잘못한거야...나는 잘못 없다고!"]

 나는 다시 후회가 아닌 분노에 차올라서 떨어진 칼을 주워들어 이미 숨을 거둔 노벨짱에게 박아 넣는다. 더욱 많은 핏물이 쏟아져 나와 내 몸을 적셨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이건 다 노벨짱이 잘못한거니까

"흐흐...나작소...기다려 내가 너의 복수를 해줬으니까... 나도 곧 따라갈게..."

 나는 노벨짱의 몸에서 다시 뽑은 칼을 내 목을 향해 천천히 가져갔다.



2021.11.07. 오전 9시 51분 ~ 10시 33분

노벨피아가 겪은 2번의 사망과 2번의 부활을 기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