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매번 등장할 때마다 치는 대사가 똑같으시네요."

"그야 내가 올 때마다 네놈이 불을 보고 있어서 그런게지. 거 그렇게나 불이 좋으냐?"

"예 뭐…좋죠?"

"왜 그리 좋으냐?"


왜냐니, 사실 이유야 단순하다. 불은 마치 별처럼, 이 땅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빛나니까.


그래서인지 불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나에게도 '별'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자신의 별이 없다는 데에서 출발한 결핍이, 별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반짝임을 향한 갈망이 조금이나마 사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냥, 따뜻하잖아요?"

"참 대충대충인 이유구나."

"뭐 거창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흐음…."


어째서일까. 


나는 이 지경이 되어서도, 이만큼이나 시간이 지나고도 자기의 별이 없다는 사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싫은걸까?


"쯧."


노인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혀를 찬 후, 상념에 빠지려는 사고를 돌리기 위해 거의 다 타버린 잿더미 위에 새로운 장작을 밀어넣는다.


땅에 떨어진 나의 작은 별이 장작에 가려져 잠시 어두워졌다가, 장작을 먹어치우면서 다시 밝아진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설득하려고 오셨습니까?"

"…사실 모르겠다."

"오, 드디어 포기하시는겁니까?"

"끄응. 이쯤 되면 예의상 한번 쯤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아니. 그냥 밖에 나가는 거면 저도 따라 나가죠. 근데 자꾸 어디 가자고 그러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


노인이 매일같이 이곳에 찾아온지도 한참, 자기를 따라오라고 끈덕지게 나를 꼬드기던 노인이었다.


어느 때는 돈, 어느 때는 음식, 어느 때는 무기.


다만 사람들이 별이 없는 나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으니 돈은 필요치 않고,

그렇기에 미식을 해본적이 없는 나는 음식에 쉬이 넘어가지 않으며,

별빛이 없는 나는 무기를 휘둘러도 의미가 없음을 아니,

내가 노인의 유혹을 견디기란 간단한 것이었다.


"다 네놈 좋으라고 하는 일이라니까!"

"보통 사기꾼들도 그렇게 말한다더라구요."

"이익! 이놈이…! 후우."


예상 외로 빠르게 진정한 노인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디.


"흐, 가시게요?"
"좀 있어봐라!"


그러더니 갑자기 창문으로 주위에 뭐가 있나 살피더니  커튼을 쳐서 완전히 가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이 집을 바깥으로부터 격리하려는 듯한 행동에, 나는 이 노인이 왜 그러나 하면서도 가만히 기다렸다.


오늘은 또 뭘 하려고 그럴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뜻밖에도 돌아와서 앉은 노인의 얼굴은 꽤나 진지했다.


그 분위기에 괜히 압도되어 살짝 눈치를 보고 있으니, 노인이 먼저 말을 품에서 뭔가를 꺼내 말과 함께 건냈다.


나무로 대충 만들어 거칠어진 책상 위를 미끄러져 온 뭔가를 집어서 본 나는, 경악을 참지 못했다.


"어 씨발."

"씁! 조용히하게."

"아,아니, 넵."


노인의 말에 입을 다물고서 손에 있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별을 바라보는 목동의 모습이 새겨진 매끄러운 은빛의 뱃지.


희미한 별의 힘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필시 별의 힘을 담아 제련했다는 '별철'로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렇다는 건….


"와, 할배 기사에요?"

"…그걸 보고도 말하는 꼬라지는 바뀌지를 않는구나."

"아니, 좀 놀라긴 했는데 뭐 제가 들어갈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기사단'이란, 강한 별의 힘을 지닌 이들이 모여 인류의 적인 '어둠'에 맞서는 집단.


별이 없는 나는 당연하고, 별이 없는 이 할아버지가 들어가 있을 만한 곳은 아닌데?


"근데 이거 진짜에요?"

"그래 이 망할 놈아."

"씁, 아닌 것 같은데."

"허어, 이런 썩을 놈을 봤나…."


내가 일기로 기사단은 12궁이 각각 기사단정으로 있는 -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 염소, 물병, 물고기 - 이렇게 12개 뿐일텐데.


아무리 봐도 이건 '목동'의 모양이다. 


그래도 완전히 거짓말이라기엔 별철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좀 걸리는데.


내가 의심스럽게 노인을 쳐다보자, 노인은 한숨을 쉬면서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지팡이의 손잡이를 돌리더니, 지팡이가 위아래로 분리됐고.


"허."


그 사이로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별빛'을 흘리는 은빛의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의심을 거뒀다.


별철 만들어진 검은 기사단들의 연합인 '황도'의 본부가 있는 '가장 높은 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진짜였네요."

"그럼 가짜겠냐?"

"…그래서 기사씩이나 되는 분이 여긴 왜 오신건가요? 정체까지 숨기시고."


애초에 기사들은 '가장 높은 산'에서 잘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내 생각을 어렴풋이 느낀 걸까.


노인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은 별빛을 쫓는 '목동'으로, 별의 힘이 약한 대신 다른 이들의 별이 지닌 힘에 민감하기에 실종자를 찾거나 산 아래에서 '황도'에 어울리는 인재를 물색하는 등의 일을 한다는 듯 하다.


그리고 정체를 숨긴 건 기사단에서 인재를 찾으러 왔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별을 과시하고 다니는 놈들이 있어서 그렇다는 모양이다. 


재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평소에 흘러나오는 별의 기운을 봐야 하는데 그런 놈들이 있으면 곤란하다고.


아무튼 이 마을에 들린 것도 인재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그럼 왜 제 집에 자꾸 오십니까? 저는 기사 같은게 못 됩니다."

"나도 알지, 자네는 이제…내 후계자로 삼으려고 한 것라네."

"후계자요?"

"자네는 다른 별의 힘을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느끼고 있을테지, 안 그런가?"

"음."

"내 약해빠진 별도 단숨에 눈치채지 않았나."


그런거였구만.


약간의 실망감과, 실망할 정도로 기대를 품었다는 자괴감이 한꺼번에 덮쳐온다.


"하, 안합니다. 안해요. 저는 어차피─"

"별이 없어서 기사가 못된다는 건가?"

"…예."

"그것 말인데…."


자기 턱을 쓰다듬던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자네의 별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네."

"…예?"


불가능하다.


언제나 입에 달고 살았던 그 말이 왜 지금은 나오지 않을까.


한마디만 뱉고 멈춰버린 나를 향해 노인의 말이 날아와 꽂힌다.


"자네는 '가장 높은 산'의 다른 이름이 뭔지 아나?"

"…'별과 가장 가까운 곳'이죠."

"그래, 그건 높다는 것의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별과 인간의 연결이 가까워진다는 뜻이라네. 그곳에서는 산 아래보다 더 선명하게 별을 느낄 수 있고, 평소보다 더 많은 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지."

"…."

"거기라면 자네의 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네. 사실 나도 그랬거든. 클클. 미친놈처럼 산을 오르다가 내 별의 속삭임을 들었지."


설마 사람이 진짜 별이 없겠나─하고 사족을 덧붙이는 노인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생각했다.


정말로…가능할까? 지금이라도 내 별을 찾을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이 뇌를 헤집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노인은 그런 나를 두고 일어섰다.


나는 혹시 그냥 떠나는 것인가 싶어 화들짝 놀랐으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니, 내일 다시 오겠네."

"아…예."

"거 갑자기 얌전해져서는평소처럼 하게, 평소처럼."


내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은 문을 열고 나갔다.


오롯이 혼자가 된 공간에서, 나는 조용히 앉아서 고민했다.


계속해서 고민했다.


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의 별을 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과, 그곳에서조차 별을 발견할 수 없다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뒤엉킨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했을까.


답답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노인이 닫고 간 커틀을 치우고, 창문을 열어 '가장 높은 산'을 쳐다보았다.


"하하."


그리고 저 산이 바로 보인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직접 지은 이 오두막에 고작 하나 있는 창문에서 바로 저 산이 보이도록 한 것은 자신이었다.

아직 자신에게도 별이 있으리라고 믿던 시절의 희망으로 가득찬 자신이었다.

여전히 이 집에서 저 산을 쳐다보며 살고 있는 것도 자신이었다.

자신의 별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별을 갈망하는 자신이었다.


머리가 맑아진다. 신선한 밤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고민은 끝났다.


어느새 떠오른 달을 보며 눈을 감자, 천천히 의식이 가라앉았고.


나는 꿈을 꾸었다.


가장 높은 산에 올라 붉게 타오르는 나의 작은 별을 만나는 꿈을.


부디 내일 떠날 여정의 끝이 이 꿈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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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할배 뒤지고 유언따라 산을 향해 모험하는 이야기 쓰려고 했는데 그럼 너무 급전개라 포기함 


그리고 태양 없는데 왜 달이 빛나는지는 따옴표에 나올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삭제함 이유는 나름 생각해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