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배신자 속성의 히로인은 그걸 빌미로 조금씩 조교하는 맛이 있어야지일단 주인공이 순수하게 용서한 것처럼 받아주면서 옛날로 돌아가는데가끔씩 "크윽, 네가 배신했을 때 때린 상처가!"라면서 죄책감을 유발하고그것 때문

arca.live

이번에도 장르소설 채널 리퀘스트로 하나 대충 써 봄. 퇴고 몇번 더 하는 게 맞을 거 같긴 한데 야식 먹으러 가야해서 그럴 시간이 없음...
창작문학채널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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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가족들 안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죄송... 죄송합니다..."


좁은 여관 방안에 두 남녀가 모여 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여자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다. 여자의 두 뺨은 흥건히 젖어있다. 여자는 언어 능력에 문제가 생긴 듯, 흐느끼면서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거 알아요 공주님?"

"제가 그러면 안됐는데..."

"저 공주님 좋아했다?"

"제... 제가... 감히 용사님께..."

"근데 남자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우는 모습보단 웃는 모습을 더 좋아한다?"

"감히 제가... 그런 짓을 해버리고..."

"그러니까 그만 울고, 웃어 봐요."

"저는... 저를... 네?"


무릎을 꿇은 채로 울며 칭얼대던 여자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이게 뭐야. 아주 눈물범벅이네."


남자가 옷소매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나 정작 여자는 계속 울기만 하였다.


"하지만... 저는 용사님을..."

"됐어요 이제. 그만 울고 일어나봐요."

"전... 저는..."

"아, 일어나보시라니까."


여자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남자가 여자의 치맛자락을 털어주었다. 바닥에 무릎꿇느라 더러워졌던 치맛자락을.


"이제 그만해요. 보고 있기 괴로워. 나도 울고 싶어진다고요."

"하지만 용사님은... 저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왼팔을 바라본다. 팔꿈치 아래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팔을.


"됐어요. 새로운 시대에 줬다고 하죠 뭐. 그만 얼굴펴요."

"용사님... 용사님..."

"그만 울라니까는."


남자가 여자의 등을 토닥여준다.


"자자 진정하고, 재회를 기념하며 신나게 놀자고요. 아침에 보니까 마침 오늘 시장에서 뭘 한다던데."



*



그 후로 두 남녀는 한참을 놀아댔다. 주로 침울해져있는 여자를 남자가 끌고 다니는 모양새였지만, 여관으로 돌아올 즈음부터는 여자도 얼굴이 밝아졌다.


'용사님... 나를 위로해주신다고 이렇게까지...'


... 라며 여자는 감동하였다. 그것이 자신의 오산이라는 것도 모르고.


애당초 남자는 그리 착한 성격이 아니었다. 용사로 뽑힌 이후 부터는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행동거지에 신경쓰고 다녔지만 본성은 오히려 악인에 가까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소 악한 방법을 써서라도 그것을 해내는, 그런 성격이었다.


"후 지친다."

"수고하셨어요."

"이야 설마 도중에 길을 잃을 줄은 몰랐단 말이죠. 여관 이름 기억해둬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여관 이름을 기억해둔 건 저였지만 말이죠?"


여자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남자도 따라 웃다가 갑자기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

"괜찮으세요?"


여자의 눈이 토끼눈이 되었다. 남자가 손을 내질렀다. 크게 걱정할 만한 무언가가 아니란 의미였다.


"괜, 콜록! 괜찮으니까 물 좀!"


여자가 남자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남자는 꿀꺽꿀꺽 목으로 넘기고는 푸하 하며 입을 다신다.


"별 건 아니고 사레가 들려서요."

"아~."


걱정이 그득하던 여자의 눈이 풀렸다. 여자의 눈에는 걱정외에 자책과 두려움도 담겨있었다. 남자의 기침이 혹여나 여자 자신의 배신으로 인해 유발된 무엇인가는 아닐까. 그 잠깐 새에, 여자는 그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고는 입을 뗐다.


"후우. 자 그럼 전 씻으러 가보겠습니다."

"아, 네! 먼저 씻으세요!"


방이 둘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여관에 남는 방은 없었다. 두 남녀는 결국, 나갈 때 골라놓은 방을 마저 쓰게 된 것이다.


"다행히 침대야 두개가 있다지만은 용사님이랑 한방..."


여자가 부끄러운 듯한 얼굴을 지었다. 그것은 수줍음과도 비슷했으며 남사스러움과도 비슷했다. 그러나 여자는 지금 그런 것을 구가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상황은 안 좋았다. 여자는 그때 뛰쳐나갔어야 했다. 여관 밖으로든. 아니면 어디로든.


"공주님, 죄송한데 비누 좀 줘요! 비누가 없어!"

"예?"


여자가 두 귀를 의심했다.


"비누요 비누! 비누가 없어!"

"하, 하지만..."

"아까 낮에 축제에서 받은 그거로 주세요! 2갠가 샀잖아요?"

"그런 남, 남사스러운"

"아 남사스러우면 눈을 돌리고 주든가 하세요. 나 추워!"


여자가 멈칫멈칫거리면서 가방에서 비누를 꺼내서 남자에게 넘겼다. 남자는 문 밖으로 상반신을 삐죽 내밀고 비누를 받았다.


"아, 공주님 땡큐. 무슨 여관이 비누가 없어서..."

"문... 닫으셨나요?"

"네, 닫았어요. 눈 떠도 되요."


여자가 살포시 눈을 떴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우 하며 안도하던 그때, 남자의 말은 도둑같이 찾아왔다. 남자는 일부러 여자가 곤란해하는 것을, 자신의 팔을 강조하며 말했다.


"아, 근데 공주님. 내가 팔이 불편해서 그런데."

"예?"

"공주님이 등 좀 밀어줘라."

"... 네...?"


여자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그런 일을'


... 과


'그래 팔이 불편하면 어쩔 수 없지.'


... 와


'그 팔은 내가 배신한 것 때문에 잃은 팔 아니야? 그럼 내가 해야만 하는 게...'


... 의 3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켜 버렸다.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쐐기를 박았다.








"아 공주님! 옷은 젖으면 뭐할테니까 가급적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