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 타닥


어두운 방안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밝은 모니터 불빛에 반사되어 비추는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단지 손가락이 움직이는데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머릿속의 글자를 그 안으로 쏟아냈다.


끼이익-


어두컴컴했던 방의 문이 열리면서 한 여성이 들어왔다.


갈색의 웨이브진 머릿칼에 살짝 앙칼진듯한 눈꼬리 풍만한 몸매에 착 달라 붙어 속옷의 라인이 드러나는 회색의 원피스 그리고 앞에 걸친 에이프런은 뭇 남성들의 방심을 울리기엔 충분한 모습이었다.


"...작가님. 또 밤새 글만 쓰신거에요?"


그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않고 그녀를 인지하지 못 한다는듯 모든 정신을 모니터와 키보드를 두들기는 두 손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휴... 참. 먹은 음료수 캔이랑 과자 봉지 같은건 옆에 놔둔 쓰레기통에 넣으시라니까..."


그녀는 바닥에 널부러진 음료수 캔과 과자가 담겨있던 봉지등을 주워 들고온 쓰레기봉투에 하나 둘씩 집어 넣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거들떠도 보지 않은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에도 크게 화를 내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모든 신경을 글에 집중한체 집필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그녀 또한 가장 바라는 모습이니까.


타다닥- 타다닥-


탁- 탁-


작게 울려퍼지는 키보드소리. 그녀는 바닥에 널부러진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서 천천히 그의 뒤로 돌아가서 그가 쓰는 글을 보았다.


"..."


그리고 그 모니터를 보자 그녀의 인상이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텅 비어있는 하얀 화면만을 비춘채로 띄워져있는 메모장.


"...작가님..."


그래. 작가인 그는 글을 쓰는척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응? ... 봤어?"


"하... 글을 쓰시느라 바쁜신 줄 알았더니..."


"아니 그게... 글이 안써지더라고... 소, 속이려던건 아니야! 미안해! "


"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그가 앉은 의자를 돌렸다.


"벌을... 받으셔야 곘네요?"


"버,벌? 아, 안돼! 제발! 내가 잘못했어!"


남성은 크게 놀라 두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벌을 받으면 큰일난다. 그녀의 벌은 받으면 안된다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오늘 저녁은 장어에요."


"...제바알! 여보!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흥..."


그는 머릿속으로 외쳤다.


'아니 의무방어전은 어제 했잖아-!'


그렇다. 그는 밤이 무서운 남자였다.











달그락 달그락


그는 젖가락으로 겨우 깨작거리며 밥을 살짝 퍼서 먹었다.


그리고는 김치를...


"자기?"


아니 장어 살점을 하나 들고서 입에 넣었다.


"꼬리가 그렇게 좋다는데..."


"아, 아냐. 꼬리가 좋다는 말은..."


" 꼬리, 먹어요."


"네..."


이미 씹고있는 장어에 꼬리까지 추가하여 입에 넣는다.


아마 오늘 저녁 식사중 먹은 음식은 밥보다 장어가 더 많겠지.


그는 다가올 시련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밥 먹다 말고 왜 눈을 감고 그래요? 지금 제 얼굴보기 싫다 이거에요?"


"...아냐! 그런거. 너, 너무 맛있어서 그러지! 어! 이거 너무 맛있다! 여보가 했지?"


"...네 뭐 제가 만든거긴 한데... 그보다 자기."


"어, 어. 왜?"


그녀는 숟가락에 담긴 밥을 입에 넣고 자신의 몫으로 퍼둔 찌개 국물을 한번 퍼 먹은후 말했다.


"작품... 얼마나 진행 되었어요?"


"...그... 조금..."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굳으며 변하기 시작하였다.


"조...금?"


"하, 한 70프로 정도 되었어! 어! 그럼!"


"...제법 되었네요? 그럼 뭐 다음주 중으로 끝낼수 있는거죠?"


그녀가 말했다.


다음주라니... 절대 무리다. 70프로가 되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30프로 정도 겨우 써 놓았다.


그런데 다음주까지 전부 완성을 하라고?


"다,다음주?"


"...왜요? 안돼요?"


"아냐~! 할수있어! 어! 나만 믿어. 여보. 다음주 중에는 꼭 끝낼게."


그의 확답을 듣고서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시작했다.


다음주까지라... 과연 할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


어젯밤 있었던 아내의 착정 테크닉에 그는 침대에 뻗어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지 피부에 밝은 광을 내며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 치마에 흰 와이셔츠 검은 마이 그리고 화룡점정인 검은 스타킹까지.


"여보. 그럼 저 오늘도 출근할게요?"


"응... 잘 다녀와... 흐아암-"


"...저 없다고 놀지만 말고 글 꼭 써야해요? 밥도 잘 챙겨먹구요. 반찬 다 해서 넣어둔거 알죠?"


"알았어... 잘 다녀와..."


철컹- 띡- 띠리리리릭-


아내는 검은 구두를 신고서 밖을 나왔다.


또각- 또각-



주차장에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ㅡ♬ ㅡ♬


전화벨이 울리며 그녀의 신경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전화를 들어 누구인지 확인 하였다.


편집장 개새끼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서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덌다.


"네. 편집장님."


[너 지금 어디야?!!]


소리치는 편집장의 목소리에 그녀는 전화기를 살짝 뗀 후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출근 중인데요. 왜요?"


[거 작가님은 글이 얼마나 됬어?]


"...거의 다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미 기일을 넘긴지가 세 달이 지났는데 뭐?! 거의? 너 지금 나랑 장난해!]


"...그럼 어쩔까요? 뭐 작가님 두들겨 패고 쥐어짜서 글을 받아와요?"


[하... 이 또라이 같은 년... 진짜.]


편집장의 폭언에도 그녀는 아랑곳않고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 작가님은 알아서 잘 집필하고 계시니까 신경 끄세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 말만 벌써 서른번이 넘게 들었어.]


"...그래서요?"


[하... 출근하고 마저 이야기하자.]


"그럼 끊을게요."


그녀는 편집장의 말을 마저 듣지도 않고서 통화를 종료한채 폰을 옆좌석에 던졌다.


"후우..."


그녀의 직업은 편집자.

그것도 사랑하는 자신의 남편이 쓰는 글을 담당하는 편집자.


...물론 원래 둘의 관계는 편집자와 작가도 부부사이도 아닌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와 작품을 집필하는 작가였었지만...


그는 아직도 그녀가 작소였던 자신의 소설에 유일한 팬이었던것을 모른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으로 그와 맺어진지 어느새 3년.


그를 위해 유망한 직업을 모두 내던지고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에 취직하였다.


편집장의 갈굼도 마감에 대한 압박도 회사의 눈치도 모두 자신이 감당한다.


먹는것도 자는것도 잔병치레도 그리고 쌓여가는 성욕까지도.



"사랑하는 우리 작가님 집필 하시는데 방해가 되어선 안되니까..."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나작소 작가였던 그를 위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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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지순한 나작소 독자의 작가에 대한 순애 그것만이 나작소 작가를 위한 유일한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