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건물 안, 그리고 그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엄숙하디 엄숙한 면접장.


모든 창문이 막혀 어두운 면접장의 내부에는 다섯 명의 면접관이 중앙의 면접자를 빙 둘러싸고 앉아 있다.


중앙에 위치한 면접자인 내 위로만 비춰지는 불빛. 그리고 그 불빛으로 겨우 보이는 면접관들이 내게 주는 무겁고 엄숙한 공기는 내 몸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에 지원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중앙에 앉은 면접관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원하게 된 계기? 그건 내가 아주 자신있게 답 할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




나는 어릴적 무척이나 장난이 많은 아이였다. 짓궃은 장난을 심하게 치고 다니던 소년. 그리고 그런 심성과 비례하듯 겁 조차 없이 모험을 즐기는 아이였다.


그런 내가 9살쯤 되고서 맞이한 여름 방학의 첫날. 


나는 매일 같이 노는 두 명과 함께 여느때와 같이 우리들이 비밀기지라고 부르는, 뒷산에 위치한 공터에 모아온 나뭇더미와 상자를 쌓아만든 그곳에서 모였다.  그 비밀기지는 굉장히 커다랬다. 제법 넓은 공터의 절반을 뒤덮을 수준이었으니까.


물론 비밀기지는 우리가 만든게 아니라 이 동네에서 자라오던 아저씨들이나 형들이 수년에 걸쳐 이것저것 더하고 더해서 만들은 것 이었고 이제는 나이가 들은 형들에게 우리가 물려받았었다.


생각해보면 그 비밀기지는 잘 만들었다기보다는 그저 이것저것  섞이고 더해져서 만들어진 조잡한 것이었지만 그 당시 어린 우리들에게는 굉장히 멋들어진 공간이 었어서 그 비밀기지를 물려받은 그 순간부터 우리는 매일같이 그곳에 모여 놀곤 하였다.


"야, 이것봐라?"


그렇게 평소처럼 모여서 비밀기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놀던 중에 우리들 중에서 가장 잘 사는 집안의 친구가 자신이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온 무언가를 꺼내어 들었다. 다른 친구와 나는 호기심에 그 녀석이 주머니에서 꺼내어 드는것을 굉장히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뭐야? 뭔데?"


그 녀석이 꺼내어 든것은 멋들어지게 장식된 총 모형의 라이터였다.


그것도 당시 유행하던 만화의 카우보이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와 비슷하게 생긴 라이터.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총구로 자그맣게 솓아오르는 불길. 


물론 우리는 아버지들이 담배를 피울때 쓰는 보통의 라이터는 본적이 있었지만 멋있는 총모양으로 된 라이터는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그렇기에 그 라이터에 매료되었다.



"야! 나도 한번만 만져보자!"


"나도! 나도, 한번만 당겨볼게 응?"


"아, 안돼! 이거 아빠한테 내가 받아온거야! 이거 고장나면 나 엄청 혼나!"


당시 그 친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받아온 라이터라고 하였지만, 어느 아버지가 9살난 자식에게 라이터를 주겠는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말이지만 그 당시의 우리는 그저 총 모양의 라이터에 반하였으며 어린 나이었기에 그런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 치사한놈! 너랑 안놀아. 한번 만져만 보자는데, 더럽고 치사하다. "

"그래! 나도 너랑 안놀거야."


"아니, 야! 그런게 어딨어!"


라이터를 가져온 친구는 삐진 우리 둘과 다시 화해를 하기위해 이것저것 말을 걸었고 결국 두 눈을 꽉 감으며 우리 두사람이 듣고싶어하는 소리를 해주었다.


"알았어! 대신에 한번만이다?"


""진짜?""


나와 다른 친구는 눈을 빛내며 그 친구에게서 라이터를 건내 받았다. 검정색과 회색등이 어우러져 멋들어진 피스톨 모양의 권총.

방아쇠를 당기자 따악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오는 라이터, 다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 했던것은 아무리 총의 모형이래도 그것은 위험한 물건이라는것.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위험함을 인지 하지 못 하고 있었다.


나와 다른 친구는 비밀기지에 놔뒀던 공책에 과녁을 그리고서 찢어 라이터의 주인인 친구에게 내밀었다.


"야, 이거 종이 들어봐."


"뭐하게?"


"아 총 좀 쏴보게! 들어봐."


나는 내가 생각하는한 최대한 멋들어지게 총을 잡고서 입으로 피융- 소리를 내며 방아쇠를 당긴다.


물론 그 총은 고작 라이터였기에 딸칵- 소리를 내며 작은 불을 내뿜을 뿐이었지만.


"와! 나도! 나도 할래!"


"그래. 자!"


나는 다른 친구에게 라이터를 건내주고서 옆으로 물러섰다. 

그 친구도 어디서 본건 있었기에 방아쇠를 당기고 총을 휙휙 돌린 후 입김을 후- 불고서 끝 마쳤었다.


"그, 이제 나도 할래."


"아. 그럼 내가 표적 잡아줄게."


표적을 잡고있던 라이터의 주인인 친구도 놀고싶어 하였기에 내가 그 친구를 대신하여 표적을 잡겠다며 넘겨 받았다.


그때까지 우리는 별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야, 근데 총을 쐈으면 표적에 구멍이 나야할거아냐?"


"응? 그런가?"


"잘봐."


그 친구가 라이터를 표적지 앞에 가져다 대고서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따악-!


라이터에서 뿜어진 작은 불길은 순신간에 표적지를 불 태웠고 나는 그 열기에 놀라 화들짝 놀라며 표적지에서 손을 떼었다.


활활 타오르는 표적지, 아니 종이.


다만 우리가 있던곳은 그 불타오르는 종이가 있기에는 굉장히 좋지 않은 곳이었다.


종이를 불태우던 불길은 이내 우리가 만든 비밀기지를 구성하는 종이 상자에 옮겨 붙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는 불길에 비명을 지르는 친구들에게 나는 소리질렀다.


"으악-!"


"야! 얼른 나가!"


친구들이 뛰어 나가고 나도 나가려는 그 순간 친구놈이 던져 놓고 나간 라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 라이터가 고장나면 엄청 혼난다는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나는 그 라이터를 잡기위해 다시 되돌아 갔었다.

어차피 저것만 잡고 바로 뛰어나가면 되니까. 라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다만 불길이 너무 거세게 커졌을뿐.


내가 라이터를 집는 순간 비밀기지의 천장 역할을 하던 나뭇더미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져 내 머리위로 떨여젔다.


"으아악!"


다행스럽다면 다행스럽게도 그 떨어지는 나뭇더미를 피하기위해 내가 몸을 숙여 앞으로 날려 머리는 안 다쳤다는 것이고, 불행하다면 불행하게도 하필 떨어진 나뭇더미가 내 다리위에 떨어져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으읏! 나가야 하는데!"


불길은 점점 내게로 다가오고 나는 진땀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움직여댔다.


하지만... 무거운 나뭇더미는 내 다리를 꽉 누른채 놓아주지 않았고, 나는 결국 다가오는 불길을 보며 뜨거움에 눈물만 흘리던 그 때.


갑자기 커다란 덩치의 누군가가 달려 들어왔다.


"괜찮니?!"


우리 마을에서는 처음 보는 남성.


그는 한손으로는 촉촉히 젖은 손수건을 들고서 입을 막은채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다리를 뒤덮은 나뭇더미를 보더니 곤란하다는듯 소리치고는 내게 손수건을 건내며 말했다.


"이걸로 코와 입을 막거라. "


손수건을 건내받아 코와 입을 막자 그 남성은 내 다리를 덮은 나뭇더미를 양 손으로 잡고 힘차게 들어 올렸다.


내가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애를 써도 꼼짝도 안하던 그 나뭇더미를 순식간에 들어 올려 뒤로 밀어버린후 그가 내게 말했다.


"일어나 보거라, 걸을수 있겠니?"


그의 말에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팔에 힘을주고 일어서 보았지만 다리에서 느껴지는 큰 고통에 바로 주저 앉고 말았다.


"아, 윽... 안될것 같아요."


"알겠다, 읏-차! 자, 손수건으로 입 잘 막고있거라."


내 말에 그는 단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주저앉은 나를 단숨에 들어올리고서 밖으로 천천히 뛰어나갔다.


...하지만...


여기저기 조잡하게 이어서 만든 비밀기지는 불에 타오르기 시작하자 단숨에 무너지기 시작하였었고 이내 나를 들고 달리던 그의 머리위로도 커다란 합판덩이가 떨어졌다.


퍼억-!


"어윽-!"


하지만 그 남자는 머리를 맞은 와중에도 아랑곳않고 나를 안고서 계속하여 앞으로 내달렸다.

이 공간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


이 공간을 겨우 벗어나고서 그 남자는 먼저 도망나갔던 친구들 앞의 바닥에 나를 내려주었고 천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어졌다.

그는 뒷목에 합판의 파편이 박힌채 굉장히 많은 피를 흘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와중에도 나에게 물었다.


"괜, 찮니..? 어디 다친곳은...?"


"저, 저는 괜찮아요. 혀, 형은요?"


"형도... 괜, 찮..."


"혀, 형?"


남성은 말을 하다말고 눈에 초점이 사라진채 바닥으로 철푸덕 하고 엎어졌다. 

나와 친구들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 남성의 몸을 흔들며 그를 깨우기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남성이 쓰러지고 얼마 후 멀리서 연기를 본 누군가가 신고를 하였던것인지 저 멀리서 붉은색의 소방차가 오는것이 보였다.


나는 이후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감각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기에 정확한 뒷일은 모른다.

다만 내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때 나는 병실에 누워 있었고 나를 구해준 그 남성은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었다.





********** ** 





내 말이 끝나자 면접장은 다시 조용해졌고 왼쪽 끝에 앉은 면접관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그래서 그 남성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일이 있고서 얼마 후 그 분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들어보니 그때 박힌 나뭇조각이 경추를 건드렸었다고..."


"으음, 경추를..."


"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분은 그날 우리 동네에 부임하셨던 신임 소방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나에게 질문을 하던 면접관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 옆의 다른 면접관이 입을 열고 물었다.


"...그래서 당신꼐서 이 일에 지원을 하시는 겁니까? 그 은인을 돌아가시게한 죄책감으로?"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제가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죄책감이 아닙니다. 그 분께서는 자신의 의무를 다 하신것이며 그렇게 어렸던 제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고작 죄책감 같은 감정으로 이 일을 지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그 분의 희생에 대한 모독이니까요."


"저는, 그 분에게 받은 생명을 그 분과 같은 일을 행하여 그 분께서 못다하신 일을 해내고 싶습니다."


나는 잠깐 숨을 들이킨 후 말했다.


"그렇기에 저는 소방관에 지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