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앙ㅡ

그 둔탁한 소리와 함께, 대지가 요동쳤다.


"GRRRRRRRRR!!!"

성녀는 그 존재를 눈치챘다.


드래곤.


그중에서도 가장 흉악하다고 평가받는 블랙 드래곤.

그것이 그녀의 눈 앞에 있었으니.


'도망쳐야해.'


내가 안된다면, 시민들 만이라도.

그리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건.


'...용사?'


한명의 용사 뿐.


그녀는 생각했다.

무모하다고.


어제 본 그의 미숙한 검술론 잡을 수 없을게 뻔했다.


또한, 용사인 만큼, 몸을 사려야 했다. 마왕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뿐이니.


게다가 용사 이전에 사람이였다.그녀는 자신의 눈 앞의 사람이 헛되이 죽는걸 원치 않았다.


'막아야 해.'


그녀는 그에게 외치려 했지만, 그는 아무 주저 없이. 발을 내딛었다.


그가 무너져 내리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그걸 본 드래곤이 그의 꼬리를 휘둘렀다.


끼이이이익ㅡ


하지만 용사는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드래곤이 휘두를 자리에 미리 성검을 휘둘러 두었다.


예측이 아닌 예지의 경지. 그는 미래라 불리는 과거를 경험할 수 있었기에 이를 행할 수 있었다.


꼬리에 인해 밀려난 용사가 땅을 그으며 드래곤에게 달려갔다.


드래곤이 입에서 뿜어낸 화염구에 새겨진 마나의 결을 찾아 가른다.


검성의 경지.


그는 그 경지에 발 끝 조차 미치지 못했다.


그저, 경험으로. 지금 이 순간의. 저 화염구를 가를 방법만을 알 뿐.


그가 입으로 불길이 의해 타버린 장갑을 벗으며 검을 고쳐잡는다.


그리곤, 다시 뛰어올랐다.

그의 칼이 드래곤의 이마를 찔렀을 때에,


콰직ㅡ


무언갈 뚫는 소리가 났다.

그 무엇보다 단단하단 드래곤의 비늘.


이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곳.


드래곤의 환술을 간파하여 이 위치를 알아낸 것이 아니다.

그저, 역겁의 윤회 속에서 알아낸 것일 뿐.


그의 검술에서 경지를 뚫었다거나, 깨달음을 얻은 흔적따윈 없었다.


용사가 검을 떨어트리고선 곧이어 쓰러졌다.


"아...아...드디어..."


드디어 지킬 수 있었어.


그 말을 들은 성녀는 놀람과 두려움. 죄책감과 경외.


그 많은 감정이 섞인채로, 누군가에게 대답을 강구했다.


"도대체. 그는 얼마나 많은 죽음을.."


성녀는 이를 헤아리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