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을

부즈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2021년 3월 1일.

경기도.


나 스스로 자살을 결심하고서도 인생을 놓지 못한 것이 1년 지나버렸다.

스물 일곱살 되는 해에 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겠다고 다짐했건만.


대한의 광복절에 쓸쓸히 길을 거니는 이 누구인가.


태어날 적에 집안에 대소사를 점치는 점쟁이가 말하기를,

"네 집안에 둘째 아이는 세상을 위협할 악인이 되니 하는 행동, 말하는 어휘마다 꾸짖고 다그치어 길들여야 한다."


예언되어진 청년이다.


종교쟁이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그놈의 점이 무어라고 믿어서는 나를 괴롭힌단 말인가.


첫째 형님은 네가 싫다, 보고 싶지 않다며 편지 한장 남기어 집을 뛰쳐나갔고, 부모는 네 잘못이다. 너 때문에 첫째가 나갔다며 울고불고 바닥을 기어 소리치고 구박하는데.


내가 대체 무얼 했길래.

형님 집에 나간 때는 나 군대에 있을 적인데.

내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으랴.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교육도 받지 못한 바보라.

꿈도 꾸지 못하는 바보라.


우리 가족이 나 때문에 힘들다면 나 죽어버리자 결심했건만.

아직도 나 무서워.

죽지 못 해 살고있다.


그리고 상점을 넘어가 커피숍을 지날 때에 나를 불러 세우는 엘레나 엘리노어라는 외국인을 만났다.


"역시 한국에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이 여자를 모른다.

아는 외국인도 없다.


"만나서 반갑구나 묵시의 백기수야."


이 여자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사람 잘 못 보셨다고.

어디 게이머 만남을 하시나본데 저 게임 안한다고.


그럼에도 나를 잡아 의자에 앉혀놓고서는,

그리고서는 내게 보란듯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나는 테이블을 바라 보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집중하라는 뜻 이였을까?


"나는 묵시록의 적기수라."


세계를 위협할 악인이 되리라고 예언되어진 억제당한 짐승이 네명이 있고,

한명은 중화민이였는데 자신네 나라 인구를 다 죽이려 대륙에서 코로나 퍼드렸다 하고.


다른 한명은 버튼 하나 누를려고 높은 지휘에 올라서 대기하고 있더란다.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서 왕을 만나듯.

너의 사고를 막는 믿음을 부수기 위해 나는 너를 보러 왔다."


나는 그녀가 종교쟁이임을 알았기에 언어를 순화해 물러서려하나.


"저는 천사나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으며 영적인 경험을 한적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실망시킨다면..."


"걱정말거라. 살아있는 천사는 천사가 아니고, 살아있는 악마 또한 악마가 아니다.

신께 죄를 뉘우칠 수 있는 존재는 살아있는 것 만이 지니고 있는 특권이며 우리는 신이 정한 운명에 따를 뿐이니. 이 시련을 견디는 자마다 신의 앞에 당당히 서리라."


그녀는 나를 막아세운다.


"백마의 기수야. 3차 세계전쟁의 시작은 너가 쏘아내는 화살이며, 나는 어떻게 너가 세계에 전쟁을 초례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지금의 만남으로 인해 너가 사는 삶은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너가 해낼 것이라 믿기에 나는 너를 찾아내었다."


"..............."


나는 모른다. 그녀의 믿음이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를 믿는다는 한마디가 기꺼워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버렸다.


눈에 생기가 돌고 그 뇌가 활발히 움직여, 본래의 역할을 충실하게 만드니.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이다.


커피를 마시는 잠시간의 시간동안에

나는 세계에 전쟁을 일으킬 답을 생각해 낸다.


지금의 세상은 최대한 말로 구슬려 전쟁을 치루지 않으려 한다.

무엇이 무서운가에 대한 답은 핵이다.

그럼에도

핵을 두려워 않게 만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전쟁이 무엇인가?

생존전쟁이다.


삶에 대한 궁지에 몰려 일순 나라가 멸망해 버릴지라도 언젠가 어차피 사라져버릴 나라.

그 공포를 아는 이여야만이.

그 공포가 희석 되어진 이여여만이.

누구인가, 아니, 어느 나라인가?


전쟁 잠재력은 편견이라 말하는 국가


['북한']과 [‘JAPAN’]이다.


놀랍게도, 나는 이것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의 눈이 뜨이고 내 정신이 맑게 개어 온 몸에 힘이 넘친다.

앞으로 조금만 노력하여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전능감을 느끼며,


놀란 나의 기분에 심장이 크게 박동해 울린다.


그녀는 나의 변화를 눈치채어 몸을 곳꼿이 세우더니


"오늘은 우리의 존재가 전 세계에 퍼지는 기념일입니다."

"적기수인 난 전쟁 준비를 마치었고, 백기수인 너는 전쟁의 씨앗을 뿌리니."


"자아ㅡ, 우리가 세상의 찬탈자라."


너는 활을 들어본 적도 쏘아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쟁의 시위를 당긴 것은 너이고 쏘아낸 것도 너이다.


나를 가로막는 이를 처단하니, 그녀는 크게 놀랐다.


"그건, 그저.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에요. 엘레나."


"적당히, 규칙성도 없고, 독단과 편견에 의한, 「심판」인가...과연.."


"하하하, 왜그렇게 진지해요? 엘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