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비가 내린다.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한 남성...여성인가? 그 어떤 특징도 존재하지 않는, 그렇기에 더 구분하기 어려운 존재가 보인다. 그는 숲 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마침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을 보는 그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최대한 빠르게 달려 숲 근처 마을의 입구에 다다른다.


“드디어...마을을 발견했어...”


 감동에 차오르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경비병이 그의 인기척을 눈치 챈다. 그를 바라본 경비병의 얼굴에 경악과 공포가 서리지만 강한 빗줄기와 피곤한 정신 탓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마을을 향해 점점 더 다가간다.


“제발...제발 공격하지 말아ㅈ...”


“마물이다! 마물이 마을을 습격했다!”


 그 외침과 동시에 그의 얼굴에 상처를 내며 화살 하나가 지나간다. 그는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지만, 이를 악 물고 다시 숲을 향해 도망친다. 그런 그의 등을 향해 화살이 날아오지만 강한 빗줄기에 의해 조준이 빗나간다. 도망치는 그의 팔다리가 들짐승과 같이 변하고, 등에는 단단한 비늘이 솟아난다. 숲 속으로 도망치는 그의 등 뒤에서 점점 작아지는 외침이 들려온다.


“마물을 잡아라! 놓치면 우리의 마을이, 가족들이 위험해진다!”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도망만 치길 몇 십분, 겨우 경비병들을 따돌리고 비어있는 동굴에 도착한 그는 조용히 울음을 터트린다.


“내가...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야...”


 그의 빈 눈동자에서 흐른 눈물이 굴곡 없이 매끈한 얼굴을 타고 내린다.


얼굴 없는 자, 통칭 도플갱어


 인간의 외형으로 변할 수 있기에 마을 규모 이상의 집단에게는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마물은 점점 차가워지는 몸을 양팔로 껴안으며 조용히 떨었다. 상태가 좋았다면 피부를 털가죽으로 바꿨겠지만 방금까지 도망치던 그에게는 더 이상의 기운이 남아있지 않다.



여기까지 쓰니까 너무 귀찮아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