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당신을 연모합니다."


귀족가의 딸 엘리스

그녀는 난생처음 남성에게 사랑고백을 들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다름아닌 자신의 하인

그에게선 이때까지 이성이라는,아니 동등한 인간이라는 감정이 아닌 가축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아...어...저기 란지에...넌 노예잖아..."


거절보단 부정에 가까운 한마디

꿈속이 아닌 현실을 깨우는

넌 나와 동등하지 않다는,비수와 같은 한마디

그 말을 들어도 란지에는 그저 웃을뿐이었다.


"압니다,알아요 아가씨...그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스의 말에도 그는 꺾이는 기색이 없었다.

하찮은 노예의 아들 란지에

그는 그의 조부부터 우리집의 소유물이었고

그 역시 앨리스의 소유였다.


"란지에...그치만 아버지가 네가 이런말을 한걸 알면 넌 큰일이 날꺼야...이번일을 없던걸로 할테니 그런말은 더 이상 하지마..."


앨리스의 걱정어린 당부에도 그는 그저 웃고있었다.


"아뇨,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제가 아가씨를 사랑하는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엘리스는 최대한 그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널 쫓아낼텐데..."


"상관없어요."


"너희 부모님이 반대하실꺼야..."


"상관없어요."


하지만 그의 앨리스를 향한 마음은 꺼지지않을 불꽃같았다.


사실 앨리스도 그가 싫지 않았다.

앨리스도 그를 좋아했고

마치 그를 동생처럼 친하게 대하였으며

그의 외모는 객관적으로 출중하였으니...


하지만 그녀와 그의 나이는 겨우 열넷,너무 어렸고

그와 그녀의 신분이라는 벽이 너무도 두꺼웠다.


란지에는 침묵을 깨고 이어 말했다.


"아가씨 제가 왜 이런말을 하는지 아십니까?"


란지에는 앨리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아니?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란지에는 그 답을 알려주었다.


"왜냐하면 아마 이게 아가씨와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서 일껍니다."


란지에의 말에 앨리스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이때까지 자신의 옆에 계속있던 란지에가 없어진다니...


"전 이제 다른 사람에게 팔립니다.백작님깨서 다른분과 얘기하는걸 들었지요...아마 내일 아침이면 전 없어져 있을겁니다..."


란지에의 말에 앨리스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는 그와의 이별이 싫었다.

그녀역시 그를 사랑했으니까.

그의 검은 머리칼을 사랑했고

그의 푸른 눈동자를 사랑했고

그의 밝은 미소를 사랑했으며

그의 모든것을 사랑했다.


그렇게 란지에는 고백이 아닌 작별인사를 앨리스에게 한것이었다.

그 둘은 마지막 밤의 끝에서 서로를 껴안았고

그 둘에게 창에서 새어들어온 달빛이 부서졌다.


그렇게 두 남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렇게 5년이 지났다.


앨리스는 이제 성숙한 아가씨가 되어

사교계에도 자주 참석하는 등

아버지처럼 사람들을 사귀었다.


어느날 앨리스는 사교모임에서 뜻밖의 이름을 들었다.


"얘,너 그거 봤니? 왕국 기사단장이 된 란지에란 사람말이야...사실 노예출신이래.그리고 오늘 이 사교모임에 참석한다지? 노예출신이라 천한건 아닌지 모르겠네..."


란지에가 이곳으로 온다.

오늘 그를 만날수 있다.

그 생각에 앨리스는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저편으로 부터 어떤 훤칠한 사내가 걸어온다.

그 사내의 등장에 모임장은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내는 앨리스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앨리스 아가씨 더욱 예뻐지셨군요."


그 소년은 시간이 지나도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고

그녀도 이제 소년을 향해 웃어줄수 있었다.


"이제서야...당신과 신분이 비슷해졌군요.그렇다면 이제..."


그러더니 갑자기 그는 주머니에서 뭘 꺼내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말했다.


"아가씨,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그의 손에는 결혼반지가 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