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주제로 스토리텔링해서 한글 기준 1~2페이지 채우는 거임. 내가 쓴 건 2페이지 끝 줄까지 꽉 채우는 분량이고 깨 있는 사람들 함 보고 괜찮은지 평가 좀



 따듯한 김과 함께 올라오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숟가락을 든다. 첫 숟갈에는 건더기 없이 국물만 가득 채워 한 숟갈 뜬다. 국물이 넘치다 못해 바닥에 떨어지는 숟가락을 황급히 밥그릇 위로 옮겼다가, 다시 입으로 옮긴다.

 

“크으~”

 

 이번에는 건더기를 숟가락 가득 채워 밥그릇 위에 쏟는다. 밥그릇 한구석에서 비벼지는 애호박, 두부, 팽이버섯, 고기 등의 건더기가 하얀 쌀알들을 찌개의 색으로 물들이며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미리 손으로 찢어놓은 배추김치를 비벼진 밥 위로 올리고 한 숟갈 크게 푼다.

 

“허업, 허어.”

 

 입안에서 뜨거운 애호박과 두부가 느껴지면서 잠시 고통스럽지만, 이내 차가운 김치의 맛이 뜨거움을 잠재우며 존재감을 내세운다. 급하게 입 안에 있는 것을 꿀꺽 삼키고 이번엔 아예 밥그릇을 들어 찌개에 남은 밥을 통째로 말아버린다. 뜨거움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밥알이 모두 사라졌다. 아직 남아있는 국물과 나물, 김치, 젓갈 등의 반찬을 확인하고 손을 들며 크게 외친다.

 

“이모! 여기 공깃밥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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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역시 이 집 된장찌개가 최고라니까.”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가게를 나선다. 손에 들린 컵에서도 내 입에서도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어느새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추워진 날씨를 느끼며 다 비운 종이컵을 버리고 옷 길을 단단히 여민다.

 

“으~ 추워. 이런 날에는 ‘그걸’ 먹어줘야 하는데. 요즘 잘 안 보인단 말이야...”

 

 따끈따끈한 온기가 손을 데워주고,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 달짝지근한 속까지 이런 추운 날씨를 견디기에 완벽한 간식. 어릴 때는 그 간식을 파는 트럭이 심심치 않게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설 속 생물이라도 되는 듯이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괜스레 품속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2천 원을 만지작거리며 길을 걷던 와중 그 트럭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붕어빵 트럭이다!”

 

 방금 전에 된장찌개에 밥 2공기까지 먹은 사실은 진작에 잊었는지 내 몸은 이미 붕어빵 트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일단 메뉴판을 확인한다. 슈크림도 확실히 있고, 가격은... 천 원에 3개! 최근 비싸진 붕어빵 가격을 생각하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격이다. 나는 바로 2천원을 꺼내며 말했다.

 

“사장님! 슈크림 3개랑 팥 3개 주세요!”

“예~ 금방 드릴게요~”

 

 마침 새로운 붕어빵을 굽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내 주문을 듣자마자 틀에 반죽을 붓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검은색 호수를 거침없이 헤엄치는 붕어처럼 반죽들이 점점 붕어의 모습을 따라 채워지고 있다. 그 위로 검은 팥과 하얀 슈크림이 올라가고. 다시 반죽을 채운다. 이내 뚜껑을 닫고 기다림의 시간을 가진다. 고소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틀이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는 모습을 잠시 감상한다. 마침내 다 구워진 붕어빵이 종이봉투에 담겨 나에게 전해진다. 급히 계산을 치루고 봉투를 열어보니 8마리의 붕어가 보인다.

 

“어? 사장님 저 6개 주문했는데요?”

“아~ 진열대에 남아있던 거라 서비스로 준 거니까 많이 드셔요!”

 

 마치 날개 없는 천사와도 같은 그분의 모습을 쳐다보던 나는 감사인사를 드리고 다시 길을 걷는다. 걸어가면서 봉투에서 붕어빵을 하나 꺼낸다. 배 부분에서 희미한 검은색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 녀석은 팥 맛이 분명하다. 그 검정이 너무도 탐스럽게 느껴져 배 부분을 크게 베어 먹었다.

 

“흐어!”

 

 입을 벌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온다. 이번에는 달리 식혀줄 만한 것도 없는... 아니 있다. 나는 급히 가방을 열어 캔 하나를 꺼냈다. 아까 커피를 마시며 같이 뽑았던 캔 식혜! 뜨거움을 느끼며 급하게 캔을 한 번 섞어준 뒤 입으로 직행했다.

 

“하~! 이제야 살겠네.”

 

 달달한 식혜와 은은하게 씹히는 밥알의 맛. 겨우 뜨거움을 식힌 후 머리와 꼬리만 남은 붕어빵을 마저 먹는다. 중간 부분과는 달리 팥이 좀 적지만 바삭하게 구워진 끝쪽 반죽이 또 별미다. 한 마리를 다 먹고, 이번에는 슈크림 붕어빵을 꺼낸다. 아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머리부터 조심히 먹는다. 반죽과 슈크림이 적당한 비율로 어우러져 입 안에서 섞인다. 팥과는 또 다르게 달콤한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다시 식혜를 마셔 입 안을 씻은 후 남은 붕어빵도 걸어가면서 모두 먹어버린다.

 

“아 이제 진짜 배부르다...어?”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무작정 걷다 보니 어느새 주변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으로 가득하다. 떡볶이에 김밥, 호떡, 저 멀리서는 떡도 파는 것 같다.

 

“꿀꺽...”

 

 지갑에 남아있는 현금을 슬쩍 확인하고, 비장한 발걸음으로 호떡 트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