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웅 꾸웅- 미묘한 소리를 내면서, 검은색의 털이 한가득 달린 복슬복슬한 뱀이 내게 안겨왔다. 


길다란 몸을 가진 데다가 등에는 하얀 털이 가득 나 있는 뱀은 뭐랄까... 일종의 용 같아 보였다.

 

네 개의 다리가 달려있는 길쭉한 몸의 용은,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복슬복슬해 보였다. 껴안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잠이 오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집 안으로 들어오니, 마치 강아지라도 되는 양 내게 안겨오는 육구.

 

그렇게 안겨오는 육구를 몸에 안은채로,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물었다.

 

“그래그래, 육구 오늘도 잘 있었어?”

 

이 녀석은 어릴 때 다 말라 가는 강에서 만난 이상한 녀석이었다. 대체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유독 달라붙어 대는 탓에 강아지를 받아 들이듯 집에 들이고 말았던 것이다.

 

날카롭게 까지 느껴지는 눈으로, 나를 들여다 보는 그것. 조그마한 원룸에 사는데, 이런 커다란 녀석을 집 안에 들이니 내가 있을 공간 조차도 없을 지경이다.

 

물론 나쁘지만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원룸에는, 온기가 많지 않은 편 이었으니까. 겨울에는 적당히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한 체온을 가진 살구는 껴안고 있기에는 딱 좋은 수준 이었다.

 

그 흔한 텔레비전 조차 없는 집에서, 이 커다란 용은 내게는 유일한 친구나 다름 없다.

 

진짜 친구는 꽤나 먼 곳에 살고 있기도 하니, 만나는게 꽤나 어려웠던 탓이다.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언제나처럼 꾸우웅- 대면서 내게 제 머리를 갖다대고는 살살 비벼대기 시작했다. 생겨먹은건 무슨 용처럼 생겼으면서, 하는짓은 왜 강아지 같은지 모르겠어.

 

“후후... 착하다 육구. 옳지 옳지, 잘했어.”

 

길게 늘어져 있는 복슬복슬한 몸을 쓰다듬어 주니, 강아지인지 고양이 인지 모를 꾸우웅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버리는 녀석. 

 

그렇게 쓰다듬고 있으니, 손가락 끝에 희미하게 시원스러운 기운이 스며들어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시원함에 묘한 섬뜩함이 섞여 있는 것 만큼은... 어쩔 수 없는 사실 이었다.

 

봄이 어느새 다 가시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습기가 차고, 조금씩 날씨가 더워 지는게 느껴졌다.

 

육구를 껴안고 있으면, 시원해져서 에어컨 따위는 필요 없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해.

 

마치, 돌이 킬 수 없는 것에게 몸을 맡기는 것 같은 느낌. 여름이 오고 있는데도,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 지는것만 같았다.

 

“그냥 내가 이상한 거겠지? 우리 육구가 나한테 나쁜짓을 할리는 없잖아. 그렇지?”

 

후훗- 하고 웃으면서,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언제나처럼 내게 꾸우웅- 거리며 제 몸을 비벼대는 녀석.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시간을 보낼수 있기를. 저도 모르게 녀석에게 기도하면서, 가만히 길다란 몸을 껴안고 있었다.

 

꾸우우- 하는 울음소리가, 초여름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었다. 

 

그때는 알았어야 했는데. 어쩌면 이런 이상한 신이 내게 씌어 버린 것부터, 일상이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거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던 탓 이었다.

 









우연히 만난 여자 용신과 남주의 일상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