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피투성이가 된 날 보며 말했다.

나는 피를 토하며 답했다.


"분하다...
팔을 다쳐... 룬을 못 그려서 더 이상 마법을 못 쓴다니...
마나는 아직도 충분히 남았거늘...
이럴 줄 알았으면 룬 외의 다른 마법도... 배워두는 건데...
대마법사의 이름이... 우는 구나..."

"너희는 이길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졌지.
100년 전에도, 200년 전에도 그랬다.
팔이 어쩌고 하는 문제가 아니야.
너희는 못 이긴다.
그게 인간이지."


마왕이 폼을 잡으며 말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우스꽝스러웠다.


"풉... 과연... 이게 마족의 힘인가...
듣고 보니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도 같은데..."

"오, 인정하는 건가?
지금이라면 네 놈도 우리 마족의 일원으로 받아줄 수도 있다만.
마침 리치가 하나 죽었거든."

"그래... 주겠나?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그럼. 마족으로 전생하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아느냐?
무려 이 위대하신, 마왕 [바알] 님을 섬길 기회를 얻는 것이란 말이다."

"근데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500년 전엔... 허접하게 봉인... 당했다는 얘기는...
쏙... 빼놓으시군 그래..."

"뭐야! 감히 네 까짓 게!
뭐가 잘났다고 나불대느냐!
패자는 찌그러지지 못하겠느냐!"

"풉... 큭... 하하... 하하하!"

"뭐야 뭐가 그리 우스운 것이냐!"


마왕 저 바보 같은 녀석은 아직도 진실을 파악하지 못했나.

내가 왜 이런 재미도 없는 대화를 하는 건지.


"너... 진짜로 룬 마법만 쓰는 대마법사 본 적 있냐?"

"? 그야 방금 네가..."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가 있나..."


느껴진다.

마법은 다 준비되었다.

하지만 그냥 가긴 아쉬우니까

마지막으로 마왕의 약 오른 얼굴이나 보고 가보자.

저승으로 먼저 떠난 동료들 웃음꽃이라도 피워줘야지.



"물론 룬 마법 외에... 내가 쓸 수 있는 마법은 한정적이다...
재능이 없었거든... 그래서 난 딱 한 가지 마법만을 연구했다."

"그게 뭐지?"

"전생 마법 등신아."


입을 삐죽 열고는 혀를 내밀었다.

본래라면 손으로 욕했겠지만, 손은 움직여지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


"다음 생에서 볼 땐... 시간끌기 용 도발에 안 넘어오는... 지능 정도는... 갖추어둬라... 등신아..."

'위이잉'


*


"응애애!"

그랬다. 분명히 그랬다.

그렇게 나는 전생하였고, 이번 생에서도 마왕을 죽이기 위한 팀을 꾸릴 것이다.

그 어떤 시련도, 장애도 나를 막지 못할 것이다.

그랬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응애애애!!"


왜 하필이면 팔이 없는 거냐? 나 룬 마법사인데?

뭐로 룬 문자 쓰라고? 발로? 혀로?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다음에는 전생할 육체의 모습도 고정하는 마법을 만들어야겠다.



... 다음이 있다면 말이다.


ㅡㅡㅡㅡ


https://arca.live/b/novelchannel/41329599?category=%EC%8D%A8%EC%A4%98&p=1

위에 거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실패.

근데 써놓고 보니까 이거도 나름 나쁘지 않은 소재 같기도 하고? 누가 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