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10년, 용사는 마침내 마왕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인류를 위하여.'


이 굳건한 신념이 용사의 근간에 있었기에 이루어내는 게 가능한 일이었다.


인류의 공적인 마왕을 쓰러트렸으니 이제 인류는 평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용사는 생각했다.


어디 한적한 동네에 내려가서 가게나 차리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허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마왕이라는 공적이 있을 적에도 자기네들의 잇속을 챙기려 하던 족속들은 이제 대놓고 싸워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치와는 도통 거리가 멀었던 용사마저도 알아챌 만큼 노골적이었다.


그들간의 이권 투쟁은 결국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어버린다.


수백 년 만에 발발한 인간간의 전쟁은 마왕이 있을 적보다도 참혹했다.


용사 또한 그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게 된다.


그리고 고뇌하게 된다.


이제 무엇이 인류를 위한 것인가.


마왕이 있을 적에는 간단했다.


그저 눈 앞에 있는 마족을 베어넘기기만 하면 됐었으니까.


마족들을 죽여나가는 것은 곧 인류를 위함이었다.


허나 인간간의 투쟁은 그보다 복잡했다.


비록 첫 시작은 이권 투쟁이었으나 전쟁이 지속되며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그 뿌리는 얽혀간다.


용사는 앞으로 어떠한 길을 걸어가게 될까.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사람을 죽여버려 추락해버릴 것인가.


모든 것을 외면하고 저 멀리 잠적해버리는 도망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고결한 용사로 남을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을 알기까지는 그리 머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