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야, 어쨰서 사람이 잔을 만들어 냈는지 아느냐?

호수가 있다면 바닥에 몸을 기울려 마시면 되고.

숙이는게 품위없다 칭한다면, 폭포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마시면 될 것을.

어째서 사람은 잔을 만들어 물을 마시는지 아느냐?"


그리 노인이 묻자 소년이 답하였다.


"아마,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폭포를 향해 입 벌리는 것은 와(蛙)(개구리)와도 같으며, 숙여서 호수의 물을 마신다면 함부로 숙이므로 품위없어 보일테니, 그렇기에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잔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의 말에 스승은 은은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니말도 맞다. 하지만 다른 이유 또한 있다."


그 말에 소년은 잠시 고민했지만, 딱히 감이 잡히지 않는지 스승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무지한 제자에게 답을 알려주십시오."


"모름지기, 잔이란 조율에 있다.

폭포의 빠르기를 조율 할 수 없다.

우리가 손으로 폭포의 물줄기를 막으려 한다 할지라도, 폭포는 흐른다.


또한 호수는 움직이지 않는다.

고요하고 고요하여 나태하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 호수에서 물장구를 친다 하더라도, 호수의 중심은 잔잔하다."


"하지만 물이 담긴 잔은 다르다.

폭포처럼 나아갈지도,

호수처럼 가만히 있을지도 우리가 정할 수 있다.


사람이 잔을 기울인다면 물을 흐를것이요,

사람이 잔을 기울지 않다면 물은 잔잔할 터이니

서로를 맞추어 움직이는것.

이것이 바로 조율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