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시나요?…


어둠 속. 한줄기 광명만이 비추는 그 아래에는 검은 날개의 여성이 눈을 감고 있었다.


-부디, 제 말이 들리신다면… 르메르 산맥, 그곳에 가주세요. 세계의 명운은 그대에게 달려있으니…


또 이 꿈이였다.


경건한 분위기를 내뿜는 새하얀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로브를 입은 여성.


검은 날개는 까마귀와도 같고 두 손은 기도하듯 깍지를 끼고있었다.


그렇다.


이름 모를 여인이 나에게 이 말을 하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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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또 이 꿈이야….”


벌떡 일어나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닦았다.


그 여자는 내 꿈에 드문드문 나타나곤 했다. 평범한 이제야 칼 좀 쓸 줄아는 소시민에 불과한 내가 세상을 구하기는 무슨… 하며 무시하기를 2차례.


처음 보면 스쳐지나는 사람, 두 번째 보는 것이라면 우연, 세 번째는 필연이라고. 불교의 격언이었던가.


꿈에서 깨어난 내가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는 것은 낡은 여관방. 먼지냄새가 살풋 풍겨오고 1층 로비 식당의 아침메뉴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온다. 이제는 익숙한 곳, 나의 보금자리.


한스씨가 운영하는 허름한 여관방의 풍경은 익숙해지다 못해, 이제는 정겨움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병원의 침대 위에 누워 알싸한 소독약 냄새나 맡으며 살던 내가 이 세상에 떨어진 지도 어언 1개월. 새로이 주어진 몸과 인생을 감사히 여기며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현대인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떨어졌다고 할 줄 아는 것은 없었다.


촌장님의 따스한 배려에 업혀. 나는 마을의 잡다한 일을 해주며 밥을 벌어먹고 사는 풋내기 모험가가 되었다.


그런 양치기 소년의 의뢰를 받고 늑대나 사냥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세상의 멸망은 멀고도 먼, 이 세계의 신화 속에나 등장하는 영웅담 속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친척들 가기 전에는 속시끄러워서 검은용사 응모나 하려고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