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픽션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 빙의해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게 되었다 해도, 그 사실은 변치 않았다.


"……있지,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그녀가 말했다.

내게 편한 듯 몸을 기대고 있는, 이 게임의 주인공이 말했다.


"사실은 나는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고, 이 모든 세상은 단순한 환각이라는 생각."

"저번에 네가 말했던 게임처럼?"

"응."


대충 '트루먼 쇼'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어두운 배경일까.

하지만 게임에서 이미 한 번 마주한 선택지였으니, 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있지. 어차피 유명한 주제지만."

"그렇다면 나는 네 망상 속 존재겠네? 현실에선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주변인과 얼굴만 같은 존재."


게임에서 이 대화를 마주했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엔 저 말을 도저히 웃어넘길 수가 없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았는지 일부러 어울리지도 않게 텐션을 높이며 말했고.

이번엔 게임으로 들은 적이 없던 대사였다.


"있지, 만약 방금 했던 얘기가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진짜라면…… 그러니까, 내가 그저 망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자친구라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너는 어떨 것 같은데?"

"응? 나?"


다소 억지로 떠넘긴 것에 가까운 질문.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면 아마 절대 안 깨어나려고 하겠지? 죽을 때까지 망상이라는 걸 모르는 채 살면 되잖아."

"정말, 그렇게 해줄 거야?"


나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아무리 웃어보고 싶어도, 이 얘기를 하고 있는 한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웃으며 말한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하고, 무슨 표정을 짓고 있어도.


"응, 절대."


원하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안심하며 표정을 풀었다.

그래. 당신은 절대 망상에서 깨어나선 안 된다.


"내가 한 망상이라면야, 당연히 현실보다 행복하다는 걸 테니까."


내가 빙의한 게임의 세계관은 실로 간단했다.

흔히 말하는 '꿈 엔딩'처럼, 사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것이 망상에 불과했다는 이야기.


현실에서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현실에서 그녀는 자신을 위로하고 안아줄 애인을 갈구했다.

현실에서 그녀는 그런 버팀목을 가지지 못했다.

현실에서 그녀는, 망상으로 도피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 이야기는 픽션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 빙의해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게 되었다 해도, 그 사실은 변치 않았다.


나는 망상에 빙의했다.

그녀의 행복한 망상이 끝나면, 나는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