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림(林)자가 빌딩 숲을 암시하게 될 정도로 발달한 근미래 시대

허나 그곳에도 여전히 무림은 존재하였으니, 하늘을 찌르듯이 높게 솟은 빌딩들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그림자는 필시 무림인의 흔적이리라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무림도 변하였으니, 무림은 더이상 속세와 동떨어질 수 없는 사회의 일부가 되었으며

격변하는 사회와 널뛰는 경제로 인하여 무공은 더이상 신비스러운 비전이 아닌 기업의 상품으로서 전락하였다


이전까지 비밀스레 대에 대를 거쳐내려왔던 수많은 명문가들의 비공은

세외의 무학조차 모르는 천재들에게 낱낱이 파해쳐지고 재조립되어 더이상 그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기공의 가장 신비스러운 기관이던 단전은 기계로서 재현되어 높은 가치로 팔려나가고

수십년을 수행해야 쌓아올릴 수 있던 내공은 이제 작은 통에 담겨 소모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기계의체(사이버네틱스)로 환골탈태된 육체에 기업에서 구입한 무공을 입력하니 누구하나 무림절정이지 않은 이가 없었고

온 몸 곳곳에 박아넣은 스피커가 진동하니 음공 역시 어려울것이 못되었으며

원자력 발전으로 생겨난 핵폐기물을 사용하니 독공 역시 드물지 않음이요

누구나 그 몸 안에 암기를 두고, 스스로의 뜻과 의지에 맞게 스스로의 몸을 갈아치우니 무림과 무공이 더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었도다


이렇듯 수십년을 이어온 전통적인 무공보다 강력한 기업제 무공이 유심칩 하나로 간단하게 익힐 수 있는 이 무림의 말세에

쇠퇴와 몰락을 반복한 무림의 명가들은 어쩔 수 없이 사회의 그늘로 밀려나 으슥한 골목에 도장을 내어 푼돈을 벌어먹는것이 고작인 이 때에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무림인'들이 그 가슴에 품었던 것은 과연 아직도 남아있는 것인가?

우뚝 솟은 태산을 가르고, 대해와도 같은 물 위를 달리는 무인들의 모습이 아직까지 남아있는가?


오호통재라!

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던 무림의 별들이, 이제는 지상에서 빛나는 만들어진 별들에 의해 가려졌으니!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무의미한 이 시대의 무림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무림인들은 과연 무엇을 원하고 쫓는가?!




같은거 땡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