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군 4천왕, 통칭 죽음의 벽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대 패배하지 않는 능력]. 정말 까다로운 능력이었거늘, 결국 내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나보군."


바닥에 쓰러진 그를 보며 죽음의 벽이 비웃었다.

패배하지 않는 능력임에도 그를 쓰러트리고 죽음을 선사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죽음의 벽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네녀석. 이제 죽을 녀석이, 패배한 녀석이 어째서 웃고 있는거지?"

"알고싶어?"


그, OOO은 다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바위에 기댔다.

그리고 죽음의 벽에게 말했다.


"승리라는건 뭘까."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지. 그것 말고 뭐가 있더냐."

"그래, 적을 쓰러트리는 거지. 내 적은 너가 아니었어."

"뭐라?"


OOO은 그의 뒷편, 동료들이 떠난 마왕성을 보며 말했다.


"이번 싸움은,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싸움이었지. 널 쓰러트리는게 목표가 아니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대체!!"

"벽이라서 머리도 벽이네. 잘 들어. 쿨럭."


OOO은 피를 토해내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설령 내가 죽더라도, 마왕이 죽으면 무승부는 된다는 소리다, 이 돌대가리야. 너희가 진거야!"

"마왕님이 패배할리가, 패할 리가 없지 않느냐!"

"그럼 저 성벽 위에 올라온 머리는 누구꺼지?"

"뭣...."


죽음의 벽은 그제서야 성벽 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족을 다스리던 위대한 자, 마왕.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왕관을 쓴 머리가, 몸을 잃고 놓여있었다.


"크흐흐, 넌 졌어. 죽음의 벽."

"네노오오오오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죽음의 벽을 보며 OOO은 생각했다.

정말로 즐거운 삶이었다고.

단지 조금 아쉬운건.


["내가 막을테니, 너희는 먼저 가."]

["내 능력 알잖아? 절대 패배하지 않는 능력."]

["그래, 나도 널 믿으니까! 꼭 다시보자!"]


주인공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게 미련으로 남는다.

아, 그래. 나는 주인공에게 패배한거구나.

그것이 OOO의 마지막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