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펴 장붕아."


한 소년이 자신보다 조금 성숙해 보이는 소녀를 안고 있었다.

얼굴과 무릎을 중점으로 안은, '공주님안기' 였다.


"장붕이도 나한테 비슷한 거 해줬잖아."


소녀 나름의 위안처럼 보이는 그것은

소년에겐 영 효력이 없었다.

소년은 여전히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거랑은 다르잖아요 시아 선배."

"비슷하지. 이건 재수가 없었던 거 뿐이니까."


소년과 소녀의 말은 비디오테이프를 느리게 감은 것 마냥

한가하고, 또 쓸쓸한 속도로 오갔다.


"그러니까 자책은 그만하고, 옛날 얘기나 하자."

"옛날 얘기요?"

"궁금한 거 있거든. 장붕이한테."


소녀의 등과 목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소년을 감싸다 생긴 상처였다.

소녀의 치마에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좀비 생기고 얼마 안 됐을 때, 무슨 생각으로 나 데리고 다닌 거야?"

"그야 선배랑은 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그때 난 잔병치레 했었잖아. 감염자란 의심은 안 든 거야?"


소녀가 소년의 말을 끊었다.

좀비에 물린 사람은 고열,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일정 시간 후 좀비가 된다.


이로 인해

감기 증상만 보여도 환자는 좀비로 오해 받곤 했다.


소녀가 지적한 점은 그 점이었다.

소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 외로워서요."

"외로워서?"

"네. 혼자 다니는 건 외로울 거 같아서요."

"그래...?"


소녀는 뭐라 더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소녀는 소년의 손목을 보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보니 치킨 생각이 나네..."

"치킨이요?"

"저번에 [상점] 을 써서 같이 먹었잖아."


[상점] .

소년에게, 장붕이에게 어느 날 나타난 반투명한 판.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포인트] 를 지불하면 치킨이나 피자를 비롯한 여러 물건을 소환할 수 있는 힘이다.

소환이라기보단 구매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상점으로 뭘 사 먹은 건 그게 마지막이었나?"

"그랬을 거에요. 기념일에나 쓸 수 있었으니끼."


피식- 하고

소녀, 시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만우절 장난이었으면 백점 줬을 텐데 말이지. 그 상점이란 거..."

"장난치곤 센스가 출중했죠."

"포인트를 지불하래 놓고서 정작 포인트 획득법은 안 써 놓다니."

"기념일에 치킨이나 한마리씩 뿌려주는 게 다였으니까요."

"비싸기도 엄청 비쌌잖아 그거. 치킨 한마리에 2만 [포인트] 였다고 했나?"


[상점] 을 이용하여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포인트] 가 필요했다.

기념일에 가끔 무조건으로 뿌리는 걸 제외하면, [포인트] 는 특정한 방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특정한 방법" 이 무엇인지, 그들은 아직까지도 몰랐다.

결국 두 남녀에게 [상점] 이란 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나 혼자 [상점] 으로 개쉽상타치인생☆]. 어디 라노벨 제목으로도 그럴 듯 하지 않냐?"

"시아 선밴 아직도 그런 말씀을..."

"뭐 어때서 그래. 이런 때야말로 유머가 있어야, 콜록콜록!"


시아가 기침 섞인 피를 뱉어냈다.

잠시 느슨해졌던 장붕의 얼굴이 다시 새하얘졌다.


"선배 괜찮아요? 선..."


그런 장붕이를

시아는 두 손을 내저으며 진정시켰다.


시아의 기침이 잦아들 때까지

아니, 잦아든 후에도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자리를 지켰다.



*



"사실 그렇게 순수한 의도는 아니고."


먼저 적막을 걷어낸 것은 장붕이였다.


"조금 추잡한 이유에서였어요."

"뭐가?"

"선배 구한 거요."


장붕은 자신의 팔목을 매만졌다.

아직도 밤이 되면 쓰려오는 팔목이었다.


"뭔 이유길래 좀비한테 물릴 각오까지 하면서 일을 행해."


소녀가 소년의 손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소녀 자신을 구해주다가 물린

결국 잘라내야 했던 그 손.


소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소년을 향한 미안함을 떠올리게 하는 스위치였다.


"그렇게 하면... 한번 해주지 않을까 했죠."

"해줘? 뭐를?"

"아시잖아요."

"... 너, 마지막이라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야?"

"그런가요."


얼굴 붉힐 기운도 없어서일까.

두 남녀는 그저 조용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조용하게. 또 고요하게.


"실망이네. 장붕이 완전 순수하고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저 엄청 음험한 애에요"

"귀여운 동생으로만 보이던 이미지가 다 깨지려고 하네."

"그렇게... 봤었던 거에요?"

"그럼. 이 누나가 장붕이를 얼마나 아꼈는데."

"그러니까... 왜 저 때문에..."

"그만 울라니까. 왜 또 울려 그래."

"안 울었어요."


작게 떨리는 목소리를 내다가 소년이 눈가를 훔쳤다.

소녀는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서로 한번씩 구해줬으니까 이제 삭치는 거지?"

"뭘 쳤다고요?"

"쌤쌤 아니냐고."

"... 누나 전부터 생각했지만 표현이 너무 낡은 거 아니에요?"

"점잖은 거라고 해줄래?"

"아직도 그런 농담을."


입으론 농담을 말하면서도

얼굴을 웃지 못한다.


웃을 수 없었다.


"장붕아."

"... 네."

"나 이제 한계인 거 같아."


좀비에 물린지 벌써 6시간 째.

시아는 장붕의 예상보다 오래 버텼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은 오는 법이었다.


"좀비물에서 자주 나오는 거 있었잖아."

"동료 중 한명이 좀비가 된다면 남은 동료가 처리한다는 그거요?"

"바로 그거야. 근데 부탁이 있어서..."


우물쭈물.

시아는 말을 멈추고 얼굴을 붉혔다.

시아는 불그스름해진 얼굴을 장붕의 시선이 닿지 않게끔 돌렸다.


"... 줄래?"


울음이 섞여서일까.

시아의 목소리는 방금 전보다 더 작아졌다.


"못 들었는데요?"

"조, 좋아한다고 한번만... 말해줄래?"

"네?"


놀란 장붕에게

상황판단을 마치지 못한 장붕에게

시아는 재확인을 시켜주었다.


"너한테... 한번만 듣고 싶어. 마지막이잖아. 한번만 말해주면 안돼?"

"누나..."


장붕의 눈에 허망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누나는, 누나도...
이럴 거면, 이럴 거면 나는..."


장붕이 고개를 떨궜다.



*



"사랑해요, 사랑해요 누나..."


이성이 고장나서는 울며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장붕.

그의 시선 끝에는 시아가 있었다.


머리에 기다란 꼬챙이를 꽂고 있는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그런 상태였다.


더는

가슴이 뛸 일도

그 포근한 미소를 지을 일도 없는

그런 상태.


"누나... 누나, 미안해요 누나..."

'띠리링 띠리링'


아직도

막대를 시아의 뇌에 박아넣을 때의

살을 파고 들어가는 그 감각에

장붕이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리고

시아의 따뜻한 목소리가 더는 안 들리는 것에

시아가 죽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장붕이 괴로워하고 있을 때,


장붕의 눈앞에 [상점] 이 띄워졌다.

장붕이 연 것도 아닌데 강제로 띄워진 것이다.


"... 이게 뭐야. '했습니다?'"


봇물 터지듯이

[상점] 은 연달아 몇개의 문구를 차례로 올렸다.

장붕은 그것을 잠시 감상하다가 이내 고꾸라졌다.















//

[축하드립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하셨습니다!]

[보상 1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살인을 행하셨습니다!]

[보상 2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사람을§죽인§자] 의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셨습니다!]

[보상 5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첫사랑을 죽이셨습니다!]
[보상 5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첫사랑은♡슬프게♡끝나는♡법이지] 의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을  직접 죽이셨습니다!]

[보상 1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만화경☆사륜안을☆개안할☆자] 의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


[사람을 창봉으로 죽이셨습니다!]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셨습니다!]

[동료를 직접 죽이셨습니다!]


...


[현재 총 포인트 : 100000p]


[경★처음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축]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 퀘스트 도전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