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를 1줄도 읽지 않고 본 눈마새는 신세계였다.


4권이라는 분량 내에서 반전과 비밀, 떡밥이 끊임없이 던져지고 풀리는 것이 정말 알찬 느낌이 들었고 전개 하나하나에서 손에 땀을 쥐도록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판타지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작품.

1,2권의 낭만가득한 모험물 같은 분위기와 3,4권의 처절한 전쟁이 대비되면서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사정과 목적을 위해 대립하고 사투를 벌이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흘러가는 것이 매끄럽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거대한 떡밥들이 풀릴 때마다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인물과의 대화와 묘사만으로 세계관에 독자를 몰입시키고 이해시키는 작가의 괴물같은 필력에 놀랄 정도였다.


예측불허한 전개와 세계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들이 마치 내가 그들과 모험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던 것 같다.


증오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고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서로를 죽이려드는 종족들의 갈등이 부각되며 나가를 사랑했던 한 가슴 따뜻한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그곳에서 적의 살을 먹어치우고 증오로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운 괴물이 태어나는 과정은 잘 짜여진 비극과 같아 내게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결국 한 여행자가 소년이 바위에 울분을 담아 새긴 미움이라는 글자를 지워내는 결말은 이 세계에 남은 약간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 같아 여운이 남았다.



그리고 난 눈마새를 본 대가로 시험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