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용사님, 이제 뒤는 맡겨주시길"


난데없이 용사 직을 박탈당했다.


아니, 정확히는 용사 '대리'였다고 이야기 해야 할까.


여태까지 내가 용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왔으나, 현실은 코미디였다.


나는 그러니까, 성검을 '사용' 가능한 특이체질이었고 그 덕분에 용사가 탄생하기 10년 전부터


용사 '대리'로 성검을 휘둘러 용사가 본래 해야 했을 책무를 다하고 있었다, 나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그리고 이제 진정한 용사 '아담'이 탄생 했기에 나는 성검을 그에게 양도하고 물러설 때가 온 것이다.


. . . . 


어째선지 기분이 좋지 않다.


용사가 이런 기분을 가져서는 안 되는데,   아. 나는 이제 용사가 아니었지.


그렇다면 조금 내 감정에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성검을 뽑아 든 시점부터 감정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걸까.


마음 한편에서 조금 더 이기적으로 굴고 싶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약속했기 때문, 처음 성검을 뽑아 들고 비록 거짓된 명예였으나, '용사'로써 선택받았던 그날.


맹세했던 다짐을.


그렇기에 나는 마음을 다잡고, 성검을 '성녀 레이시아'에게 넘겼다.


"앞으로의 여정의 축복을 빕니다. 성녀, 그리고 용사 공에게도"


마지막까지 나는 용사로서, 추하지 않게 이야기를 맺고 싶다.


" 아 . . . "




내가 저항하지 않고 선뜻 성검을 넘긴 게 의외였을까, 성녀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굳어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더는 지켜볼 용기가 없었기에, 그리고 더는 무리해서 마음을 쓸 필요가 없음을 알기에.


그곳을 떠나, 내 고향으로. 귀향길을 서둘렀다.




아...


어째서 하늘은 이렇게 푸른 걸까, 이 평화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 나는 여태까지 달려왔으니까,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러니 용사 '아담'이여, 부디 세계를 지켜다오.


가짜 용사가 아닌 진정한 용사인 당신이라면, 분명 가능하겠지.




.


.


.




허나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진정한 용사로 선택받은 그가, 사실은 인류 구원 따위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는 것을


나는 용사에 의해 성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그 후 몇 년 뒤에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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