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국가의 관리를 받는 마법소녀 집단에 속한 마법소녀중 하나였음
어느날부터 갑자기 세계를 찢고 현실에 튀어나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괴물들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그 괴물들에 대항하기 위한 신기한 힘, 마법에 각성한 소녀들이 몇명 있었음
그중에서도 나는 대한민국 최초의 마법소녀였음
집 주변에서 대형 화제가 일어나서, 높은 고층 빌딩을 위아래로 오가면서 사람들을 구하다가
고층빌딩에 갇혀서 죽기 직전에 마법의 힘을 극적으로 각성한 한국 최초의 마법소녀였음
나를 필두로 한국에서 한명 두명씩 마법소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온 국민의 정보를 모아두고 있는 한국 특성상 마법소녀들은 이내 국가에 의해 소환되어 관리받는 일종의 공무원으로 변함
국가에 의해 마법소녀반 대응체계가 갖추어지고 전투에 최적화된 마법소녀들이 등장하니까
전투보다는 인명구조와 도구작성에 최적화 되어있던 나는 전선에서 물러나 후방지원을 주로 맡게되었음
그런데 마법소녀들의 성장은 무슨 게임 시스템처럼 괴물들을 처치해 경험치를 얻고
그 경험치를 원하는 임의의 스테이터스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음
이 스테이터스는 올리기 매우 힘들고, 모두가 0에서 시작하고 각 항목의 최대치는 10이었음
아직 마법소녀 대응체계가 갖추어지기 전에는 나도 전선에서 굴러야 해서 전투능력을 3까지 찍어뒀었음
그러다가 내가 전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후방지원을 위해 도구작성에 집중해서, 도구작성을 6레벨 까지 올리게 됨
문제는 거기에 있었음
나는 최초의 마법소녀라서 대응체계가 갖춰지기 전 온갖 현장을 구르며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을 찍어서
온갖 종류의 기술을 다 어중간하게 올린 잡캐였음
그런데 대응체계가 갖춰진 이후에는 국가에 의해 빠른 성장과 전문특화가 선호되어 한가지나 두가지 능력치만 특화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마법소녀가 대부분이었음
그리고 대응반에 소속된 마법소녀 대부분은 그러한 대응반의 육성법을 따라 선택과 집중이 잘 갖춰진 이후에 들어온 마법소녀들이었음
아무튼 그래서 대응반 이전부터 구르느라 잡캐로 성장한 나와
조직의 지원을 받으며 전문분야에 특화된 신세대 마법소녀들 간의 성장격차는 순식간에 어마어마해짐
거기에 나만큼 짬을 오래 쳐먹은 마법소녀는 조직에 없어서
어중간한 기술레벨로 어느 한 기술에 특화된것도 아니고 전투도 없이 후방지원만 하면서 국가에게 최초의 마법소녀라며 금이야 옥이야 취급받는 내가 신흥강자 마법소녀들에게 잘 보일리가 없었음
그러던 어느날 결국 일이 터져서
마법소녀들 중에 최강이라고 불리던 파란색 마법소녀가 내 앞에서 대놓고 뒷담을 까는거임
기술도 어중간하고 전선에 서지도 않으면서 경력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월급도 많이 받고 뒤에서 꿀만 빠는 꼰대가 여기있다면서
예전부터 간간히 꼽주던 파랭이의 행보가 기어이 그 날 뻥 하고 터져버린거임
그런데 사실 나는 딱히 꼰대짓은 한 적이 없었고
새로 들어와 적응 못하는 신입들을 잘 대해줄 수 있는 다른 애달에게 데려다주거나
함께 일할일이 있으면 끝난 뒤에 음료수가도 간단하게 사주거나 했고
아랫줄에 있는 마법소녀들에게는 위험한 일을 경고하거나 노하우를 알려주는것 외에는 따로 말을 장황하게 한 기억이 없었음
그냥 비꼬고 싶고 자기 눈에 거슬리니까 나를 언어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던거임
나는 그때 이미 파랭이의 사회공격으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나보다 잘 싸우는 수많은 후임들이 있으니 이제 은퇴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시점이었음
그런데 그 타이밍에 파랭이가 눈에 거슬리는 짓을 쿡 하고 찔러버리니까 그간 억눌렀던게 펑 하고 터져버림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변신하지도 않은 파랭이 머리를 손으로 짚고 책상 모서리에 찍어버림
주변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옆에 있던 애들이 이마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파랭이한테 다가감
몇몇 애들은 나에게 나가와서 나를 파량이랑 떨어트려놓으려고 했는데
그 잠깐 사이에 파랭이가 정신차리고 일어나서 이마에서 피나는거 보고 제대로 빡친 표정으로 나를 보는거임
그걸 무표정으로 응수하고 있으니 뭐가 더 화났는지 변신하고 다가와서 공격하려는거임
그래서 나도 마찬가지로 변신하고 싸우는데 역시 전투 특화 마법소녀라 쉽지 않았음
파랭이의 전투 스킬 레벨은 8이었는데
나의 전투 스킬 레벨은 겨우 3이었음
이건 내가 잡캐여서 스킬이 이곳저곳 분산된 이유가 크지만, 그 이전에 대응반이 갖춰지면서 전선에서 물러나 후방지원에 전념했던 탓이었음
하지만 반대로 파랭이는 오랜시간 전선 특화로 싸워왔고, 그 경험이 모조리 전투스킬로 들어간거임
그 만큼 확실히 전투 하나만큼은 기깔났음
그런데 전투만
반면 나는 전투 레벨만 낮을 뿐이지, 후방지원을 통해 높여둔 각종 버프와 디버프를 익히고 있었고
주특기인 도구작성 마법으로 전투중에도 순식간에 다종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내 트릭키한 전투를 펼칠 수 있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대응체계가 갖춰지기 이전부터 활동한 만큼 대응반의 지원이 없는 단독전투의 경험은 내가 아득하게 위쪽이었음
그래서 나는 파랭이에게 온갖 디버프 마법을 끼얹어서 몸을 둔하게 하고
대응반 건물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면서 건물 자체를 파랭이를 저격하기 위한 함정이자 무기로 사용함
그리고 지뢰나 와이어 같은 다종다양한 함정으로 기력을 최대한 뽑아내고
지칠대로 지쳤을때 다가가서 육탄적으로 개패듯이 패버림
물론 전선에서라면 그 파랭이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마법소녀가 도왔겠지만
지금은 딱히 괴물들과 싸우는것도 아니고, 대응반 건물 내에서 벌어진 싸움이라 다른 마법소녀들이 그걸 수습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대가 아득하게 높은 고참 마법소녀인 나라서 그 누구도 눈치를 보느라 끼어들 생각을 못하는거임
그 상태로 파랭이를 진짜 속이 시원해질때까지 개패듯이 패고 나니까
저쪽 먼곳에서 군 관계자가 놀라서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음
그 관계자는 대응반 이전부터 알고지내던 사람이었는데
내가 파랭이를 복날에 개패듯이 팬거랑 건물을 스펀지처럼 구멍투성이로 만들었다는거에 엄청나게 놀란듯이 보였음
그 사람이 다가와서 무슨일이냐고 묻는데
나는 말없이 그 사람한테 다가가면서 인터넷 뱅킹으로 그 사람에게 월급 통장에 쌓여있는 돈 전부 보내버림
그리고 그 사람을 지나치면서 '나 이제 마법소녀 그만둠'이라고 말하고
수리비는 그쪽 통장으로 보냈으니 알아서 쓰라고 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데
군 관계자가 우물쭈물하다가 나한테 외치는 말이 '이건 군법회의 감이라고요!'였음
그걸 듣고 내가 그 사람을 잠깐 되돌아보고
'그럼 탈영함. 수고.'라고 말하고 그대로 탈주해버림
그리고 부대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통장에 남은 돈으로 크림빵 하나 사먹고 고층 빌딩 위에서 그거 깨작깨작 먹으면서
국가에서 내 집 주소도 알고 통장 번호도 아는데 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라며 개졸라 후회함
그리고 앞으로는 괴물들 뿐만 아니라 국가소속 마법소녀들이랑도 피터지게 싸우겠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잠에서 깸
솔직히 파랭이 개패듯이 팰때 기분 개쩔었음
최초의 마법소녀 타이틀에 온갖 전장경험까지 있으니 분명 졸라 강자일테고
군대화된 마법소녀 대응반에서 주인공을 데리고 있었던 이유도 주임원사 비슷한 포지션으로 두고 있던것 같은데
만약 그게 맞다면 계급과 직책으로 파랭이를 압박하거나 징계할 수 있었을텐데도 안했다는게 되고
그걸 그냥 굳이굳이 참다가 결국 폭발한거니까 주인공은 인간관계에 조금 문제가 있는 캐릭터인듯
아마 어린 시절부터 마법소녀로 온갖 현장에서 구른탓에 남들과 마음을 터놓고 소통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던거겠지
반대로 휘하 마법소녀들이 그런 주인공에게 대들 수 있었던건
주인공이 커뮤장애인것도 있지만 어린 소녀들이라 군대식의 수직명령체계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고
대응체계 자체가 군대의 영향을 받았지만 군대만큼 수직계급체계를 쑤셔박는 훈련이 없을수도 있고
암튼 흥미로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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