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오오옷! 역시나 이번 토너먼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검은 기사! 배틀로얄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츠가 난무하는 배틀로얄에서 맨몸으로, 양손에 커다란 둔기만을 휘두른 채 기사를 해체해나가는 모습은 가히 폭력적이다.

 

“젠장! 아츠도 못 쓰는 반푼이가!”

“상관없어. 아츠 따위 못 써도, 네놈 따위는 가볍게 짓이겨버릴 수 있다.”

“건방지게!”

 

머리 양옆으로 나 있는 기다란 뿔이 흔들리며 무지몽매하게 덤벼든 기사의 갑옷을 쌍간으로 내리친다.

 

헬멧이 두부처럼 구겨진 기사가 단말마와 함께 그대로 나자빠진다.

 

‘벌써 이걸로 셋.’

 

겁도 없이 덤빈 기사 코스플레이어를 때려눕힌 수다.

 

경기가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난 걸 감안하면 제법 많은 수치다. 한 번에 여럿이 안 덤빈 게 용하다.

 

“귀찮은 것들.”

 

갑작스레 나타나 본선 진출 유망주들을 전부 때려눕힌 결과가 이거다.

 

출세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해서 나왔더니, 자신을 반기는 건 높으신 분들의 악의였다.

 

검은 기사, 훗날 어둠의 기사라 불리게 될 라이타니아 여성인 혀를 차며 쌍간을 쥔 손가락을 차례대로 풀어준다.

 

‘몸 상태도 최상은 아니야.’

 

경기 일정 자체가 그녀에게 불리했다.

 

본선 유망주들을 때려눕혔다고 표현했지만, 싸움은 그만큼 처절했다.

 

간만에 피까지 잔뜩 흘려서, 그녀의 가능성을 보고 후원하는 무리가 아니었다면 제때 치료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검은 여성이 주위를 둘러본다.

 

배틀로얄인 만큼 고요함이 있어선 안 되는데도, 주변은 조용했다.

 

“카시미어 놈들은 이런 걸 좋아하나?”

“언더독의 반란을 반기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고, 라이타니아 아가씨.”

“반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 기대가 꺾였을 때 쾌감을 느끼는 부류도 상당하지. 내가 잘 알아!”

 

아무리 상업화가 되었다지만, 실로 기사답지도 않은 이들이 낄낄 웃으며 그녀를 얕본다.

 

벌써 세 명이나 주변에 나부라져 있는데도, 그녀를 향한 기만과 호승심은 도저히 숨겨지지 않고 있었다.

 

“뭐, 좋아. 덤벼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

 

검은 기사가 자세를 잡자 사방팔방에서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이들이 합을 맞춘 기사단이었다면 제법 위험했겠지만, 공교롭게도 서로에 대한 이해력이 썩 높진 않았던 모양이다.

 

‘박자가 어긋나.’

 

라이타니아답게 음악과 친숙한 그녀는 저들의 움직임을 리듬과 박자로 평가했다.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 올라탄 그들의 움직임은, 실로 끔찍할 정도로 불협화음을 자랑했다. 듣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감각에 그녀는 먼저 가장 거슬리는 박자를 쌍간으로 때려 부쉈다.

 

“크억!”

 

엇박자였던 음표가 날아간다.

 

그런데도 듣기 거슬리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엔 검은 기사 자신이 리듬에 올라타 꼬인 박자를 되돌린다. 그 과정에서 쳐내지는 음표가 수도 없이 많았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우연찮게도 딱 맞는 정박이 하나 정도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차!’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검은 기사가 만들어낸 리듬에 올라타 자연스럽게 뒤를 노리는 자가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본선 진출이 유력한 어느 기사였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던가 장비가 뛰어나다던가. 사회자가 돼지 멱 따는 소리로 알아듣기도 어려운 용어를 연신 토해낸다.

 

확실히, 대기업 후원을 받을 정도로 실력은 있어 보인다.

 

상처 없이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어쩔 수 없겠군.’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검은 기사가 빠르게 생각을 마치고 팔 하나 정도까진 내어줄 생각으로 허리를 튼다.

 

바람이 불었다.

 

리듬을 타고 불어온, 청량하고 부드러운 바람.

 

‘아츠?’

 

챙!

 

자신에게 향해지던 창이 투명한 무언가에 막혀 퉁겨진다.

 

“뭣!? 네놈 설마 아츠를 쓸 수 있던 게냐!”

“아니, 이건 내 아츠가 아니야.”

“뭐라고?”

 

절호의 기회를 놓친 기사가 으르렁거리며 사기라고 빽빽 소리를 지른다.

 

관객도 사회자도 모두가 당황한다.

 

평정심을 유지한 건 검은 기사뿐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기사가 있었다.

 

손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쥔 채, 그 끝을 이쪽을 향하는 창은의 기사가.


“거기까지.”

 

듣기 좋은 울림의 목소리가 경기장 위에 울려 퍼진다.

 

기사처럼 절도 있고, 왕처럼 기백이 느껴지는 중압감에 이지를 상실하며 싸움을 펼치던 기사들이 하나둘, 그 손에 쥔 무기를 내려놓는다.

 

예상치 못한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관객은 물론 사회자마저 당황해 대변인을 찾았다.

 

“배틀로얄이란 규칙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강자를 여럿이서 힘을 합쳐 꺾는 것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 기저에 검은 모략이 숨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살카즈? 아니면 라이타니엔?

 

뿔의 형태를 보면 포르테 같기도 하다.

 

투구 양쪽에 뿔이 달린 창은의 기사가 뚜벅뚜벅 걸어와 검은 기사 등을 가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를 쥔 기사가, 조금 전 검은 기사의 등을 노린 자의 면전에 대고 조용히 읊조렸다.

 

“덤벼라, 기사의 명예를 모르는 자들.”

 

 

 

* * *

 

 

 

“할아버지! 보셨나요? 보셨나요?”

“그래, 나도 봤단다. 마가렛.”

 

별다른 기대가 없던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기사 스포츠에 신흥 강자가 나타났다.

 

라이타니아인 여성이었다.

 

그녀가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며 본선 토너먼트 진출 유력 후보들을 차례대로 때려눕히자 마가렛은 조부에게 졸라 관객으로서 현장을 방문했다.

 

어쩌면 그녀가 카시미어를 바꿔주지 않을까 마가렛은 기대했다.

 

그러나 기사단장으로서 대우받아 VIP석에서 편안히 경기를 구경하던 마가렛은 또 실망했다.

 

검은 기사라 불리는 여성에 대해서 실망한 게 아니었다.

 

기를 쓰고 그녀를 떨어뜨리려 하는 기사 스포츠의 단면에 실망했다.

 

“너무해요.”

“그렇구나. 전쟁도 아닌 스포츠이거늘.”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다수가 한 명을 핍박하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서로 합도 안 맞고, 그 와중에도 서로 배신이 난무한다.

 

배틀로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포인트를 따내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건 상대가 이기더라도 더 위로 올라갈 수 없게끔, 유망주가 다음 대회 때 참여할 수 없게끔 철저히 망가뜨리는 데에 있다.

 

마가렛은 그게 슬펐다.

 

기사로서 기사 스포츠라는 무대에서 맞이하는 결말은 실로 영예롭지 못했다.

 

이래서야 기사가 아니라 광대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때 바람이 불었다.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푸른 은빛이 기사들을 가르며 번쩍였다.

 

동화 속 기사님이 나타났다.






빨리 명빵 아이스 더 브레이크 이벤트 시작해서 흑기사 눈나 만나고 싶다 헤으응


참고로 프밥이 쓰는 투구는 이거.


카시미어가 다른 건 몰라도 겉이든 속이든 기사 코스프레하는 애들이라 그런지 npc 조형이 다 잘 만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