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애비인 라이오스 왕이 저지른 죄 때문에 "아빠를 죽이고 엄마랑 간통한다"는 고대 기준으로 봐도 개떡 같은 예언을 받고


갓난아기 시절 죽으라고 버려졌다가, 코린토스 왕자로 입양되서 인생 좀 피나 했더니


신전 가서 똑같은 신탁 받으니까 부모님한테 불효할 까봐 왕자 직위 버리고 코린토스 떠났는데


그러다 얼굴도 모르는 친아버지랑 길거리에서 시비 붙어서 살해하고


테베로 들어가 과부 왕비 이오카스테랑 결혼해서 축첩도 안 하고 순애 찍으면서 꽁냥거리며 살았더니


나중에 밝혀지기를 자기 친엄마였음


덕분에 충격 받아서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괴로워 하다가 스스로 눈을 뽑아서 장님이 됨


이후 근친으로 태어난 딸의 도움을 받아 한평생 황무지를 떠돌다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친 남자



신화 특성상 신에게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얘는 솔직히 아무 잘못도 안 했고, 인성도 그리스 시대 영웅들치고는 상타치였고, 바람도 한번 안 피는 참된 남편이었는데


예언 하나 때문에 인생 제대로 말아먹고 비참하게 사망함


심지어 여타 영웅들과는 달리 특별히 밉보인 신조차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불쌍


그저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