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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소설은 여주물/무지성이 범람하는 조아라의 어둠에서 꺼내온 빛나는 소설이다.

노트북으로 쓰는 리뷰글이라 스마트폰으로 보면 글 배열이 이상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


소설 제목은 동무(童巫) 다. 

이름부터 뭔가 붉은 깃발 아래에서 기립해야 할 것 같지만 진정하고, 예로부터 동무는 친구를 부르는 흔한 용어였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친우간의 끈끈한 우정이 중심이 되는가? 그건 아니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동무는 순우리말로 한자어가 아니다. 


제목의 동무는 아이 동(童)에 무당 무(巫)를 써서 동무(童巫)다. 

해석하면 어린 무당으로 악한 귀신인 혈귀(오니, 이하 혈귀로 통일)들이 나오는 귀멸의 칼날에 참으로 어울리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장붕이들이 어릴 때 교과서에서 보던 문학들을 보던 기분이 들, 옛 문학의 느낌이 풍기는 문체다.

첫 화부터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데 국어 교과서 속 소설들을 보던 기억이 떠올라 퍽 그리웠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가' 다. 어린 무당이라 아가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진짜 이름이 아가다. 

작중에서 성은 없고 어머니가 나중에 주지 않을까 생각해 한다. 어머니 역시 무당이고, 배운 것은 없을 테니 그저 아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주인공 '아가'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버린 조선의 한 마을의 선무당(서툴고 미숙한 무당)이다. 

그래서 첫 화도 야학에 가서 한자를 배워보는 아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귀멸의 칼날의 배경이 다이쇼 시대(1910년대에서 1920년대 중반)이고 조선은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던 시기이기에 작가가 시대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만약 세세한 디테일을 챙기는 걸 좋아한다면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의 평범한 무당인 아가는 당연히 일본어를 모르고, 한자도 자기 이름 빼면 쓸 줄 모르기에 의사소통이 안돼 고생하는 아가의 모습이 계속 나온다.

고구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귀멸의 칼날 세계관이 혈귀들이 난무하고 죽고 죽이는 스토리라는 걸 생각하면 잔잔한 일상물 느낌이라 생각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연재된 31화 중 초반에선 오니가 등장하지 않지만 이후 등장하니 개인적으론 오니의 등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이라 생각한다.


아가는 렌고쿠가의 집 마당에 떨어지며 렌고쿠가와 시간을 보낸다. 

일본 옷을 못 입어 곤란해 하기도 하고, 음식을 좋아하는 귀여운 행동도 나오는, 때 묻지 않고 순수한 무당의 행동을 보면서 즐겁게 읽었다.


아가와 함께하는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가 있는데 바로 동자신이다. 어린 몸이지만 아가도 무당이기에 신들린 상태인데, 동자신이 늘 함께한다.

일본어를 알아 듣지 못할 때 같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위험할 때 도와준다. 간식을 좋아하고 엉뚱한 면이 있지만. 


아가의 목표는 사악한 혈귀를 죽이는 것도, 일본에서 자리 잡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자 고향, 비와 바람은 거뜬히 막아주고 양반집보다 넓은 렌고쿠가의 기왓집보다 허름하고 초라하지만 그리운, 조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목표다.


마을에서 사람들 한을 들어주고 성실하게 지내는 작고 어리며 때 묻지 않아 흰 종이같은 선무당, 아가와 동자신은 조선으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볼 수 있을까?

행복이 부서질 때는 언제나 피 냄새가 난다는 탄지로의 말처럼 희고 순수한 아가의 종이에 진득한 피가 묻게 될까?

너무나 빨갛게 물들어 흰 모습은 어디도 볼 수 없이 먼 타지에서 피 속에서 익사하게 될까?

아니면 묻어버린 피는 털어내버리고 아침의 해보다 밝고 저녁의 달보다 깨끗한, 순진무구한 아가답게 집으로 돌아가게 될까?


패러디답게 연재주기는 불규칙하고 박살났지만, 부디 이 소설을 함께 즐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