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식賣春植.


나와 군 생활을 동고동락한,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의형제같은 친구.


내가 군에 입대한 오십 년 봄의 강원도 철원 해병대에서 그와 안면을 텄다.


춘식은 나와 같은 기수의 파릇파릇한 아쎄이였는데, 그는 전역하면 신부를 맞아 결혼하기로 했다는 자랑을 줄곧 내뱉었으나 그게 뉘 집 아가씬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군생활이 흐르고 6월의 어느 날,


북한 괴뢰군이 대한민국의 영토와 이천만 인구를 침탈하기 위해 삼팔 선을 넘어 침공을 개시했다.


나의 소대는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트럭을 타고 최전방으로 배치되었고,


곧 땅끄와 따발총으로 무장한 북괴군과 마주해 그들과 총탄을 마주 받았다.


숫자도, 무기도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우리들은 국가와 가족을 위해 필사必死의 저항으로 그들을 저지했으나,


땅끄의 포신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괴뢰군의 병력이 우리를 포위하자 용감한 해병대원들은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전멸하는 가 싶어 절망의 분위기가 소대를 휩쓸 무렵,


매춘식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수류탄 하나를 손에 들고 적의 땅끄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닌가?


매춘식은 손에 든 수류탄을 까서 북괴군이 열어 놓은 해치에 던져 넣었고, 


그 직후 춘식은 북괴군 따발총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아아! 꽃 다운 나이에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하고 저버린 사나이 매춘식賣春植의 날들이여!


북괴군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도 잊어버린 채로, 나의 몸뚱이는 쓰러지는 매춘식을 부축하려 달렸다.


가까스로 쓰러지는 그의 몸을 껴안았지만, 북괴군의 흉탄에 뚫린 뇌골의 구멍에서 그의 생명은 흐르듯 빠져나가 버렸다.


나는 식어버린 춘식의 몸을 끌어안은 채 그의 전우애戰友愛구멍에 나의 포신砲身을 집어넣고, 전우를 잃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허리를 흔들었다.

허리를 흔드는 박자에 맞추어,  나는 그의 몸을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던 '사나이 한목숨'을 열창했다.


매춘식의 분전 덕에 우리 소대는 비교적 전력을 온전히 비축한 채로 부산까지 후퇴할 수 있었고, 


나는 살아남아 이렇게 매춘식과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도 나는 슬플 때마다 군가를 부른다. 


그럴 때면 맹우였던 매춘식과의 우정과 추억이 되살아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