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귀.


살생을 꺼리는 마음씨.


동물들의 친구.


자연을 벗삼으며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이 척박한 한반도에 떨어졌다.


온통 흰 옷 투성이인 사람들이 몰려와 그들을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소스라치며 놀라는 것이 무척 불안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어느새 주위를 감싼 사람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어온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디서 오신 객들이십니까?"


마치 믿을 수 없는 것을 목격했다는 듯, 그 사람의 눈동자도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밝은 태양빛의 마력이 잠시 엘프의 몸을 휘감았고, 그녀는 종달새 지저귐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화답했다.


"저희는... 서쪽에서 왔습니다."


"아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꿇고 말았다.


"부처님...!"





수양대군 이유, 석가의 자손들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