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가팔라졌다. 심장이 마구 뛰고있었다.

"살았다.."

나는 마음 깊은곳에서 우러나오는 안도감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내 소꿉친구, 그러니까 홍연화는 어렸을때부터 나를 좋아한다며 따라다니던 귀여운 아이였다.

처음 17살에 제 마음을 고백하며 사귀자고 할때는 마음이 얼마나 떨리던지.

나는 그 설레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그 자리에서 그 고백을 승낙해버렸다.

...그리고 그건 내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

그녀의 사랑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지 약 열흘정도 되었을까?

그녀가 어느날 자신의 집에 날 초대하더니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말라는것 아닌가?

당연히 장난을 치는거라 생각했던 나는 밖으로 나갔고, 배때지에 구멍 하나가 뚫린 뒤에야 이것이 장난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 옆집에 사람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것이다.

배에 난 구멍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말이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이것도 사랑이다..'

라며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있는 내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던 그녀의 눈빛은..

아마 평생토록 지고 살아가야할 트라우마이리라.

그 이후로 바깥 구경을 못해본지 약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어느날 내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내 소꿉친구인 강연화는 혹여 자신의 문자나 전화를 받지 못할까봐 내 스마트 폰의 전화나 문자를 제외한 모든것을 막아두었다.

고로 전화나 문자는 겨우 사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마저도 이 전화를 건 것이 여성이라면 나는 이제 강연화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전화나 문자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기에 이때의 선택은 정말 내 목숨을 건다는 생각으로 택한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전화에서 희망을 보았다.

'야~ 잘 지내냐 장붕아?'

전화를 건 것은 내 고등학교친구 금태양이었기 때문이다.

금발에 태닝을 한 약간 껄렁한 친구인데다 소문을 들어보면 남의 여자친구를 NTR해 가는것을 즐긴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동앗줄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나와 홍연화 사이의 애정관계를 마구 자랑했고, 이내 금태양은

'그래?'

라는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약 이틀 뒤 소꿉친구인 강연화를 설득해 겨우겨우 데이트라는 명목으로 밖으로 나오게 된 나는 길을 걷다가 풀숲에 숨어있는 금태양을 발견하였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할 수 있어! 벗어날 수 있어!

그 이후로 나는 우리의 '데이트'마다 따라다니는 금태양에게 홍연화의 취향을 알려주기 위해 최대한 그녀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이건 꼭 내가 원해서 그런것은 아니리라.

아마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더이상 데이트라는 명목으로 밖을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니까.

어쨋든 내가 계획한 '홍연화 NTR 시키기' 계획은 순조롭게 굴러가는듯 했고,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문제는 어느날 한순간에 일어났다.

"오늘부터 데이트는 금지야. 여기에만 있어."

정신이 멍해지는것 같았다.
요즘들어 그녀가 금태양과 만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와 금태양 사이를 저울질 할때는 쾌재를 외치며 혼자 방바닥을 뒹굴기까지 했었다.

그녀가 금태양과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정신상태가 점점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는건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표현 될 줄이야.

그녀는 마치 이 이상은 안된다고 선언하듯이 충혈된 눈으로 그렇게 말하며 나와 자신 모두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나는 그렇게 하면서 그녀의 불안정 했던 정신 상태가 점점 회복되어가는것을 느꼈다.

...이대로 있으면 NTR 계획이고 뭐고 영원히 잡혀있는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내 온몸에는 오한이 파르르 들었고, 당장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민하기는 했으나 그리 굉장한 해결법이 있을리 없었다.

나는 눈앞의 칼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옆집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몇시인지는 외워뒀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집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칼을 집어 높이 쳐 들었고.

이내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칼은 내 배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기억은 없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것은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내 옆에서 병문안이랍시고 온 금태양은 홍연화와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홍연화는 다시 '데이트'라는 명목으로 집 밖으로 나서는것을 허락해 주었고.

그녀가 데이트 도중 화장실이라는 핑계로 사라진 이후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잔뜩 흘린채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좋은 징조였다!

그로부터 약 2개월 뒤.

드디어 금태양이 내게 찾아왔다.

옆구리에는 홍연화를 끼운채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니 여자친구 홍연화. 내가 데려갈게?"

"미안 장붕군.. 나 금태양의 것이 되어버렸어.."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기분을 참으며 최대한 비통한 표정을 연기했다.

이후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홍연화의 집에서 벗어나 정신없이 뛰었다.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서울에서 아주 떨어진 경남지역에 도착해 있었다.

그래. 이곳이라면 그녀도 찾아오지 못 할 것이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금태양에게 빠진것 같은 그녀였으나 웬지 모를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

요즘 내 여자친구들이 이상하다.
내가 다가가자, 자꾸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멀어지는것이 아닌가?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나는 요즘들어 내 매력이 떨어진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의자에 걸터 앉은채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사이 내가 얼마전 새로 사귄 여자친구인 홍연화가 살금살금 다가와

"왁!"

하고 나를 놀래키는 시늉을 하였다.

나는 그게 그저 귀엽기만 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다른 여자친구들이 좀 멀어지면 어떤가.

이번에 사귄 여자친구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본 그녀의 눈은,

..무언가 요사스러운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집에서 피가 묻은 식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분탓이겠지..?

2.

이런 소설 엄슴?? 왜 엄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