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진부하다. 소재뿐만이 아니라 그것의 사용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사랑의 진부한 사용에 대해 매우 불만이 많다. 수많은 소설들이 있고 수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사랑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인류 최고의 가치로 그려진다. 사랑만이 세계를 구하고 악을 정화하며 인간을 구원한다는 판에 박히고 질리도록 언급되는 피상적인 주제의 표현들은 책장을 가득 채우고 서점 밖으로 흘러넘친다. 


   <우스운 사랑들> 또한 사랑에 대해 다룬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그 틀에 박힌 소설들과 같은 부류냐 하면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소설은 사랑의 허위, 거짓, 불필요를 드러내며 이에 비웃음을 가한다.  


소설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딱히 단편들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모두 하나의 주제를 다룬다. 사랑의 우스움에 대해서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탐색하고,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지키려던 사랑은 오히려 자신을 먼저 떠나버리고 끊임없이 해온 노력은 막상 그 사랑이 성취되자 너무나도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드러나며 주인공 스스로 이를 버리게 한다.   

7개의 단편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사랑의 가치를 무너뜨린다. 소설 속의 사랑은 로맨틱하지도, 두근거리지도, 세계를 구하고 나쁜 놈들을 무찌르지도, 누군가를 살리지도 못한다. 오히려 사랑은 거추장스럽고 귀찮으며 기껏 외면했던 현실을 눈앞에 들이대는 등 불필요하고 우스운 것일 뿐이다. 


  우리는 사랑이 모든 것이 아니란 것쯤은 모두 알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수많은 매체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혹해 마치 그 속에 진리라도 숨어 있는 양 행동한다. 한순간에 혹해 격정적인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침대에서 후회할 일이라면 대체 그 가치는 어디 있단 말인가. 오늘날 사랑은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