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왕과의 기나긴 독대를 마치고 성검을 받아 모험에 나섰고


가는 발걸음마다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들을 남기며 마침내 마왕성에 도달했다


힘겨운 전투와 수없이 많은 함정을 넘어선 그를 반기는 것은 옥좌에 앉은 마왕이었다


감고 있던 눈이 열리자 보랏빛 구슬 속에 박힌 뱀같은 황금색 눈동자가 용사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재미난 일을 저질러 주었구나, 하등생물."


마왕은 팔걸이를 몇 번 두드리더니 큭큭대는 웃음과 함께 용사에게 물었다.


"허나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정녕 내가 아무런 안배도 없이 너를 들였다고 생각했더냐? 안타깝군."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마법진이 번쩍였다.


"검을 뽑아라. 그 속에 담긴 마력을 모두 흡수해 줄테니. 너의 목을 자르고 그 옆에 새겨질 이름과 함께 장식해주마."


그때, 용사의 입이 열렸다.






















"과연일개무력집단의수장이라고는생각할수없는놀라운안배가아닐수없습니다하지만이러한위기상황에도언제나침착함을유지한다면
거기에서부터살아날활로가보이는것이또세상의법칙이라하지않을수가없는데요제가LA에있던시절에도저의투구폼을지적하던코치..."




"그만! 이 역겨운 하등생물이... 죽음이 목전에 다가오니 겁이라도 난 것이냐? 어서 네 이름을 밝혀라!"














"하지만이런중대사에있어각자의소감과각오를밝히는것만큼중요한것이또없습니다제가1990년고등학교2학년때만하더라도

당시주간야구라는스포츠잡지에서글을쓰던기자분께서그라운드안에서있던제게인사를건네셨는데요그때몇가지질문과함께

제가훗날좋은선수가되기를바란다는말을남기셨습니다그리고이듬해1991년국가대표로미국에서활약하고돌아온제가공항에서

그기자형님과다시만나게될거라고는생각지못했었죠당시다른선수들과달리서울에서갈곳없던저를집에데리고가서하룻밤을

재워주셨는데그집에도착해서기자형님의방안에있던책장속에서차마눈을뗄수가없었습니다영어로만쓰인온갖미식축구농구

야구잡지들이가득했고그중에서도놀란라이언의책이저의심장을마구자극했는데요그때저는기자형님의도움으로대충책속의

내용들을들으며사진들을관찰했었죠그런저의모습이기특했던것인지기자형님께서도제게그책들을선물로주셨는데저는그것이

미국에서좋은성적을낸것보다몇배는더기벘더랬습니다그뒤로도저는책속의놀란라이언을흉내내기시작하면서런닝하는거리를

늘리고웨이트트레이닝을많이한다는책속의내용과사진들을따라하고있었습니다그러자놀랍게도어느샌가저는꿈에도그리던

강속구투수가되어있는것이아니겠습니까꿈을갖는다는것그리고꿈을준다는것이이렇게나마법처럼일어날수있다는사실에

저는항상감사하며살아가고있지요그렇게이어진인연이지금까지도유지되고있다는사실에한편으로놀라우면서도감동적인데요

그저야구유망주였던쳥년하나와잡지사에서일하던직원이지금은최초의코리안메이저리거와야구단사장이되었다니이것참

영화로만들어도손색이없는놀랍고도꿈같은일화에저는항상가슴이뛰고제가걸어왔던모든길에대해감사하는마음을..."



"으아아아아악! 그만... 그만두란 말이다! 그 주둥이 닥치고 어서 검을 뽑으란 말이야!!!!!!!!"


















"역시객관적으로도제가이상황에서불리하다는사실을부정할수는없습니다하지만저는한양대시절부터지금까지수많은역경을딛고

그것을발판으로삼아여기까지도달할수있었죠그중심에는제가언제나마이너리거라는자각을가지고살아간다는좌우명이수많은

도움을주었습니다실제로도저는제가텍사스에서지명을받은이래로항상스스로에게너는메이저리거라는타이틀에안주하고서

거기에매몰되지말아라올라갈곳을잃은자에게남는것은추락아니면현상유지뿐이라는교훈을매일아침일어나면서되뇌이는습관을

만들었습니다그다짐이사라지지않기위해서라도따로글을써서남겼는데요마이너리거로인생을살아간다는글귀의의미는제가보내는

모든시간들이스스로의부족함을다시깨닫게하는시간이됨으로써언제나자극과향상심을주는원동력이되는것이라할수있겠습니다

그렇기에저는단순히국가유망주나최초의코리안메이저에서끝나는것이아니라벤처사업가라는전혀다른미지의영역에도겁없이

도전할수있는용감한개척자가되었다라고자신있게얘기하겠습니다아시아최다승이라는빛나는업적과한만두라는역사적인

대굴욕이공존하는것은이러한저의인생역경을잘보여주는한편의단락이자일종의이정표인동시에저스스로는금과옥조로삼을

어떤고속도로표지판같은존재의힘이아닐까하고조심스레말해보겠습니다은퇴이후로수많은생각을하며유소년스포츠꿈나무를

양성하는등기존의능력을살려야구업계에공헌하던제가어째서삼성동코엑스의스파크랩데모데이라는행사에나가게되었는가

이것을또설명하자면많은이야기가필요한데요우선제가1994년LA에있을때시절의이야기를하지않을수가없겠습니다아무래도

미국에서파이낸스라던가그러한재정에관련된여러조언이나전문가들이자산관리등에대해이야기하면서미팅시간도함께가지고

중간중간에투자와같은것들에배우면서파트너십이라는것의가치에대해숙고하는시간을가지지않을수가없게되었는데요저역시

수많은동료선수들과코치그리고팬여러분들의성원에힘입어야구라는세계에서멋진단락을장식하는한줄의글귀가될수있었지만

그뒤로는제가알지못하는수많은사람들이여러방면에서보내준지원이없었다면결코해내지못했을업적이아닐까합니다이것을

저라는개인의영역에서끝내는것이아니라한명의성공한사람으로서그아름다운미담을계속해서이어나가는한편아직발굴되지않은

수많은유망주들에게그저잠깐의호의로서끝나는단발적인일회성공약이아니라사회환원과스포츠계에몸담았던선수로서어떻게든

공헌할수없을까하는깊은고민에대한제나름대로의보답이자새로운여정으로향하는출발을알리는일종의효시라고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마치지금도여러곳에서새벽의어둠을밝히며미래로향하는문을두드리는젊은벤처사업가여러분들의뜨거운열정과도

어느정도맞닿아있다고볼수있겠는데요이렇게나숭고한도전정신의돛을밀어주는한줄기바람이자배를안내하는강력한해류가되고자

이런전도유망한스타트업에대한지원과투자를시도하는스파크랩과발걸음을나란히하게되어저개인에게도무궁한영광이지만한편으론

지금도자신의마음속에소중히품고있던드높은꿈들을현실로가져오는아름다운작업에동참하게되어마치일곱살어린이처럼가슴이뛰지

않을수가없습니다언뜻생각해보면그저공이나던지고때리며달리는야구가이것과무슨상관이있겠냐하는의문이들수도있는데요

자세히살펴본다면이야구라는스포츠만큼데이터와수학이중요한종목이또없다는사실을알려드리게되어무척가슴이떨리고있습니다

제개인적으로도무언가전략을짜고플랜을짜고공략을하고방어를하고하는게굉장히몸에배어있기도하고비디오판독이라던지

각선수들의투구폼이나전술부터작은습관에이르기까지여러가지정보들을발전된IT기술과학문으로서의스포츠영역에서활용되는

최첨단의기술들을접목시키고있다는것을볼때이러한시도가비즈니스라는영역에도충분히제역할을톡톡히해내리라는것을믿어의심치..."


"크아아아아아아악!!!!!!!!!!!!!"






결국 862시간에 걸친 이야기가 끝나고 성검이 뽑혀나왔으나, 이미 옥좌에 앉은 마왕에게는 한 줌의 전투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두가 숨죽여서 한 사람의 귀환만을 기다리고 있던 수도에서는 곧 우렁찬 함성과 함께 꽃가루가 휘날리기 시작하였고


가슴뛰는 전투와 세계의 명운을 결정지을 대결투를 들려주리라 기대한 이들에게 또 한 번의 끔찍한 시간만을 안겨주게 되었다


그렇게 장장 97권이라는 조선왕조실록의 두께와 맞먹을 용사의 모험담이 책으로 발매되었으나


왕립도서관에서 기록보관을 위해 주문했던 한 질을 제외한다면 아무도 구매하는 자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