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나와 함께 이 미친 전쟁판을 헤쳐온 부대원이라는 놈이 할 이야기가 있다길래 한번 들어주기로 하였다


"흐음... 네가 좋아하고 사귀는 여자라면 역시 통신부대쪽의 그?"


"예... 대장님"


"에휴, 그래 이 나이 먹도록 여자 하나 없는 내가 나쁜 놈이지. 이제 방해 안할테니 계속해"


"네.... 뭐 제 이야기는 대장님도 잘 알고 있지만, 정말 이번 전쟁은 참혹했죠....


그래도 저희 부대는 이번 전쟁에서 공도 많이 세우고 분에도 맞지 않게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까지 얻지 않았습니까


이제 내일 전투면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나겠네요....


뭐, 패잔병들 정도여서 이 전쟁영웅인 저희 부대에서 사망자가 나올리는 없겠지만 말이죠


일주일 뒤에 제 여친님의 생일이어서 몰래 드레스도 준비했고 말이죠. 이번 전투가 끝나면 반지와 함께 전해줄겁니다


아, 여친님 드레스 살 때 그래도 저희 부대가 이번 전쟁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작전하는 거니 출전하기 전에 기분전환도 할겸 케이크도 사왔는데 그냥 전쟁 끝나고 먹죠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죠....


전쟁 직전에 부모님과 대판 싸우고 무작정 수도로 상경해서 입대했으니까요


사실 몰래 몰래 여동생과는 연락을 취해오고 있었답니다. 보세요, 여기 여동생의 사진


여동생이 직접 보내온 사진이랍니다. 예쁘죠? 이렇게 귀여운 여동생을 못본지도 벌써 몇년째인지....


하.... 부모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어째서 전쟁이 끝날때가 되어서야 깨달은 걸까요... 


전쟁이 끝나면 부모님께 정식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후회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죠...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 전 대장님같으신 분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못미더웠고  왜 저딴 인간이 대장직을 해처먹고 있나 생각했습니다만....


대장님이 얼마나 국민과 나라를 사랑하는지 알고 진정으로 대장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대에 들어왔던 초기에, 너무 개쓰레기처럼 굴었던거 사과드리겠습니다


대신 여기....


지금까지 저를 지켜줬던 여동생이 선물로 준 지포라이터 입니다. 뭐, 대단한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를 지켜준 부적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받아주세요


예전에 제가 개판으로 굴었던 것들을 사과드리는 것으로 퉁치자구요


아 그리고 이번에 여동생이 고향에서 제가 쓰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겨왔는데 내일 부대원들끼리 같이 사진 한번 찍는거 어때요?


저, 고향에서 사진을 잘 찍어서 대회같은 것에서 우승하기도 했다구요?


전쟁이 끝나면 다시 사진이나 찍으러 다닐까.... 


전쟁이 끝났을 때 저 생까지 마시고, 꼭 대장님한테 청첩장도 돌릴테니까 꼭 오셔야합니다.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