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호텔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 - 어둡다는 것이었다.


한 걸음씩 내딛으며 어둡고 침침한 여관 복도를 걸었다.


분명 전구들은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복도들은 청색으로 비춰졌다. 아마도 벽을 청색으로 칠한 모양.


방들에는 세 자릿수의 번호가 붙어 있었다. 방금 지나친 문은 302호, 지금 내 옆의 문은 303호, 그다음 문은 304호.


복도가 너무 어둡고 또 침침해서 그 번호도 잘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5월 7일 4시 42분이라고 떠 있었다.


그리고 최근기록을 눌러, "지배인" 번호를 터치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하는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연결음이 10초 정도 이어지다가, 이내 건너편에서 누군가 그 전화를 받는 것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맑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예, 여기 호텔 신입 직원입니다. 오늘 4시 30분까지 3층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아무도 계시지 않아서요."


그러자 건너편에서 지배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그랬다고요?"


"예, 분명 4시 30분이라고 하셨습니다."


"문자로 그랬던가요?"


"예, 분명 그렇게..."


"5월 6일 오후 4시 30분에 그렇게 제가 문자를 했던가요?"


"예,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러자 지배인이 부드럽게 한숨을 쉬고 중얼거리듯이 꾸중했다.


"제가 분명 5월 5일 오후 4시 30분에 지시했을 텐데요, 5월 6일 오후 4시 30분에 제가 무슨 지시를 하든지 간에, 그 지시를 절대로 듣지 말라고."


"아, 죄, 죄송합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왕 오신 거 일 배우고 가시죠. 끊겠습니다."


내가 전화를 끊는 순간, 옆에 서 있던 지배인이 날 보고 물었다.


"누구와 통화하셨습니까?"


나는 화들짝 놀라 그 지배인과 내 휴대폰을 번갈아 보고, 당황스럽게 물었다.


"언제부터 옆에 계셨습니까?"


"아까부터요. 그런데 통화를 너무 열심히 하시기에 말을 못 걸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내가 급히 휴대폰을 확인했다. 4시 10분에 어머니와 통화한 게 마지막 연락이었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배인이 어깨를 으쓱하고 앞서 걸으면서 말했다.


"설명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지배인은 젊은 여자였다. 긴 머리는 꿀을 바른 듯 윤기가 나고 아름다웠다. 내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복도가 왜 이렇게 어둡게 되어 있습니까?"


"어둡다니요?"


지배인이 고개를 돌렸다. 내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복도는 꽃 벽지로 가득했고, 하얀 빛이 복도를 아름답게 밝히고 있었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어두웠는데. 지배인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 호텔에 어두운 복도는 없습니다. 만약 일을 하다가 어두운 복도가 나타난다면, 제 허락 없이는 절대 그 복도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어째서 그래야 합니까?"


그 말을 듣자 지배인이 방긋 웃으며 돌아섰다. 이어서 날 보며 대답했다.


"신입분을 위해서입니다. 그냥 들어가지 마세요."


나는 더 캐어 묻지 않았다. 이내 지배인이 날 데리고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었다.


"이 호텔에는 엘리베이터가 다섯 기 있습니다. 만약 업무 중 홀수층만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보이면, 꼭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이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모두 전층운행입니다."


약간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물었다.


"홀수층만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어째서 그런 엘리베이터가 보일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 순간 나와 지배인의 눈앞에 홀수층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내가 펄쩍 뛰며 외쳤다.


"호, 홀수층 엘리베이터에요!"


그러자 지배인이 태연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내가 그녀에게 다시 외쳤다.


"그 엘리베이터가 홀수층 엘리베이터라니까요!"


지배인이 돌아보면서 말했다.


"홀수층 엘리베이터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부, 분명 호텔의 모든 엘리베이터는 전층운행이라고..."


그러자 지배인이 잠시 어리둥절하게 나를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전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더더욱 꺼림칙하고 오싹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 뒤 물었다.


"저, 저 여기서 일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가 봐도 되겠습니까?"


지배인이 싱긋 웃고 대답했다.


"나가려고 해도 주의사항을 다 숙지하셔야 안전하게 나가실 수 있을 텐데요?"


절망적이었다. 지배인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도 처음엔 힘들었어요. 이 호텔이 좀 복잡해야 말이지요. 그런데 3년쯤 여기서 지내다 보니 적응되더군요. 이런저런 문제도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고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배인이 밝게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떠나지 마요. 이 넓은 호텔 둘이서만 관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둘? 좀 이상한 듯해서 지배인을 보고 물었다.


"호텔 지배인이 두 사람입니까?"


"아뇨, 한 명은 일 도와주는 친구에요. 예진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지배인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지배인...이시죠? 제가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지배인이 방긋 웃고 대답했다.


"누나라고 부르세요, 어차피 여기서 일하는 사람 많지도 않은데 뭘."


"아... 네. 알겠습니다, 누나."


지배인이 까르르 웃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내가 급히 엘리베이터에 따라 탔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9층 버튼을 누른 뒤, 오른쪽 거울을 보고 머리카락을 고치면서 말했다.


"참, 이 호텔은 지하로 3층까지밖에 없답니다."


내가 엘리베이터 계기판을 보았다. 거기에는 지하 4층이라는 버튼도 붙어 있었다.


"지하 4층도 있는데요."


"무시하세요. 지하 3층까지밖에 없다니까요."


"지하 4층에 가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지배인이 머리카락을 열심히 매만지며 대답했다.


"아마 엄청나게 어두울 거에요. 만약 기계 고장이나 실수로라도 지하 4층에 가면, 절대 내리지 말고 당장 닫힘 버튼을 눌러 문을 닫아버리세요."


지배인이 미소지어 보이면서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


"안 그러면 당신 잡아먹힐 거에요."


"예?"


지배인은 더 말하지 않고 다시 거울 보기 삼매경이었다. 그녀가 9층에 도달해서 말했다.


"만약에 6층 방을 달라는 손님이 계시면, 6층은 드릴 수 없다고 말하세요. 6층은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누나."


나한테 누나라는 말을 듣는 것이 쑥스러운지, 그녀가 다시 깔깔 웃음을 터뜨리고 입을 가리며 9층에 내렸다.


"아마 일요일 새벽 3시가 되면, 빨간 두건을 쓰고 비를 잔뜩 맞은 손님이 오실 거에요. 그날 날씨가 맑든 흐리든 무조건 비를 흠뻑 맞은 채로, 뽀송뽀송한 검은 우산을 들고 오실 겁니다. 그럼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 손님에게 555번 방 열쇠를 내어드리세요."


"방값은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건드릴 생각 마세요. 아직은."


지배인이 자신의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방은 스위트룸처럼 널찍하고 예뻤다. 그녀가 날 보며 말했다.


"그리고 퇴근하실 때는, 반드시 동쪽 건물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세요.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절대로 퇴근하실 수 없습니다."


"어째서죠?"


지배인이 한숨을 쉬고 날 바보같이 보며 말했다.


"궁금하면 해 보시든가요. 아마 그날 저는 또 신입 채용 공고를 내야 할 겁니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451번 방은 매일 룸서비스로 아침을 요구할 겁니다. 메뉴는 땅콩버터 샌드위치. 그 방을 쓰고 있는 고객님이 없고, 그 방의 열쇠가 분명 카운터에 잘 있더라도, 451번 방에는 매일 아침 룸서비스를 가져다 드려야 합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문앞에 두신 후,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르게 4층을 빠져나오세요."


뭔가 많이 이상한 호텔이었다. 지배인이 근로계약서를 꺼내면서 말했다.


"시급은 16만원이고 하루 8시간 근무입니다. 청소는 예진이가 할 테니까, 방문 건드리지 마시고 제가 말씀드린 수칙을 철저히 지켜 주십시오."


시급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 충성스럽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누나!"


지배인이 쑥스럽게 입을 가리고 다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지배인에게 연신 인사를 한 뒤 동쪽 건물로 향했다. 동쪽 건물 끝의 엘리베이터를 쓰랬으니까.


그 때 뒤에서 지배인이 소리쳐 물었다.


"신입! 좋아하는 세 자리 숫자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 저는 222가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생일이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동쪽 건물로 걸었다.


호텔을 다시 보니, 좀 꺼림칙한 것만 빼고, 모양은 참 예쁜 것 같았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 지배인이 했던 말에 따라서 절대 6층과 지하 4층을 누르지 않고 1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층을 건너갈 때마다 나는 철컥거리는 소리. 그 소리가 웬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6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버렸다.


나는 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나, 6층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었나요?"


"그래요. 운영 안 합니다."


"그럼 6층에는 아무도 없는 거구요?"


"글쎄요."


"지금 엘리베이터가 6층에 멈췄는데, 저 어떡해야 하나요?"


그러자 지배인이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내리세요."


나는 문을 열고 6층으로 들어왔다. 복도는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창문도 대부분 방에 나 있다 보니 복도에는 채광이 전혀 안 됐다.


"네, 내렸어요."


대답이 없었다. 급히 휴대폰을 꺼내 보니 전화는 끊겨 있었다.


불안해져서 둘러보는데, 갑자기 그 어두운 복도 끝에 지배인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내가 급히 달려가면서 외쳤다.


"누나! 6층 원래 이래요?"


그러자 지배인이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차가우면서도 슬퍼 보였다.


"좋아하는 숫자가 222라고 했나요? 생일도 2월 22일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그러자 지배인이 나를 바라보면서, 이제까지 듣지 못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무릎 꿇어."


당황스러워서 한 걸음 물러섰다. 지배인이 더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무릎 꿇으라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대답도 못하고 주저앉다시피 무릎을 꿇었다. 지배인이 날 내려다보며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뭐라고 했죠?"


어긴 거 없는데... 내가 너무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 저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그러자 지배인이 더더욱 싸늘한 표정을 짓고 나를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제가..."


그녀의 입에서 잊고 있던 말이 튀어나왔다.


"5월 6일 4시 30분에 하는 지시는 절대 듣지 말라고 했는데..."


아... 급히 고개를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이미 그 지시를 들어버리셨네요..."


그러자 지배인의 그 차가운 얼굴 한가운데에서 물이 흘렀다. 그녀의 눈에서 흘러나온 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본 이상형인데..."


내가 지배인의 이상형이라고? 급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배인이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예진아."


그 순간, 손님을 받지 않는다던 6층의 방문들이 일제히 동시다발적으로 끼이익거리며 열렸다.


지배인이 말했다.


"이번에도 네가 이겼어."






















































"...그리고 451번 방은 매일 룸서비스로 아침을 요구할 겁니다. 메뉴는 땅콩버터 샌드위치. 그 방을 쓰고 있는 고객님이 없고, 그 방의 열쇠가 분명 카운터에 잘 있더라도, 451번 방에는 매일 아침 룸서비스를 가져다 드려야 합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문앞에 두신 후,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르게 4층을 빠져나오세요."


뭔가 많이 이상한 호텔이었다. 새로운 신입이 어깨를 으쓱였다. 지배인이 손가락을 세우고, 약간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매년 2월 22일, 오후 4시 30분마다, 222번 방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겁니다. 그럼 귀를 막으세요. 그 소리를 5분 이상 들으면 절대 안 됩니다."












양식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습니다.


큰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한 번 이렇게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