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선배, 미치겠다니까요?"

"아니 또 왜?"


이곳은 악의 조직 세뇌부 탕비실. 휴식을 취해야 할 장소에서 지우는 안도의 한숨이 아닌, 한탄의 한숨만을 내쉬고 있었다.


지우는 오늘도 부장에게 깨졌다.

그렇다고 그게 내 책임인가? 그렇지도 않다.


갑갑한 마음에 믹스커피를 한입 들이킨다.


-호록

인스턴트 커피의 달달하고 자극적인 맛. 요즘 이거 안마시면 못 버티겠다.


"후우... 요즘 마법소녀 이 년들이 하도 성고문으로 세뇌를 당하다 보니, 이제 성감 차단하는 기재를 만들었어요. 안 느껴요 안 느껴 목석이야 그냥..."


부장놈의 얼마 남지 않은 애기솜털 머리털을 마음 같아서는 쥐어뜯어서 불모지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참았다. 힘없는 말단 사원이 어찌 부장 님에게 개기겠는가.


"하하, 알아서 잘 해야지 별 수 있냐?"

"그게 안되니까 지금 이러죠..."


선배는 그저 허허로이 웃으며 격려만 할 뿐이다.


마법소녀, 의문의 강대한 매지컬 파원지 나발인지로 A시를 지키는 소녀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무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강대하긴 하지만 어느정도 상식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즉 패배할 수도 있다는 소리.


그렇다고 흔한 일은 아니다. 조직의 기술력의 상징인 전투조가 만전을 기해 나서서 마법소녀와 전투를 치른다는 가정 하에 그 미친년들에게서 승리를 거두는 비율은 약 1할 정도.


그것도 좀 어벙한 애들을 상대로나 가능하다. 진짜 강한 애들은 얄짤없으니까.


그런데 그 1할 중에서도 그저 마법소녀를 패퇴 시키는 것이 아닌, 마법소녀를 붙잡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렇게 만의 하나의 확률로 붙잡은 마법소녀는 세뇌 부서로 넘겨져 사용되게 된다. 귀중한 자원이다.


'어떻게 세뇌하냐고?'


우선, 첫 번째 방법. 고통에 의한 세뇌.


이를 뽑고 손가락을 분지르고 뭘 하고 기타 등등... 솔직히 좋은 광경은 아니다.


'애초에 이렇게 하면 병사로 어떻게 써, 이미 병신이 되버렸는데.'


타락한 마법소녀의 전투력을 이용하기 위해 세뇌하는 건데 이미 손병신 다리병신이 되어있으면 수고만 하고 알맹이는 없는 꼴이다.


근데 세뇌부 설립 초기에는 그랬다더라~ 하고 들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 쾌락에 의한 세뇌. 


최신 지침이 내려온 방법이었다. 고통에 의한 세뇌에 비해 메리트가 확고했다.


메리트

첫 번째 : 정신력을 깎아내기에 탁월하다.

두 번째 : 좋은 소리로 울어주기에 부서원들의 죄책감이 안 생긴다. 고통 세뇌를 쓸 땐 진짜 퇴사율이 장난 아니게 높았다더라. 

세 번째 : 하나같이 예쁜 소녀들을 조교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기진작에 크나 큰 기여를 한다. 이거 중요하다 별표 다섯개다.


'어떻게 쾌락을 주어서 함락 시키는 거냐고?'


쾌락은 마약과도 같아서 점점 중독이 된다. 정신력이 강한 마법소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첫 날에는 으레 그렇듯 자신에게 주어지는 쾌감을 부정하고 오히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까지 저항이 거세다.


그런데 그게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지나면?


쾌락을 부정하는 것도 정신력을 소모하는 것이다.

우선 몸에 위해는 없다. 오히려 뇌내 도파민이 많이 나와서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이게 의존성이 생각보다 강하지.'


점점 쾌락을 부정하는게 의미 없어진다. 어차피 몸에 위해도 없고, 정신만 깎아먹을 바에야 어느 정도만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쾌락에 마음껏 울부짖으며 쾌감을 즐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종의 포기와도 같은 것이지.'


그 전까지는 사전 작업일 뿐이고. 이때부터 시작인 것이다.


그렇게 정신이 말랑말랑해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세뇌와 쾌락의 이중주는 손쉽게 그녀들을 요리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어왔다.


'그것도 옛말이지만..."


그런데 최근, 이 방법이 알려지게 되면서 마법소녀 측에서도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성감을 제거하는 프로토콜을 피부에 이식해 촉각은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뇌에 쾌락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세뇌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실무자가 아닌 부장 놈은 그것도 모르고 내내 왜 갑자기 세뇌를 못하느냐며 우리들을 걸고 내내 들들 볶지만 성감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데 뭘 어떻게 세뇌를 하는가.


가뜩이나 정신 방벽도 단단한 년들인데.


그래서 선배에게 고민을 토로하자 선배의 눈치는 전혀 심각한 기색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선배는 성감을 제거한 마법소녀들을 상대로도 아직도 혁혁한 전과를 내고있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 존경하는 사수다.


"뭘 그거 가지고 그래. 그럼 뭐, 육체적 쾌락이 안 먹힌다고 손 놓고 있을래?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네? 머리요? 뇌를 헤집어요?"


뇌를 헤집다 잘못하면 마법소녀가 죽어버린다. 막대한 손실인 것이다. 애초에 그런 역겨운 일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

마법소녀가 좋은 소리로 암퇘지 같이 우는게 좋은거지 진짜 피눈물 흘리면서 절규를 지르는 걸 듣고 싶은 놈은 없단 말이다.


선배는 한심하단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육체적 쾌락이 안 먹히면 정신적 쾌락을 쓰라고 똥 멍청아, 이딴게 내 대학 후배?"

"어, 어떻게요? 뭐, 진짜로 연애하듯 꼬시기라도 하라고요?"

"잘 아네, 맞아. 한 쪽은 계속해서 쾌락조교를 하는 척을 하는거야. 뭐 실제로도 몸은 점점 더 민감해 질테니 나쁠 것은 없고."


-꿀꺽...


"그리고요?"

"거기서 연기 잘하는 놈이 투입되는거지. 내키지 않는 듯 우물쭈물 하기도 하고. 연민어린 눈빛으로 보기도 하다가..."

"하다가?"

"어차피 투입되는 거 한 명 이잖아. 걔만 들어가서 마법소녀를 쉬게 해주기도 하고, 오히려 잘해 주는거지."


좋은 경찰, 나쁜 경찰 기법... 아닌가?


"그러다가 걔한테 아무것도 안하고 잘해주는 걸 걸려서. 걔 눈앞에서 상급자가 쪼인트도 까고 막말도 하고 그러는거지."

"그러면 연기자만 불쌍한 거 아니예요?"


걔는 뭔 죄인가.


"근데 사람이란게 신기해서, 왠지 자기가 손해보면서도 자기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이면? 의지할 데 없는 극한상황에 몰린 애는 어떻게 생각하겠어?"

"의심하는거 아니예요?"


이상하지 않은가. 누가 봐도 이상한데. 근데 선배는 오히려 부정했다.


"그래, 처음에는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점점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그러다 보면 왠지 의지하고 싶어지기 마련이거든... 처음에는 '수 쓰네 미친놈들' 싶다가도 나중가면 '정말 나를 위해서?' 라는 생각으로 바뀐단 말이야."


메모해놓자 메모.


"그렇게 하다가 보면 '사실 얜 착한 애일지도 몰라' 하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점점 빠져드는거지"

"오오....."


.

.

.

.

.


세뇌부서에는 이 비결을 공유받아 새로운 과가 출범했다.


제 5과, 정식명칭. 순애조교과.


근데 다들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마법소녀 연애조작단.'


근데 연기자가 내가 됐다.


"어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