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과에서 알립니다. 쾌락세뇌 팀의 실적이 최근 80% 급감했습니다. 3달 안에 실적을 복구하지 못한다면 팀이 해체될 수 있음을 통보합니다. 회사는 여러분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봉사단체가 아닙니다. 이상.




"저희 팀의 잘못이 아니라, 마법소녀 협회 측의 조치이기 때문에 - "

"그렇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기여가 줄어든 건 사실 아닌가?"

"쾌락 차단 프로토콜 때문에 실적이 줄어든 것입니다. 팀의 역량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지. 환경이 변해버린다고 폐기물 급이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네를 쓸 이유가 없네."


팀장은 무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만약 회사에서 쫒겨나게 된다면, 뭘로 돈을 벌어야 하지?


"… 증명해봐. 옆 팀에 기생하던, 새로운 방법을 찾던 간에. 실적만 채우면 눈감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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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옆 팀이란 것은 고통세뇌 팀이었다. 듣기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마법소녀 협회에서 고통을 차단하는 프로토콜을 이미 마법소녀에게 이식하긴 했지만, 이 팀이 노리는 건 고통 자체가 아니라 신체 훼손에 대한 공포로 정신 방벽을 허무는 것이었다. 그리고 팀에 있는 작자들이란 가학에 도를 튼 사람들. 개중에선 핏자국을 뚜렷하게 보기 위해 일부러 흰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놈들의 옆에 붙는 건, 취향이 뒤틀린 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신 방벽을 허물 수 있다고 해도, 직접 고통을 주는 것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기도 하고, 때마침 육체적 쾌락을 주기만 해도 정신 방벽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회사에서 새로운 팀을 구성한 게 쾌락세뇌 팀이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팀을 꾸려 세뇌해보니 고통세뇌보다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첫째, 고통을 줄 수 있을 때보다도 정신방벽을 빠르게 깎아낸다.

둘째, 눈요기. 두 말 할 것도 없다. 마법소녀들은 다 이쁘더라. 그런 여자들을 맘대로 쾌락에 젖게 할 수 있다.

셋째, 직원들의 정신력 소모도 덜하다. 오히려 업무 능률이 오른다. 고통에 찬 모습보단 쾌락에 함락되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지 않겠는가.


 쾌락세뇌 팀이 승승장구 하던 그 때, 마법소녀 협회 측에 누가 귀띔을 해준 건지, 최근에 잡힌 마법소녀들은 쾌락을 차단하는 프로토콜을 또 달고 왔더랜다. 팀의 존립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팀원이 전부 모여 머리를 싸메고 대책을 만든 것이 '마법소녀와 가짜연애를 한다', 였다. 이름하야 '마법소녀 연애 조작단'.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연기는 누가 할래?"


"아무래도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잘 하지 않을까요? 연애 경험 있는 사람?"


"…"


공기가 가라앉는다.

완전한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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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저찌해서 나온 결론은, 얼굴이 제일 반반한 녀석을 앞에 세우고, 나머지는 뒤에서 조언해주는 것이었다.


솔직히, 라고 팀원 하나가 운을 땠다. 팀장님이 제일 잘생기지 않았나.

팀장은 헛웃음을 쳤다.


"이런 데서만 아부하지 말고. 내가 이런 일까지 나서서 해야겠냐. 나 빼고 니들끼리 알아서 정해라."


...라고 말하고,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팀원들의 상태를 다시 살펴보기 전까진.


한 명은 깡마른 몸에 헐렁한 형광색 티셔츠.

그 옆엔 두툼한 뱃살에 당장 터질 듯한 바지.

또 그 옆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꽉 끼는 청바지에, 꼬툭튀.

그리고, 원형 탈모.


팀장은 자신의 상대적 우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골 때리네. 진짜 내가 해야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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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팀장은 정장을 차려입은 채로 출근했다. 깔끔한 이미지를 부각시킨 스타일. 지하실에 납치당한 이례로 팀원들만 만나던 마법소녀들의 눈에는, '상대적으로' 연예인을 보는 듯한 느낌일 수도 않을까.


마법소녀들이 묶인 채로, 기구로 밤낮없이 자극받고 있는 방. 최근에 붙잡힌 년들은 역시 반응이 없었지만, 쾌락 차단 기재가 없는 마법소녀들은 여전히 물을 뚝뚝 흘리며 좋은 소리로 울어대고 있다. 팀장이 마법소녀들 중 한 명을 지목한다.


"어이, 저기 저 여자 있지? 독방으로 보내놔라."


팀원들은 곧장 그녀를 독방에 넣었다. '갇힌 지 며칠이나 됐다고 독방? 끔찍한 일을 당할텐데 불쌍하다'와 같은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한 번 더 가다듬은 팀장은, 담요 하나를 들고 독방으로 걸어들어간다. 딱딱한 바닥에 그의 구두소리가 울린다. 손발이 의자에 고정된 마법소녀는 무척이나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무언가 강인한 의지를 가진 듯한 느낌이었다.


"어유, 안녕하세요," 팀장은 뒤돌아 독방 문을 닫으면서 부드럽게 인사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농땡이 피우고 싶은데, 밖에서 놀긴 애들 눈치가 보여서 말이죠. 좀 쉬다 가겠습니다."


그는 담요를 슥 덮어주고는 구석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상당히 의아해하는 마법소녀의 시선이 느껴져서 부담스럽지만, 일단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니까.


마법소녀는 혼란스러웠다. 독방에 끌려간다고 해서 마음 독하게 먹고 있었더니, 팀장은 담요나 덮어주고 눈 앞에서 딴짓을 하고 있다. 왜?


하지만 의심하던 것도 잠시였다. 간만에 온 휴식시간에 각성이 풀려버린 마법소녀는, 그대로 잠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담요를 걷는 감각에 잠에서 깼다.


"오늘 여기서 쉰 거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직원들한테든, 동료들한테든."


그녀는 막 잠에서 깬 멍한 표정으로 팀장을 쳐다봤다.


"잠 푹 잔 게 얼굴에 보이네요. 좀 더 있다가 정신이 돌아오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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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마법소녀는, 신체가 오랜기간 동안 휴식하지 못한다면, 위험상황이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각성상태에 돌입한다. 각성상태의 특징 중 하나가 졸리지 않다는 것이다.

 이곳에 납치된 이래로 각성상태가 되어 잠을 자지 못하던 마법소녀는, 첫 독방시간 때 잠들며 각성상태가 풀렸고, 그에 따른 피로감으로 많은 수면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루 한 번의 독방 시간. 팀장은 담요를 들고 들어와서, 철문을 닫고, 마법소녀에게 담요를 덮어준 뒤 휴대폰을 보며 휴식한다. 마법소녀는 간만에 온 휴식시간에 잠을 청한다. 이러한 일과가 둘만의 일상이 되었고, 서로 편히 쉴 수 있는 최선책이 되었다.



*



 충분히 휴식한 마법소녀는, 더 이상 많은 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독방에서 잠을 자지 않는 시간이 늘어나자, 팀장은 이 부분을 정확히 캐치했다.


"이제 전만큼 안 피곤한가 봐요? 요새는 잠을 그렇게 많이 자진 않네."


"…"


"음, 뭔가 물어보고 싶은데. 어쩌다 마법소녀가 됐어요?"


마법소녀는 대꾸하지 않았다. 적과 정을 붙여서 자신이 이득 볼 건 없으니까.

뾰루퉁한 표정을 보고, 팀장은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웃으며 다시 질문했다.


"뭐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거 있어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 가져다 줄게요."


 여기선 최소한의 영양성분을 수액으로 공급한다. 마법소녀는 미각으로 무언가를 느껴본 기억이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뇌 속에 수만가지 음식이 스친다. 


"음… 저기… 좀 여러 개 골라도 될까요?"

"어유 그럼요."

"저 그럼 마카롱이랑 아메리카노도 먹고 싶고, 츄러스도 먹고 싶고, 젤리, 케이크, 프라페,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어요."


마법소녀는 숨도 쉬지 않고 음식 이름들을 뱉어냈다. 팀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요 그래요, 하나씩 천천히 갖고 올테니까 다 먹어 봅시다."


마법소녀는 잠깐의 정적 뒤에 꼬투리를 잡았다.


"...아뇨, 마카롱이랑 아메리카노는 같이 들고 와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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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  마법소녀를 붙잡았다. 세뇌가 안 먹힌다.

하나 더 쓰고 싶은 게 있어서 이만 줄임

쓸 수 있을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