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냐! 어째서 계속 일어서는 거냐고!]


쾅!


빌런은 히어로를 다시 땅 바닥에 처박으며 외쳤다.


이번이 벌써 4번째.


신체강화 계열 히어로도 큰 데미지를 받을 공격인데, 

그는 신체강화 능력도 없고 육체도 일반인과 다름없다. 이미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허나 그는 이번에도 얼마안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곤, 특유의 허세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빌런을 도발했다.


두 다리는 비틀거리고 왼팔은 이상한 각도로 꺾였으며 입에선 피가 흘렀지만, 남자는 결코 미소만큼은 잃지 않았다.


[하아... 불행히도, 히어로란 그런거거든. 갈대처럼 흔들려도, 절대 꺾여서는 안되지. 언제나 옳은 일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게 히어로의 본질이야.]


[그럼 내가 꺾어주마!!]


빌런은 남자를 향해 대포알처럼 돌진했다.


달려오는 것만으로 땅이 울리고 바람이 부는 것이 분명 스치기만 해도 사망확정인데, 그는 자리에서 움직이긴 커녕 고개를 까닥이며 경고했다.


[발 밑 조심해라.]


[개수작부리지 마ㄹ..]


휘리릭-!


[으윽?!]


갑자기 발에 무언가가 걸린 빌런.


중심을 잃은 빌런을 빠른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구르다 근처 콘크리트 벽에 처박혔다.


그를 넘어지게 만든건 다름 아닌 아스팔트 바닥에 갑자기 자란 갈대 매듭들.


[휴우, 제때 만들어져서 다행이네. 어때? 이건 좀 아프지?]


[이... 빌어먹을 잔재주를....!]


[너에겐 잔재주지만 나에겐 전부지.]


[이 개자식, 모가지를 부러뜨려주마!!!!]


[할수있으면 해보든가.]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장갑을 고쳐 끼며,


[자,이 갈대 같은 남자 리드(reed)가, 감옥으로 리드(lead) 해주마.]


빌런에게 달려들었다.


.

.


"축하해 김작가! 이번에도 스마일즈가 월간 도서 1위야!"


"검은 웃음도 200만부 돌파야! 지금 평론가들이 죄다 네 책 얘기만 한다고!"


"저,저기 작가님! 혹시 차기작 생각해놓으신거 없나요? 아니면 거짓의 웃음 판권 관련해서 저희 회사와 계약 안하실래요? 네? 제발요, 네?"


"....."


편집부의 높으신 분들시 날 둘러싸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아부를 떤다.



'그 짝퉁 불쏘시개들이 대박날줄이야.'


만화가 대박나 버렸다.


.

.


초능력, 빌런, 히어로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


이 세계는 히어로와 관련된 사업이 많이 발전됐지만, 출판업계는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상황이 별로 안좋다.


코믹스 탄생 초창기 벌어진 검열과 탄압,

세계적인 인기작이 히어로의 초상권을 침해한 사건,

특정 정치세력들이 코믹스를 악용한 사건,

작가 찬밥 대우, 성소수자 운동, 관련 헌법의 억제력 상실등,


정말 많고도 복잡한 일이 얽히고 설킨 결과 현재 코믹스 시장은 대부분 죽거나 소규모가 되고, 대부분 유아용 만화들이 지배하게 됐다.


어떻게 고작 만화책 시장에 정치나 사회운동 따위가 엮일수 있냐고 의아할수 있는데,


원래 이 세계는 만화뿐만 아니라 온갖 시장들이 기형적이다 못해 시장이 돌아가는게 기적적인 수준이고, 많은 상식들의 기준이 조금 혹은 상당히 어긋난 세상이다.


애초에 열역학이나 생물학 따위 눈깔빔이 씹어먹는 세계인데 개연성이 어딨겠어.


나도 처음엔 적응이 안됐지만 장영실이 청동으로 만든 호랑이를 타고 오랑캐 무리를 휩쓸었다는 역사기록을 본 뒤론 무슨 일이 생기든 납득하는 중이다.



아무튼 유아도서의 일부로나 취급 받던 히어로 코믹스는, 최근 [헌드레드]라는 코믹스의 대박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능력이 100가지나 되는 먼치킨 주인공,

사이다와 뽕맛이 넘치는 시원시원한 전개,

화려하고 수준 높은 작화에다,

때마침 만화시장의 여러 문제와 상황이 안정화될때 연재하기까지.

여러 요인들이 겹친 덕분에 헌드레드는 현재 세계적인 호평 속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근데, 솔직히 이 만화... 나에게 있어서는,


"....진짜 더는 못보겠네."


그리 재밌는 만화는 아니었다.


한번 읽어보니 전생에서 지겹도로 본 양상형 먼치킨 스토리와 사이다 전개를 수준급 작화로 감싼 평범한 뽕빨물이라서 가끔 심심할때 볼 정도는 되어도 세계적으로 챙겨보고 열광할 정도는 아니더라.


한마디로 잘 만들긴 했지만 아주 가볍고 단순한 만화인데 만화 시장의 수준 자체가 너무 낮아서 과대평가 받은 상황.



"내가 써도 이 정도는 쓰겠다."



그런 마음에 작은 공모전에 투고를 해봤다.


허세와 유머로 약함을 감추고, 평소엔 개그캐지만 진지할땐 개간지가 되는 히어로 리드를 다루는 만화, 스마일즈.


원래 세상에선 꽤 흔해빠진 클리셰와 대사들을 바르고 유명 작품들을 때려박은 불쏘시개다.


그래, 불쏘시개.

분명 불쏘시개 였는데.....



[이 만화를 처음 읽었을땐 주인공이 다 깨부수는 내용인줄 알았다. 요즘엔 가장 흔한 패턴이지 않은가. 가장 잘 먹이는 클리셰이기도 하고. 

그래서 별 기대 안하고 봤다. 주인공이 잘생긴 면상만 믿고 히로인을 꼬실때까지만 해도 실망과 지루함을 품고 싸구려 소설 읽듯이 말풍선만 대충 보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래, 분명 그랬는데....

지금은 책을 못놓겠다. 그림의 가장 작은 부분까지 유심히 살피고 효과음 글자수까지 머릿속에 박으며 읽는 중이다. 

좋아, 작가양반. 별 5개 따위 얼만든지 줄테니 얼른 다음화 그려와, 지금 당장!]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은 제목이 ㅅ으로 시작한다는 거다.

난 공모전 작품들을 가나다순으로 읽고 ㅅ은 자음 순서중 앞쪽에 위치해 있어, 이 작품 뒤로도 읽은 작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빌어먹을, 도저히 남은 공모전 작품들을 공평하게 평가하지 못하겠다. 5성급 레스토랑에서 훈제 닭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어떻게 KFC 치킨너겟으로 만족할수 있을까.]


[밝은 웃음 뒤에 약자의 고뇌와 한계를 숨기고 허세와 뻔뻔함으로 자신마저 속이는 거짓된 히어로. 허나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피노키오다.]


[히어로 사회는 강한 자만을 본다. 강한 자를 추켜세우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온갖 사랑과 포상금을 덕지덕지 바르며, 그들이 정의를 따르게 하지 않고 정의가 그들을 따르게 한다.

반면 약자들은 외면하고, 행동 하나하나에 의심과 부담금을 바르며, 딱딱한 정의에 반드시 따르도록 한다.

스마일즈는 현대 히어로 사회를 맹렬히 비판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히어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고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발기부전이다. 나이를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지. 근데 이 작품을 보고 10년만에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감각을 다시 느꼈다. 시발 이게 야스지.]



평론가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들 열광하더니,



[김시우 작가의 스마일즈, 압도적인 호평과 함께 공모전 1위 수상!]

[정식연재 결정! 히어로점프, 작가와 장기계약 논의중!]

[헌드레드의 연재처 코믹챔피언, 위기감을 느낄 때가 왔다!]

[발기부전이 치료됐단 평을 내린 평론가, 20세 연하녀와 속도위반 결혼. 55세란 나이에 쌍둥이 아빠가 되다.]



"김작가님, 이번에 지브라 스튜디오에서 스마일즈 애니화 제의가 왔는데 어떻게 할건가요?"


"....."


대박이 터졌다. 그것도 초대박이.


헌드레드 보고 횟김에 쓴 불쏘시개인데, 지금은 연재 몇달맛에 연재한지 1년 밖에 안된 헌드레드를 퇴물로 만들고 새로운 인기작이 됐다.


거기다 생각없이 쓴 다른 작품들도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그래도 좋은 일이니까 상관없나. 그래, 뭐 별 일 있겠어."


.

.


[히어로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히어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보고 히어로라 하겠지만, 나한테 히어로란 남동생을 위해 몸을 날리는 너 같은 꼬맹이야. 자, 꼬마 아가씨. 이제 히어로의 히어로 리드(reed)가 안전함으로 리드(lead)해줄테니 걱정마렴.]


"하아.... 하아.... 그래, 바로 이거야....!"


회색에 가까운 은발과 티끌 없이 깨끗하고 하얗다 못해 창백하게까지 보이는 피부에 마른 몸매를 지닌, 나이에 비해 상당히 어려보이는 여자.


여자는 책을 읽을수록 자신의 몸이 달아오르는걸 느꼈다.


밤새도록 줄을 서서 겨우 산 스마일즈 단행본 2권.


여자는 다 읽은 만화책을 품에 껴안고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F등급 히어로 이지애.

그녀는 최근 7년동안 해온 히어로 생활을 그만둘려고 했다.


어렸을때부터 히어로인 부모님을 존경했던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히어로가 되어 열심히 활동했지만, 히어로의 삶은 그녀의 상상이상으로 어둡고 고달펐다.


히어로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능력.

그러나 그녀의 능력은 몸에서 작은 빛을 만드는게 전부인 하찮은 능력이었고, 몸이 선천적으로 약하기까지 하여 빌런과 싸우기도 벅찼다.


그나마 허약한 신체는 죽을듯이 단련하여 어느정도 매꿨지만 체력은 여전히 안좋았고, 능력은 아무리 발전시켜도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 동기들이 베테랑으로 이름을 날릴 때도 그녀는 등급 하나 올리지 못하고 여전히 미아찾기나 고양이구출 같은 일만 하며 활동했고,


지금은 입에 풀칠만 겨우 할수있는 봉급과 쌓이고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앞에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았다.


"아빠 말이 옳았어... 히어로는 아무나 할수있는게 아니었던 거야...."


의지를 완전히 잃은 그녀는 한동안 집에 처박혀 우울증에 시달리다 히어로 일을 접기로 마음 먹었고, 협회에 그만둔다는 문자를 보낼려고 했...


"뭐야 이 광고? 스마일즈?"


으나, 


우연히 뜬 만화 광고 하나가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뭐야 이 만화, 이거 완전... 완전 내 얘기잖아."


고작 갈대를 만드는게 전부인 하찮은 능력을 지닌 히어로 리드.


허나 리드는 작품 속에서 결코 웃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히어로의 일을 꿋꿋히 해내며 그녀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 줬다.



"아주머니, 코스튬 맞추러 왔어요!"


"어머, 지애야!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음? 옆구리에 그 책은 뭐니? 아, 혹시 요즘 유행하는 스마어쩌구라는 만화책이야?"


"네, 맞아요!!! 제 성서에요!!!"


"성..서...? 그,그래. 그렇구나. 맞다, 코스튬 맞추러 왔다고 했지? 디자인은 어떻게 해줄까?"


"화끈하게 해주세요!"


"후후, 그럼 좀 노출도 있는 코스튬은 어떻니? 요즘은 그런게 유행인데."


"네, 그럼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 노출시켜주세요. 하의도 움직이기 편하게 팬츠 타입으로 바꿔주시고 요새 유행한다는 언더붑도 해주세요!"


"어? 그, 지애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너무 노출이 심한데?"


"아아, 괜찮아요. 과감함과 허세는 히어로의 필수요소거든요."


"...뭐?"


"후훗, 저는 이래뵈도 꽉찬 B가 아니라 허전한 C랍니다. 이래뵈도 상당한 거유라고요."


"아니, 지애야? 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니...?"


"허세는 약자의 갑옷이고 과감함은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준다. 스마일즈 단행본 2권 36페이지 4번째 컷 두번째 말풍선에서 나온 말이에요."


"그 만화책 말이니? 아니 대체 그 책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아아, 성서를 아직 안 본 일반인이 이해하긴 좀 힘든 얘기를 해버렸네요. 1화는 인터넷에서 무료공개 됐으니 아주머니도 시간날때 한번 영접해보세요."


"영접? 너 진짜 뭐 잘못 먹었어?"


"잘못 먹었다라... 확실히 지금까지 이런 성서를 놔두고 히어로 자기개발서나 봤으니, 맞는 말이네요."


"....."


"코스튬에 중절모랑 코트 추가가능하죠? 성서의 주인공이신 리드님은 검은 중절모와 코트가 트레이드 마크거든요. 그리고 언더붑 상의에 구멍 뚫어주시고, 팬츠 옆부분도 조금씩 노출시켜 주세요. 성서에 나온 여주인공 밀키에 비하면 아직 과감함이 부족하네요."


코스튬 가게 사장은 할 말을 잃고 지애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은 이전보다 밝고 강렬했지만, 동시에 알수없는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지애가 주문한 코스튬이 코스튬 노출제한 법이나 공연음란죄에 걸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만들어 줬다.


.

.


"야, 요즘 파이키 쟤 좀 얌전해진거 같지 않아?"


"...이 새끼가 약쟁이들 때려잡다 같이 약빨았나 너 미쳤어? 얌전은 저 년이랑 가장 거리가 먼 단어야! 태양계와 명왕성만큼 멀어서 단어 취급도 안된다고!"


"맞아. 저 녀석 별명이 정부공인깡패인데 말 다했지. 쟤는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들 잡을려고 고용한 미친개에 더 가까워. ....하지만, 확실히 요즘은 성질이 좀 죽은거 같아."


"맞아, 욕도 한마디에 한번이 아니라 두마디에 한번 했어."


"후배들 줘패는 횟수도 좀 줄었고."


"저번에는 동료 히어로한테 인사도 했대."


"시발 쟤 진짜 파이키 맞아? 빌런이 능력으로 변장한거 아냐?"


"흠... 그래도 난 지금의 파이키가 더 낫다."


"나도 동의. 부모님 안부 묻는게 예의바른 인사였던 시절보단 훨씬 낮지. 근데 쟤 왜 저렇게 변했대?"


"글쎄다, 그건 잘 모르겠.. 아! 그러고보니 무슨 만화책을 읽은 후부터 저랬던거 같은데, 이름이 스마일즈였나?"


"스마일즈? 요즘 잘 나가는 그 만화책? 파이키가 성인 잡지말고 만화책을 읽는다고? 히어로 공용 휴게실에 AV잡지 쌓아두고 포르노 쳐보는 년이? 15세이용가 만화를?"


"어쩌면 세상이 곧 멸망할지도 모르겠군. 벙커라도 알아봐야 하나..."


.

.


[폭력은 누구나 휘두를수 있어.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사지가 불편해도 핸드폰에다 손가락 몇번 까닥여도 휘두를수 있지. 하지만, 폭력에 정의를 담아 휘두르는건 아무나 못해. 그렇기에 히어로가 히어로로 불리는 거고, 우리가 정의의 상징인 거지.]


[닥쳐라! 힘이 곧 정의다! 최강의 히어로 크러시, 이 몸이 바로 정의라고!!!]


[힘이 정의라... 그 말도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근데 그래도 넌 정의가 아니야. 왜나하면 최강은 바로 나, 갈대 히어로 리드(reed)니까! 좋아, 부모한테 못배워먹었거나 초등학교 도덕시간때 잠이나 쳐 잔 덩치만 큰 애새끼! 이 몸이 슈퍼겁쟁이들의 쉼터로 리드(lead)해주마!]


《작가의 건강상의 문제로 다음주는 휴재입니다. 독자분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주는 휴재라고? 젠장...."



백발, 흑발, 적발이 이리저리 섞인 단발머리에 붉은 눈,


펑퍼짐하고 통 넓은 헐렁한 바지를 입은 하체와 달리 터질듯한 가슴을 감싼 검은 브라와 가죽 조끼 하나만 대충 걸친 복장.


무력으로는 같은 랭크의 히어로중에서도 따라올 자가 몇없는 A급 히어로, 파이키.


그녀는 돈다발과 포르노잡지 더미 위에서 시가를 태우며 스마일즈 최신화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지난 몇년간 삶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인간쓰레기, 혹은 망나니라고 할수있다.


독한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살며 언제나 욕설과 폭력을 휘둘렀으며,


빌런의 체포보단 죽기직전까지 패는 것을 즐기며 일을 하고 번 돈은 유흥과 도박에 전부 꼴아박아댔고,


거기다 최소한의 예의범절과 배려조차 없어 주위 시선이나 상황 따윈 무시하고 언제나 자신의 마음대로 굴었다.


사회의 모범이 되야할 히어로 이전에 한명의 사람으로서도 실격인 모습.


허나 실력만큼은 최상위권이었기에 협회는 그녀의 행동을 묵인하고 봐줬으며, 고삐가 없는만큼 그녀는 더욱 마음대로 행동했다.


이 책을 처음 본 날도 그랬다.


늘 그랬듯이 술을 진탕 퍼마신 뒤 후배들을 줘패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시발... 좆같은 유교국.... 왜 갑자기 차단되고 지랄인데."


"시발 그지같은 광고들. 하여튼 이딴 광고 만든 씹새들은 전부 가랑이를 키보드로 내리찍어야... 뭐야 이건. 스마일즈?"


늘 보던 야동 사이트가 국가제한에 걸려 못보게 되자, 우회법이나 다른 사이트를 찾던 도중 뜬 스마일즈 광고.


어차피 야동도 못보고 할 일도 없던 그녀는 술김에 한 에피소드를 봤고,


[지 좆대로 능력을 쓰면 그게 깡패지 히어로냐? 정신차려 꼬맹이.]


[누구나 초심을 잃을수 있어. 그게 나쁜건 아니야. 진짜 나쁜건 잃어버린 초심을 잡을려고 하지도 않는 놈들이지.]


[안되겠다, 넌 감옥으로 리드하기 전에 예의범절부터 리딩할 필요가 있겠어.]


"초심.... 그래, 초심...."


자신이 오래전에 잊어버렸던걸 되찾았다.


"분명.... 시작은 가난한 삶을 청산하고, 나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술김에 본 만화를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았고,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자각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한번 바로 잡아볼까..."


그렇게 그녀는 스마일즈의 애독자이자 새사람이 되었다.



"야, 후배."


"네,넵! 담배 심부름! 화장실 청소! 인간의자! 모든지 하겠.."


"아니, 그게 아니라... 그... 그동안, 미안했다고. 내가 너무 심했던거 같다."


"....예에....?"


그 날 이후 히어로들 사이에 파이키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 빌런이 변장중이다, 협회가 최면어플을 썼다등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


주인공의 만화를 성서로 취급하고 주인공을 신처럼 모시는 F급 히어로(나중에 A급됨) 히로인,


주인공의 만화에 감동하고 자신의 행동거지를 고치기 시작하는 불량배 히어로(톰보이),


장비빨이라며 욕먹고 슈트가 히어로인지 자신이 히어로인지 고뇌하다 주인공의 만화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재벌 히로인,


처음엔 주인공을 질투하고 골탕 먹일려고 하지만 나중엔 서로의 작품끼리 크로스오버도 하고 데이트(얘만 데이트라고 생각함)도 즐기는 헌드레드 작가,


주인공의 작품을 보고 자신만의 정의가 있는 악당을 동경하게 되어 괴도/다크히어로가 된 빌런등등



문과이즈쿠나 판작살 같은 문학치트 작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