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작소가 죽었다.


어제, 어쩌면...


아니, 확실히 오늘 죽었다.


다만, 내 입장에서 죽었다는 표현은 틀렸다.


왜냐면 내가 죽였으니깐.


5700자의 쪽지를 보냈냐고?


아니, 작가를 머리를 망치로 내려쳐 죽였다.


이유는 터무니 없지 않다.


상황 묘사도 잘하고, 스토리도 좋은 수작이었다.


그대로 갔으면 분명 팔렸을 작품이지만

결말부에서 하면 안되는 선택을 해버렸다.


갑자기 NTR 드리프트를 시전해

주인공의 애인을 동료에게 빼앗기는 것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작품을 타락시켜갔다.


분명 순애 작품이었을텐데, 동료가 금발에 어두운 피부였던게 복선이었나?


나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분을 못 이겨 핸드폰을 집어던졌고


잠시 치직거리더니 작가명 위로 작게 화살표가 표시되었다.


나는 짐과 옷을 챙겨 홀린 듯 계속 걸었다.


1시간... 2시간... 걷고 또 걸어


도착한 달조차 비추지 않는 조금은 외진 곳


벽에 몸을 밀착해 고개를 돌리자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열어놓은 창문 틈새로 그놈이 보인다.


희미하지만 타닥거리며 키보드를 치고있는 

어두운 방의 모니터 속 내용은 내가 읽던 나작소의 작가임을 분명하게 한다.


눈에 힘이 들어가며 핏대가 서고 

어깨부터 전완근을 거쳐 손까지 전달된 힘은, 쥐고 있는 망치 손잡이 마저 비명을 지르게 했다.


문을 여는 마법의 단어 "택배"를 사용해서

방심한 그놈을, 나는 죽였다.


"모두가 NTR을 좋아하는 줄 아나보지?"


적어도 태그만 붙였어도 살았을 것을... 


뜨겁게 달아오른 내 앞에 차갑게 식은 작가였던 것이 누워있다.


나는 NTR이 싫은게 아니다, 작품을 더럽히는게 싫은거지.


사소한 실수로 스스로 명을 재촉했다. 


근데 이제 어쩐담?


가족도 없이 살던 아싸 작가였단점이 나에게는 행운이다.


시신처리와 신고에 있어 잠시 자유롭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난 해냈다.


컴퓨터 옆 포스트잇으로 붙여진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해


NTR이 시작된 부분부터 내용을 바꿨다.


이로써 작품은 다시 완전해졌다.


나머지 부분은 작가가 써놓았던 후속편에서 내가 고쳐서 업로드 하면 되겠지.


일을 마치고 냉장고에서 찾은 음료를 의자에 앉아 마시며 나는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작가의 여러 발언, 행동, 방향성에 따라


몇몇 작품들은 더렵혀지고 있다.


이번 일은 그 중 하나였을 뿐


하지만 오염된 건 치워서 정화하면 될 뿐


내 핸드폰에 뜬 이 기능이 바로 내게 내려진 계시이다.


말은 더러움을 내포하지만


죽은자는 말이 없다.





갑자기 든 영감을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