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내가 여정에 오르면서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저주이자 신조였다.


늙은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달라는 마을 처녀의 부탁.


졸업 논문에 필요한 어둠에 깃든 마석을 구해달라는 의뢰.


하물며 잊힌 고대의 병기를 무찔러달라는 어떤 이들의 염원까지.


어느 것 하나 기대에 지지 않고 지켜왔다.


재밌어 보이는 일거리를 찾아 길을 거닐던 어느 날이었다.


"꼭 부모님에게 데려다줄게."


뭔가 소란스러운 동굴이 보여 기어들어 가봤더니, 도적단이 어느 소녀를 노리개 거리로 삼으려 하고 있었다.


마침 점심으로 먹은 맛대가리 없는 생선조림이 떠올라 녀석들의 머리랑 몸을 반반 나눠 줬다.


"으흑, 흑."


"이제 다 끝났어. 안전하니 울지 않아도 괜찮아."


"고맙, 습니다······. 저기 근데······."


"왜?"


"저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없어요······."


뎃.


『한 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켜.』


"잠, 잠깐만."


내 손이 멋대로 움직여 검 손잡이를 굳게 움켜쥐었다.


부모님에게 데려다준다는 말이 이 꼬맹이를 하늘나라로 보내야 한다는 거라고?


어, 어어어.


칼을 뽑으려 하는 팔에 억지로 힘을 주자 미친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제발, 내 대가리야 좋은 생각을─


"그러면 내가 네 부모가 되어 줄게!"


"네······?"


그때부터였다. 쾌락 없는 책임을 지게 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