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으아아악!!!"


소름끼치는 각도로 기울어진 장붕의 머리가 서랍장 밑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그 아래에서 휴지심 하나가 또르르 굴러나왔다.


"미친미친미친!! 왜 나한테 이러는건데!!!"

"그래, 바로 그거야 휴지심... 발버둥치는 너도 좋아..."

"미친놈..!"


데굴데굴데굴!

슬금슬금 자신에게 다가가던 장붕의 다리 사이로 무빙을 치며 굴러가버린 휴지심.


그러나 장붕은 화내기는 커녕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목을 돌리며 하는 말,


"너희들, 다 보인다..."


-헉!

-어떻게..!

-으히익!


"알람시계, 플라즈마볼, 휴대용 청소기... 아아, 냄새가 난다! 암컷의 냄새가 난다!!!!"


펄쩍!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른 장붕이의 손에는 어느새 플라즈마볼이 잡혀 있었다.


"아아, 플라즈마볼. 지금처럼 이렇게 너를 쓰다듬던 그 겨울을 기억해? 새침하게 전기를 흘리면서도 얼굴을 붉히던 너는 정말 귀여웠지..."

"크윽, 이거 놔주세요! 이 쓰레기가!"

"그 전율이 흐르는듯한 너의 사랑, 이제와서 식었다고 말 하진 않을거지?"

"인간으로써의 도리를 잊어버린 당신에게 속삭일 사랑 따윈 없어요!"

"흐흐... 과연 이걸로 쑤셔져도 그 말을 다시 할 수 있을까?"

"그-그건! 비겁해요!"


장붕이 꺼내든 것은 DC 5V/2A 정전압 어댑터였다.

그는 콘센트에 끼워진 그것을 슬슬 플라즈마볼의 둥근 포트에 비비다,


"플라즈마쨩, 강간할게."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쀼욱.


"윽끄으으으으으으ㅡ으ㅡ으으윽--!!!"


냅다 그것의 둥근 쇠 부분을 밀어넣어 버렸다.


"아아, 이거야. 그때 우리가 만든 사랑이, 그 손가락과 플라스틱 사이 간극의 전율이 느껴진다..."


장붕은 미끈미끈하고 부드러운, 그 음란하다고 할수밖에 없는 손놀림으로 플라즈마볼의 붉은 광선을 마음대로 움직였다.

그가 손가락을 아슬아슬한 간격까지 접근할때면 플라즈마볼은 배선 터지는 소리를 내며 빛을 폭발시켰다.


"으켁-윽끄윽! 으흑! 으히이이익!!!"

"플라즈마쨩 대답해. 그만할까?"

"에에에에에에에에에으으으-!!! 으으! 이거! 죠-죠와여!!!!"

"플라즈마쨩, 그럼 우리 더 기분 좋아질까?"


그는 바지를 내리고 물건을 드러냈다.


"이걸로 비비면 얼마나 기분 좋아질까 플라즈마쨩?"

"그거- 그거 쥬세여어!!!"

"화간 성립❤"

"삐꺄아아아아아앗!!!!"


전기가 찌릿거리고 숨이 헐떡거리는 실로 무자비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듯한 그런 야스.

구석에 숨어 그것을 지켜보던 알람시계는 문득 자신의 벨이 움찔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안돼..! 여기서 소리를 내면..! 멈춰야...!'


띵!


마침 절정에 다른 두 물건과 사람의 사랑을 축복해주듯 청아하게 울린 벨소리.

그러나 그 둘이 숨을 헐떡이는 것과 같이 천박하게, 그 벨은 거침없는 진동을 시작했다.


띠리-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


"오?! 오옷! 으히익!- 간다 간다간다간다!!!"

"알람시계가 암컷절정을...!"


휴지심은 충격으로 온 섬유가 굳어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미안...휴지-읏! 휴지심... 나도... 나도 흡입해벼렷!!!"

"청소기!!!"


위이이이이이이잉!!!


삽시간에 천박한 소리로 가득 차버린 방.

그 가운데서 장붕은 전원이 꺼져 차가워진 플라즈마볼을 내버려두고 비척비척 일어났다.


"자, 다음은... 알람시계 너로 정했다."


휴지심은 그의 표정을 보고 알아버렸다.

그것은 절대로 도망칠 수 없음을.

그것들이 엉망진창으로, 제 용도로 쓸 수 없게 될 정도로 사용될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으흑, 으흐으으으으으..."


비통하게 울려퍼지는 휴지심의 울음소리.

그러나 휴지심의 종잇장 사이 본드는 이미 습기로 농후해져, 그 틈을 서서히 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