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울한 삶을, 이젠 끝내려 한다.



더 이상 나를 찾는 용사파티는 없다.


한때는 정말 잘 나갔었는데, 나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사람이 가득했는데.


이상한 헛소문이 퍼진 뒤 사람들은 전부 나를 떠났다.


근 몇 년간은 벌어놨던 돈으로 혼자 술만 퍼먹었다.




원형의 밧줄 안으로, 슬그머니 목을 들였다.




아, 사랑하는 나의 에밀리아.


당신을 먼저 떠나보내고, 당신 몫까지 살기로 결심했었는데.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미안하오.


나도 이제 따라가겠소.




툭.




[신규 자살자가 등록되었습니다.]




[당신의 신체는 하루의 체험기간 이후 경매에 부쳐집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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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 속에서 이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스스로를 매달았던 밧줄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봐, 뭐하는 장난질이야?"



[시스템 문의창구에 연결합니다.]


[당신은 시스템의 개입이 없었다면 이미 죽은 몸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행위로 하여금 본인의 신체를 포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근데 왜 날 살려두는 거야?



[당신의 신체는 24시간 동안 사고사망자들에게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게 개방되며, 이후 경매장에서 낙찰자에게 귀속됩니다.]



아.

자살할거면, 남은 목숨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한테 넘겨줘라 이건가.



그래 뭐. 될대로 되라지.



곧 다양한 영혼들이 내 몸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용사의 신체구먼, 법사인 나에겐 필요 없겠군."


"웩- 아저씨 냄새. 난 이 몸으로 못 살겠다."


"오… 이 팔다리, 꽤 튼튼한데? 꽤 마음에 드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만남.




"…켈빈? 당신인가요?"


애밀리아?


"손가락엔 상처가 더 늘었네요…"


애밀리아는 그녀의 의지로 내 손을 움직여보고는 말했다.


"고생 많이 했어요, 힘들었죠…"


"오, 세상에.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저는, 반드시 복수할 거에요. 적당한 몸을 찾아 황족 수하에 붙어서, 그들을 서서히 무너뜨려 버릴 거에요."



더러운 황족 녀석들.


내가 전사로서의 정점에 달했을 때, 황제는 내가 그의 딸과 결혼하기를 명했다.


황권이니, 재물이니 하며 황제가 꺼드럭 거렸으나 난 거부했다.


당연히 따를 수 없는 명령이었다. 내 곁엔 애밀리아가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우리의 삶은 무너져갔다.



"나도 함께하고 싶소, 그러나…"


"...자살자에겐, 새로운 신체가 주어지지 않죠."



너가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삶을 끝내진 않았을 텐데.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진짜 마음 고생 많이 한 거 알고 있어요. 아무쪼록 편하게 쉬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미안해."


"정말.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전부 악독한 황족 때문인걸요."


"…"


"아, 눈 여겨봐둔 몸이 지금 경매 시작한다고 하네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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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악의적 행위에 따른 자살행위로 판단되어, 약간의 패널티와 함께 경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경매에 참여하시겠습니까?]






&





홍머병 걸려서 최대한 다른 쪽으로 틀어보려고 했는데 뭔가 주제의식에도 멀어진 거 같고

대회 끝나는 기간도 정확히 체크 안 했었고 해서 뒷북으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