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드는 소원이라는 건 별 거 없는 거였다. 배가 아파서 밥 생각이 안 났고, 화장실도 다녀왔고, 곧 잘 거니 수면욕도 없었다. 그렇게, 식욕과 배출욕, 수면욕이 채워진 상태에서 떠오른 건 성욕이었다. 식사를 섹스라고 하고 다니던 흔한 아다였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생각을 다 하고, 눈을 감고 잠드는가 싶은 순간에 어떤 말을 들은 거 같았다.


 "그렇다면, 다음 세상에선 그것을 최대한 이룰 수 있게 해주마."


 맘껏 섹스할 수 있는 삶인가. 먹고 자고 싸는 것도 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행복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동화를 들을 때 떠올릴 법한 숲에 누워 있었다. '나는 죽었을 텐데 왜 이런 곳에 있지.' 같은 의문점이 들진 않았다. 내 이름, 내가 살아온 삶 같은 것이 머릿속에 책으로 본 것 같이 들어와 있었다. 요컨데 편리한 이세계행이라는 유형인 것 같았다. 덕분에 새로 얻은 삶에 감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변을 느낄 수 있었다.


 일어나서 주변을 잠시 둘러보자 묘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18 딱지 붙은 탭에 들어가 어떤 것들이 있다 훑어볼 때 느끼는 정도의 달아오름이었다. 이 때까지는 이세계이니 최음 효과가 있는 무언가에 당하기라도 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렇기에,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집이 있다고 기억한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제법 긴 시간 잤는지, 제법 목이 말라왔다. 그래서 우선 순위를 바꾸어, 기억 속에서 찾아낸 샘으로 향했다.


 샘에 도달해서도, 알 수 없는 달아오름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 순간까지도 달아오름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나는, 그대로 샘물을 마시고자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샘물에 비친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 [외모 묘사, 생략]. 제법이라고 하기엔 과분할 정도로 빼어난 미소년의 모습이었다. 나르키소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기 자신인데도 몹시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도 결국엔 갈증의 해소가 더 급했기에 샘물을 떠 마셨다. 물은 미지근했지만, 갈증이 심해 상당히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게 섹스지.'라고 말할 정도는 됐다. 그리고, 갈증을 달래고 다시 물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을 때, 무언가 이상했다.


 [외모 재묘사, 꼴리게, 생략]. 나 자신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나는 명백히, 자기 모습에 흥분하고 있었다. 자괴감 같은 것이 들기보다도, 너무 놀랐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더 큰 충격이 몰려왔다. 이전의 달아오름, 그것은 약한 흥분이었던 것이다. 지금, 그저 숲의 여러 그루 나무들을 보고 있었음에도 흥분이 달아올랐다. 나는 경악했고, 마침내 자괴감에 사로잡혀 주저앉았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자괴감을 느끼고는 자신에게 다시 흥분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 나는 스스로가 생각했던 두 문장이 떠올랐다. '이게 섹스지.' '다음 생에선 뭐가 됐든 좋으니 섹스만 할 수 있었으면.' 마침내, 스스로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모든 것에 발정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끔찍한 기분과 꼴리는 기분 사이에 혼절할 것 같은 순간에, 배가 고파져 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흥분이 가라앉았다. 그렇다,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선,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스스로에게 주어진 이상 증상의 모든 전말을 깨달은 직후, 나에겐 한 마디 할 말이 있었다.


 "아니 미친 이건 섹스를 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풍족하게 살면 일상 생활도 못 하는 저주를 건 거잖아."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죽을까 싶었지만, 죽는 것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리고 더욱 배가 고파오자, 죽을 생각도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나마 사고가 희망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희망적이진 않았고 적어도 절망하진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배가 고프기라도 한 지금은, 집으로 갈 수라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어 집으로 급히 발을 옮겼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질. 자신의 성적 기호에서 잠시 체감한, 그 외모가 어떤 기능인지는 집에 도착한 이후에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