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는 존나 특출났는데 사람 사귀는 스킬은 마이너스인 주인공.

근데 꼴에 연애는 하고싶어서 사랑의 묘약을 만든거지.

복용후 30분간 마주친 이성이 전부 사용자에게 반해버리는 물약. 이제 난 이걸 마시고 22년간 짝사랑한 에이미에게 고백하러 갈 것이다.

이러고 호기롭게 에이미를 찾아갔는데 아뿔싸, 에이미는 이미 가정이 있었던거지.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사랑의 묘약만 연구한지 어언...18년? 20년?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버린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을 실현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걸 깨닫는거야.

망연자실해서 연구실로 돌아온 주인공. 그런 주인공의 어깨를 붙잡고 격려하는 유일한 이는 20년간 함께 연구에 매진했던 유일한 동료 달리아 뿐이야.

"야, 우리 나이가 벌써 37이야. 아직까지 결혼을 안했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는거지."

...위로가 맞나?

뭐, 애초에 위로같은건 기대도 안했어. 애초에 저 새끼도 대인관계는 ㅈ박고 연구에만 모든 스텟을 몰빵한 새끼였거든.

"넌 그거 안 마시냐?"

"마음에 들었던 남자들은 전부 가정이 있더라고. NTR엔 취미 없어."

"아카데미에 잘생긴 남자들을 다 후려서 하렘을 차릴거라더니."

"20살 연하를 꼬시라고? 미쳤냐?"

이거 참, 반평생의 숙원이었던 사랑의 묘약을 완성했는데 결과는 영 좋지 않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말없이 씁쓸한 기분을 곱씹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걸까? 이것만 있으면 모든게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야, 우리 시간을 되돌리는 물약을 만들자."

말도 안되는 소리를 불쑥 꺼낸 건 달리아였어.

아니, 완전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닐지도 몰라. 20년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들어진 연구의 부산물 중에는 꽤나 대단한 물약들이 섞여있었거든.

마시면 사용자의 외모를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꿔주는 환생의 물약-신체 변형은 매우 고통스러우니 주의-이나 복용시 최대 사흘까지 공복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영양실조 주의-만복의 알약같은 거 말이지.

그중에는 마시면 신체 나이를 어리게 만들어주는 젊음의 영약도 있었어. 되돌아간 신체 나이만큼 기억을 잃고 지능도 어려진다는 부작용이 있어서 그들은 이걸 굳이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걸 이용하면 시간을 되돌리는 물약도 만들 수 있을거야.

그렇게 주인공은 또다시 달리아와 함께 시간을 돌리는 물약을 만들어.

사랑의 묘약 연구에 걸린 시간만큼이나 오랜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완성된 물약. 주인공은 물약이 든 잔을 들고 달리아와 마주봤어.

"치얼스."

잔을 맞부딪친 주인공은 단숨에 물약을 들이켰지. 그래도 이게 되긴 되네, 하면서 한마디 덧붙이려던 달리아는 사색이 되서 말할거야.

"야 그걸 너 혼자 마시면 어떡해?"

아.

달리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간이 되돌아가기 시작해. 아득한 빛에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뜨자 보이는 건 19살의 달리아야. 원래대로라면 자신과 함께 미래에서 돌아와 나란히 바닥에 쓰러져있어야 할. 하지만 달리아는 물약을 마시지 못했고, 혹시 머리를 다쳤냐며 자신을 걱정하고 있지.

"괜찮냐? 병원이라도 데려다 줘?"

"아니, 됐어."

"그럼 저기 앉아서 좀 쉬고 있어. 그러게 내가 환생의 물약은 마시지 말랬잖아."

맞아, 환생의 물약. 이때 주인공은 환생의 물약을 마시고 몰라보게 예뻐진 달리아를 샘내다 자신도 환생의 물약을 들이킨 뒤였어. 어쩐지 사지가 찢어지는 거 같더라니. 19살의 달리아는 자신이 갑자기 쓰러진 이유가 그 물약 때문이라고 생각하나봐.

"지는. 그렇게, 말렸는데... 크윽. 넌 이거 어떻게 버텼냐?"

"진통제 만들어줄게. 좀만 기다려."

뭐지, 저새끼가 원래 저렇게 착했었나?
저새끼가 저렇게..예쁜게 당연하지. 환생의 물약을 마셨는데.

그럼 나랑 같이 40년을 연구한 그 달리아는 이제 없는 건가?
제기랄. 너 없이 내가 뭘 어떻게...
어?
잠깐만.

회귀한지 10분도 안 되서, 주인공은 자신의 첫사랑이 흔들리는 걸 느끼는 거지.
무려 40년동안 함께 있으면서 이성이라고 느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그 달리아에게.



뭔가 이런거 재밌을거같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