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는 예전처럼 서바이벌 장르가 아닌 능력자 배틀물로 변질되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도 마찬가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무런 능력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겠지.

나는 그나마 운이 좋게도 대단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의 밑으로 들어가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나 같은 일반인들을 노예처럼 부리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못한 사람들이나 생존과 자유 중에 자유를 택한 사람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에 나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개똥밭에 굴러도 죽는 것 보단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나름 목가적인 나날들도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다.

인간들의 구역에서 좀비들을 몰아내고 한숨돌리나 싶었지만 욕심 많은 능력자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희생되는건 결국 능력을 가지지 못한 일반인들이었고 말이다.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지만 언젠가는 그들의 전쟁도 끝나고 살만한 세상이 올거라고 믿고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끝나기는 했다.

거의 작은 아파트만한 크기의 좀비에 의해서 말이다.


'상처입은 거인'이라고 불리게 된 그 좀비는 처음 봤을 때부터 왼팔이 없었고 몸 여기저기에 무언가에 뜯어먹힌 자국들이 있었다.

누가봐도 패배하고 도망쳐온 몰골이었이었지만 우리 능력자들 중 아무도 그 좀비에게 치명상은 커녕 상처다운 상처 조차 입히지 못했다.

패배하고 도망쳐 온 좀비에게 조차 상대가 안 되는데 그 좀비를 쫒아낸 무언가는 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그제서야 우리는 인간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었다는걸 깨달았으나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능력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자 우리 같은 일반인들까지 동원하여 창고에 처박아둔 개인화기들과 군부대에서 털어온 장갑차와 전차들까지 동원하였으나 인간 능력자들의 능력에 조차 종잇장처럼 찢기는 전차따위로는 몇대가 온다고 해도 '상처입은 거인'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예 피해를 주지 못하는건 아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쓰러질거라 믿고 소모전을 펼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사실 나는 지금 하반신과 왼팔이 뜯겨져 나가 죽어가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될른지 모른다.

거인과 싸우다가 이렇게 됐냐고?

그럴리가.

거인과의 전투에서 함께 갔던 모든 능력자들이 죽거나 도망치고 나도 흩어져도망치는 도중에  좀비떼에게 공격당했기 때문이다.

인간 구역에선 좀비를 모두 몰아냈었지만 아마 거인에 의해 방위에 구멍이 난 곳으로 들어온거겠지

이미 지금까지 여러번의 죽음의 고비를 운이 좋아 넘겨왔던 나였기에 이미 행운을 모두 써버리고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리라.


...점점 시야가 어두워진다.

최선을 다한 결과였고 후회하진 않지만 아쉬움은 있다.

나도 능력자였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다음 생에선 ......나도 ......






띠링!

[능력 발동의 조건 달성을 확인]

[조건 : 좀비화]

[능력명 : 살아있는 좀비]

[좀비가 되더라도 기억과 이성을 잃지 않게 됩니다]


어라?





무슨 벽돌인 줄

암튼 이 소재로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