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위해 편지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편지를 보낼 친구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편이였다.

   

 그 때문일까, 친구는 몇 년이 지났음에도 아르덴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엘리는 꾸준히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반드시, 꼭 돌아올게!”

   

 그렇게 말한 친구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언제나 약속을 지켰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꼭 지킬 것이다.

   

 거기다가, 소식이 끊긴 것도 아니였다.

   

 엘리가 편지를 끙끙 앓으면서 열심히 적은 편지를 보내주면, 친구는 반드시 편지를 받고 답장을 해줬다.

   

 엘리는 깃펜에 잉크를 묻혔다.

   

 * * * 

   

 봄 바람이 가득한 날에, 엘리가.

   

 안녕, 세레나!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되었어!

   

 뭐? 특별한 일이 뭐냐고? 그건 바로…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용사님이, 용사파티가 아르덴에 왔어!

   

 아쉽게도 나는 멀찍이서 용사님을 바라보긴 했지만, 정말 멋있는 분이셨어!

   

 흑발에 금안, 금방이라도 안기고 싶어질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몸, 다양한 생각을 하시는 듯 우수에 잠긴 표정까지. 정말 동화속에서나 나올 왕자님 같은 모습이였어.

   

 아, 아직도 용사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생해.

   

 내가 잘못 기억하는게 아니라면, 분명 이리 말씀하셨을 거야!

   

 “회색의 숲에 가기 위해, 아르덴에서 정비를 하고자 합니다.”

   

 용사님의 말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어!

   

 세상에, 회색의 숲이라니. 거기가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은, 세 살 아이도 알만한 곳인데 말이야!

   

 당연히 용사님을 모습을 보기위해 모인 사람들이 술렁였지. 심지어, 용사님의 동료분들도 조금 부담스러운 기색이였어!

   

 물론, 그런 술렁임은 용사님의 이어지는 말에 환호소리로 바뀌었지만 말이야!

   

 “저는, 살려야만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꼭 회색의 숲에 가야만 합니다.”

 

 세상에, 그런 이유로 회색의 숲에 가려던 거였다니. 내 심장이 쿵쿵 거리는거 있지!

   

 쿵쿵 거리는 심장과는 달리, 이성은 조금 회의적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말이야.

   

 회색의 숲에 죽은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두 부류 뿐일거야. 오지에 있거나, 아니면 이미 회색의 숲에 갔다가 죽었거나.

   

 그 이야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회색의 숲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은 거니깐.

   

 그런데, 그런데 있지. 용사님이 그토록 살리고자 하는 친구는 누굴까? 남자? 아니면, 여자?

   

 남자라도 정말 소중한 우정이겠지만, 나는 용사님이 살리고자 하는 친구가 여자이길 바라고 있긴해!

   

 상상만해도, 책 몇 권은 나올 것 같아!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사지에 들어가서 죽은 연인을 살리는 방법을 알아낸 다음, 두 사람이 재회하는…. 꺄아악!

   

 상상만해도 여러 생각이 마구마구 떠올라! 

   

 ……이야기가 많이 산으로 갔네. 미안해, 세레나.

   

 그럼, 다시 원래 이야기 하려던 내용으로 돌아갈게.

   

 용사님은 아무래도 며칠 정도는 아르덴에 머무신다는 것 같아. 

   

 회색의 숲에 가기 전에, 마지막 휴식을 즐기기 위함이라나? 

   

 하긴, 회색의 숲은 정말 위험하다고 들었어.

   

 회색 숲에서 운 좋게 돌아온 사람이, 이리 말했으니깐.

   

 사방에는 회색 안개가 가득하고, 알 수 없는 곡소리가 가득하다고.

   

 …그 말을 끝으로 숨이 끊어졌으니, 어찌보면 운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구나. 아하하….

   

 어쨌든! 나는 기회가 있다면, 용사님에게 물어보고 싶어.

   

 용사님이 구하고자 하는 친구 분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떤 인상착의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야.

   

 물론,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은 건, 그 친구 분의 성별이지만!

   

 이러다간 편지에 적을 잉크가 부족할 것 같아서 그만 적을게!

   

 언제나, 즐거운 일만이 가득하길 바랄게. 세레나!

   

 언제나 너의 친구이길.

   

 엘리가. 

 

 * * * 

   

 엘리는 자신이 쓴 편지의 내용을 보곤 웃었다.

   

 “분명, 세레나도 좋아할거야!”

   

 세레나가 좋아하길 바라며, 엘리는 편지를 곱게 접어 보냈다.

   

 “이번엔 며칠이나 지나야 답장이 오려나~”

   

 엘리는 친구의 답장이 기다려졌다.

   

   

   

 엘리가 친구의 답장을 받은 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 휘갈겨 쓴 것 같은 느낌도 주었다. 

   

 “얼마나 급했길래 휘갈겨 적은거지?”

   

 엘리는 친구의 반응에 놀라며 편지를 읽었다.

   

 * * * 

   

 언제나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세레나가.

   

 엘리, 네 편지는 잘 받았어.

   

 용사님이 회색의 숲에 간다니, 응. 특별한 이야기네.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라, 시간이 지나는 것도 잊고 여러 번 보고 말았지 뭐야.

   

 그러다가 종이에 손을 베이기까지 해서, 피가 나오기 까지 했고.

   

 (아, 최대한 피가 안묻게 적긴 했는데, 피가 조금 묻어있을 수도 있어. 미안해.)

   

 그런데, 편지를 읽으면서 조금 내용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용사님의 동료분들이라니, 전해 들은 이야기론 용사님은 혼자 돌아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기회가 된다면, 용사님의 동료님들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 갑작스럽게 이런 부탁을 보내서 미안해.

   

 나무에 가려져 별이 잘 보이지 않아 조금 심술난 세레나가.

 

 * * * 

   

 세레나의 편지를 읽고, 엘리는 다시 편지를 살펴봤다.

   

 세레나의 염려처럼, 조금 구겨진 부분도 있었고, 피가 약간 묻어있기도 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랬을까.”

   

 엘리는 웃으며 깃펜을 들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밤을 새어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야 할 것 같으니.

   

   

 엘리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편지를 완성 할 수 있었다.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서 자버린 것이었다.

   

 엘리는 쓰게 웃으면서도, 편지의 내용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기위해 편지를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 * * 

   

 별무리가 아름답게 빛나는 달밤에, 엘리가.

   

 답장 잘 받았어, 세레나!

   

 세상에! 이렇게 빨리 답장을 보낼줄은 몰랐어!

   

 언제나처럼, 며칠은 지나야 너의 답장을 보겠구나 싶었는데 말이지!

   

 (비꼬는거 아닌거, 알지?)

   

 솔직히, 많이 놀랐어. 네가 그렇게 용사님의 행적에 관심이 많을줄은 몰랐거든. 역시, 너는 용사님을 좋아하던 거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라고 분명 생각하고 있겠지?

   

 간단해, 가끔씩 편지를 주고 받을 때 용사님의 이야기가 나오면 조금 더 글씨가 정갈해 졌으니깐! 지금도 이렇게 빠르게 답장을 보낸 걸 보면, 당연히 유추하기 쉽지!

   

 아무튼, 용사님의 동료분들에 대해 조금 적어서 보낼게!

   

 용사님의 동료 분들은 딱 세분이셔.

   

 첫 번째로 소개할 인물은, 셀렌 아스테리앙.

   

 홍염의 마도사라 불리는 분이야, 라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걸 들었어.

   

 화속성 마법을 엄청 잘 다룬다나? 그래서 홍염의 마법사로 이름을 떨치고 다닌다는 것 같아. 

   

 으음, 회색의 숲이 꺼려지긴 해도 말이지. 홍염의 마도사님의 불꽃으로 꺼질거 같진 않은데 말이야.

   

 뭐, 실제론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분들의 일이지, 내 일은 아니긴 하네.

   

 두 번째로 소개할 인물은, 아르덴 프라르.

   

 창을 다루는 창술사야.

   

 으음, 이 분의 이야기는 이름 외엔 거의 알려진게 없었어.

   

 아무래도, 용사님이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셨던 분이던게 아닐까? 친구라던가, 그런 사이 말이야.

   

 이분은 쓸 이야기가 없으니 넘어갈게.

   

 마지막으로 소개할 인물은, 데른 에르센, 고위 팔라딘이야.

   

 회색의 숲을 정화하고 말겠다! 라며, 용사님의 여정에 지원을 했다나봐. 사람들이 웅성거릴 정도면, 분명 사실이겠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책과 거대한 둔기를 들고 계신다는 것 정도?

   

 그럼, 다른 사람들도 데른님과 같이 회색의 숲에 관심이 있어서 합류한 걸까?

   

 …음, 모르겠네.

   

 (이 밑으론 글씨체가 조금 달라져있다.)

   

 아, 미안해. 조금 자버리고 말아서 글씨가 조금 이상하게 적히네.

   

 너에게 빠르게 전해주기 위해 조금 휘갈겨 쓸게, 미안해! 내 글씨 보고 이상한 소리 하지마!

   

그리고, 용사님이 살리고자 하는 사람이 여성 분이라고 하나봐!

   

 …정말로,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망상과 비슷한걸까?

   

 아, 이러다가 또 망상으로 편지에 잉크를 잔뜩 쓰겠네. 이만 여기서 글을 마칠게! 잘 지내!

   

 p.s 아, 용사님이 내일 출발하신다나봐. 회색의 숲 탐사, 성공하셨으면 좋겠다.

   

대지를 포근하게 비추는 태양이 중앙에 뜬 시각에, 엘리가.

   

 * * * 

 엘리는 급하게 휘갈겨 쓴 뒷 내용이 조금 마음에 안들었으나, 다시 적기엔 적은 잉크가 아까워 그냥 보내기로 했다. 

   

 “세레나가 기뻐하려나.”

   

 엘리는, 세레나가 행복하길 바랬다.

   

 * * * 

   

 세레나는 나흘이 지나서야 친구의 편지를 받았다.

   

 “…….”

 

 세레나의 표정은 무표정이였다. 

   

 너무 늦게 온건 아니니, 상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편지에 신경 쓸 때가 아니기도 했다.

   

 들려오고 있었다. 나의 영원과 방해꾼이 함께 다가오며 내는 인기척이 들려온다.

   

 “…엘리. 금방 갈 수 있을거 같네.”

   

 세레나는 싱긋 웃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숲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레나는 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용사님, 저만을 바라보겠다는 용사님. 언제나 사랑하겠다 말했던 저만의 용사님.”

   

 왜, 이상한 년이랑 같이 오시는 건가요.


 세레나는 조금, 아니. 많이 심란했다.


 "괜찮아요."


 이젠, 영원히 같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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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으로 전개되는 소설 어디 없나